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사님과 똥강아지

“너는 왜 이렇게 졸졸 따라 다니니?”
“좋아서요.”
“너는 왜 집에도 안가니?”
“좋아서요.”
“넌 왜 또 왔니?”
“좋아서요.”

교육전도사로 부임한지 얼마 안되어 늘 교회에서만 살려는 남자 아이의 대답입니다.

금수저 버금가게 물고 태어난 이 아이는 교회 앞 아파트에 사는 중학생 남자 아이인데 이 아이에게는 의사인 형과 누나가 있고, 독일로 유학 간 작은 누나가 있고, 주유소를 운영하시는 나이 드신 부모님이 계십니다. 잘나가는 형과 누나들이 있어서 인지, 아니면 잘난 형과 누나들에게 치어서 주눅이 들었는지 이 아이는 유독  ‘공부’에는 별로 취미가 없습니다. 공부는 해야겠고, 공부하기는 싫고…

그러다가 어느 날, 학생회 담당으로 새로 온 여전도사를 찍(?)었습니다. 부모님은 주유소 운영 차 지방에 계시고, 형, 누나들은 얼굴보기 힘들고, 늘 도우미 아주머니를 엄마 삼아 지내다가 젊은 여전도사를 보고는  ‘나의 가장 큰 누나’로 찍어 버린 겁니다.

학교 끝나고도 오고, 지나가다가도 오고, 불만 켜 있어도 옵니다. 아파트에서 내려다 보이는 교회 사무실을 염탐(?)하면서 여전도사 그림자만 보였다 하면 교회로 달려와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 엄마 이야기, 형한테 혼난 이야기, 공부하기 싫다는 이야기, 미래 이야기, 형 누나들은 잘나가는데 나는 아무 쓸모가 없다느니…

그 아이에게는 누군가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자기의 이야기에 귀 기우려 줄 사람이, 그래도 괜찮다고 토닥토닥해 줄 사람이 간절히 필요했던 거겠지요.

공부만 빼면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아이입니다. 성격 좋죠, 심성 따뜻하죠, 잘생겼죠, 부자(?)죠. 거기다가 믿음 좋죠.

그날부터 이 아이의 큰 누나, 때로는 엄마, 때로는 엄한 전도사로 그 아이에게 마음의 후원자가 되었습니다.

얼마나 졸졸졸 따라 다니는지 저는 그 아이를 ‘똥강아지’라 불렀습니다. ‘전’자는 어디에 팔아먹었는지 그 아이는 나를 늘 ‘도사님!’이라 불렀습니다.

‘도사님’ 소리를 귀가 닳도록 들으면서 흐른 세월이 10년이 훌쩍 지나고 , 그 아이는 미국에서의 삶과 공부와 일을 열심히 하며 새로운 타국에서의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몇 년이 지난 후, 부모님의 강압적인 협박(?)으로 부모님 사업을 물려받기 위해 한국으로 귀국 하는 길에 이곳 뉴질랜드 ‘도사님’을 찾아 왔습니다.

“저, 정말 부모님 사업 물려 받고 싶지 않거든요. 저도 제 나름대로의 삶을 살고 싶은데 부모님은 꼭 저보고 이 일을 맡아 하라고 그러셔요.”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 지렁이 하품하는 소리, 개구리 옆 발질하는 소리,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합니다.

“야, 이 똥강아지야! 남들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일인데너는 그냥 주시는 사업도 운영 못하냐? 이 똥강아지.”

“에이, 이제 저도 서른 넘은 어른이에요. 똥강아지라고 부르지 말고 똥개라고 불러요~”

“뭔 소리! 넌 나의 영원한 똥강아지야. 결혼해서 아그들 낳으면 그때 똥개라고 부를게.”

다른 자식들은 번듯하게 제 갈 길들 가는데 홀로 타국에 살고 있는 막내아들이 맘에 걸려 당신들의 사업을 물려주고 싶으신 그 부모님의 마음을 이 똥강아지는 왜 모르겠습니까?

한국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뻗튕기는 이 똥강아지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비자연장까지 해가며 안 가죠, 부모님은 빨리 보내라고 하시죠. 이제 내 맘대로 못하는 똥개가 되어 있어서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몇 달을 이곳에 머물다 비행기 예약을 해 놓고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집에 끌려갈 날을 기다리던 어느 날!

밤새도록 가슴을 치고, 벽을 치고, 몸부림치며 통곡하다 하얗게 밤을 지새우더니 이른 새벽, 퉁퉁 부은 얼굴을 하고 미련 없이 이곳을 훌훌 떠났습니다.

어머니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말았거든요.

그 며칠을 못 기다리시고 사랑하는 막내아들 얼굴을, 그 며칠을 빨리 가지 못해 사랑하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나의 똥강아지는 영원히 가시지 않을 후회와 아픔을 안고 지금까지 어머니의 그 빈자리를 지켜가며 어머니 남기신 사업을 잘 운영해 가고 있습니다.

나는 오늘도 ‘똥개 되었다’는 소식을 기다립니다.

토닥토닥! 토닥토닥!
등 두드려 주는 나의 보고픈 마음의 소리와 함께…

토닥토닥! 토닥토닥!
등 두드려줘야 할 이웃이 내게 있지 않나요? 지금요…
장명애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