지난 2015년 12월 30일, 오클랜드에서 비행기를 타고 처음 도착지인 더니든에 도착 했다. 더니든은 스코티쉬 영향을 많이 받은 곳이라 도심 속의 건물들과 길거리들은 스코틀랜드의 문화가 스며들어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전통을 자랑하는 오래된 교회들도 꽤 있었다.
이 땅의 교회들이 건물과 모양만이 살아있는 교회, 전통만을 내세우는 교회가 아닌 말씀이 살아 움직여 운동력 있는, 영향력 있는 교회들이 되기를 기도했다.
시티를 돌아보고 우리는 렌터카를 타고 더니든의 여러 명소들을 찾아가봤다. 그리고 나서 다음 도착지인 인버카길에 있는 숙소를 향해 달렸다.
블러프에서 굴 대신 얻은 교훈
인버카길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 도착지인 블러프로 갔다. 블러프라 하면 사람들은 굴이나 여러 나라와 거리를 가리키는 푯말을 떠올린다. 하지만 계절이 맞지 않아서 굴은 못 먹었다. 그러나 굴을 안 먹은 대신에 블러프에 대해서 더 깊게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굴로 유명해지기 전에 이 곳은 어떤 곳이었을까?
블러프가 뉴질랜드의 첫 유럽인 정착지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뉴질랜드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이 없는 나를 돌아보고 반성할 기회를 갖게 됐다. 굴 시즌에 왔었더라면 굴에 한눈이 팔려 관심도 안 가졌을 책자들. 점심으로 피쉬 앤 칩스를 먹고 유명한 이정표에서 사진을 찍은 후 바다 건너 보이는 스튜어트 섬을 바라보며 새로운 곳을 향해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도했다.
블러프 페리 터미널에서 페리를 타고 스튜어트 섬으로 출발했다. 멀미로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던 30분의 항해 끝에 스튜어트 섬에 도착했다. 2015년의 마지막 날인12월 31일을 좀 더 특별하게 보내려고 온 키위 청년들도 몇몇 보였다. 어쩌면 목적이 없어 방황하는 것 같아 보이는 여러 나라 청년들을 위해 우리는 함께 기도했다.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땅의 끝에서 맞은 새해와 새해기도
멀미 때문에 힘들었던 나와 남편은 휴식을 취한 후 새해 카운트다운 10분 전인 11시 50분에 바닷가로 나가 라이브 음악과 큰 모닥불을 피어놓고 파티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보통은 매년 한국교회의 송구영신 예배를 갔었는데 이처럼 스튜어트 섬에서의 새롭고 특별한 신년맞이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밤 하늘에 빛나는 별들과 선명하게 보이는 은하수 밑 뉴질랜드의 땅끝인 스튜어트 섬에서 우리는 새해를 맞이했다.
1월 1일에는 각자 올해의 계획들과 기도제목을 나눈 다음 뉴질랜드를 위해 함께 기도했다. 먼저는 뉴질랜드 영적 부흥을 위한 5가지 기도제목을 놓고 기도하고 각자 돌아가면서 이 땅 뉴질랜드 특히 우리가 여행하고 있는 남섬의 중부와 스튜어트 섬을 포함한 남부를 위해서도 기도했다.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겸비하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구하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 죄를 사하고 그 땅을 고칠찌라”를 선포하며 간절히 기도했다.
스튜어트 섬 라키우라 국립공원의 라키우라 트랙을 걷기 전에 입구에서
라키우라는 마오리어로 ‘빛나는 하늘’이라는 뜻이며 스튜어트 섬의 또 다른 공식 이름이다. 우리는 라키우라 국립공원의 라키우라 트랙 32km을 2박 3일 동안 걸었다. 등산을 하면서 우리는 크게 찬양도 불렀고 밤에는 전기가 없는 어두컴컴한 방 안 침낭 속에서 함께 기도했다. 몸은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우리의 영과 마음은 평안했다.
2박 3일의 등산을 마치고 다시 오반으로 돌아왔다. 인버카길로 갈 경비행기 탑승수속을 마치고 카이카트 푸드 트럭에서 버거를 하나씩 사먹었다. 경비행기는 짐을 싣고 나면 조종사를 합해서 딱 5명이 앉을 수 있었다. 멋진 경치도 볼 수 있었고 전세기를 탄 느낌이었다.
오타고의 탄광 역사
인버카길에서 운전해서 퀸스타운에 도착하여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 우리는 에로우타운을 들러 간단한 간식을 먹고 사진을 찍고 카와로우 강 옆에 있는 금광채굴센터를 방문했다. 원래 오타고 지역은 보수적 스코티쉬 기독교인들이 많은 지역이었기 때문에 유흥 문화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강 근처에서 금이 발견되고 탄광촌으로 변하여 점점 탄광 근로자들이 많이 생기면서 지루함과 외로움 때문에 여러 유흥 문화가 들어왔다는 이야기와 다른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기독교 사상이 깊이 뿌리 내려져 있던 시절에도 돈과 쾌락 때문에 넘어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아름다운 청혼
금광센터를 떠난 후 아름답기로 소문난 테카포 호수와 선한목자교회를 방문했다. 선한목자 교회 안에서는 큰 소리로 기도할 수 없어 마음 속으로 뉴질랜드를 위한 5가지 기도를 되새기며 기도했다. 테카포 호수는 재작년 온어와 함께 방문한 이후 두 번째였다.
하지만 지난번보다 더 특별했다. 바로 온어의 남자친구 제임스가 온어에게 교회 바로 옆 호숫가에서 프러포즈를 한 것이다! 이렇게 아름답고 성스러운 곳에서 남녀가 결혼을 약속하는 일은 아름다운 것 같다. 짧은 시간이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우리는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메스벤이라는 작은 타운에서 하룻밤을 묵고 또 다시 길을 떠났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제임스 삼촌의 간증 듣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기도회가져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
이른 아침 우리는 여행의 마지막 도착지인 크라이스트처치를 향해 갔다. 우리 여행의 마지막을 그리스도의 교회에서 보내게 됐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듯 하다. 온어와 나의 동갑내기 친구들인 애나와 조싸이야부부 집에서 하루를 지냈다. 크라이스트처치에 사는 제임스 삼촌네가 우리 모두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사전에 제임스가 언급하길 삼촌은 원래 힌두교인이었는데 인도에서 친구를 따라 교회를 갔다가 극적으로 예수님을 만났다고 했다. 만나면 간증을 듣고 싶었다.
제임스 삼촌의 간증을 듣고 나서 생각하지도 않았던 기도회를 하게 됐다.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또 한 마음으로 이 땅의 부흥과 회복을 위해서 간구했다. 인도 사람이나 키위나 한국인이나 하나님의 영을 갖고 있는 사람은 같은 마음인가 보다.
10박 11일 길다면 길 수 있는 기간 동안 믿음의 친구들과 함께 방문하는 도시들마다 뉴질랜드를 위해 기도했다. 이번 기도여행을 통해 더 큰 뉴질랜드를 경험 하고 세계의 땅끝인 뉴질랜드를 향한 하나님의 끊임없는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글 김경연, 사진 임정현<오클랜드E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