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터키 프라이드야!”

잘나가는 카페 책임자로 있는 갓 결혼한 성도가
카페에서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해
주말과 주일까지 일을 해야한다고 합니다.

햇살이 따듯하게 좋은 날!
심방 겸 얼굴도 볼 겸
그가 일하는 예쁜 카페를 찾았습니다.

역시,
주방의 쉐프가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나오는 음식 자체가 예술입니다.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맛까지 좋아서인지
손님이 끊이질 않습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와 마주칠 때마다
웃음으로 인사하고
눈으로만 인사하며
깊어가는 가을 속 좋은 햇볕에 앉아
향그로운 커피 냄새에 취해봅니다.

마주 앉은 딸아이의 어깨너머로
따듯한 가을 햇살을 맞으며 지붕 위에 앉아 있는
낯익은 할아버지를 발견했습니다.

“저 할아버지 이름이 뭔 줄 알어?
켄터키 프라이드야!”

엄마가 아는 키위 할아버지를 만났나 해서
뒤돌아본 딸이 묻습니다.

“어떤 할아버지요?”
“저기 있잖아, KFC 할아버지!
켄터키 프라이드 할아버지!”

세상에나!!
제가 제 정신이 아니었나 봅니다.
말을 뱉고 나서야 아차! 하는데
이미 남편과 딸은 카페가 떠나 갈 듯이
이미 웃음이 터져 나와버렸습니다.

“엄마, 아예 저 할아버지 이름을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이라고 하지 그러셔요?”

아이고,
저 KFC를 창업한 할아버지가
미국 켄터키주에서부터 시작한 것이
온 세계로 퍼져서 지금 저기 저 지붕에도
앉아계신다고 말한다는 것이
왜 갑자기 저 할아버지 이름이
켄터키 프라이드냐고요……

그래도 감사하게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이야!”
풀네임(?)을 안 붙였으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해리포터를 말하면 헬리콥터라 하고,
치킨이라고 하면 키친이라고 말하고,
바리스타라고 하면 부르스타라고 말한다고
조카들이 지들 엄마를 놀릴 때

“나이들면 다 그래~!”

나도 함께 조카들 편에서 지들 엄마를 놀렸는데
어느 사이에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할랜드 샌더스 할아버지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졸지에 본의 아니게 나로 하여금
‘켄터키 프라이드’가 되셨잖아요.

본의 아니게 지금까지 나도 여러 사람
‘켄터키 프라이드’로 만들기도 했지만

나 역시도 나도 모르는 사이
‘켄터키 프라이드’가 되어 있을 때도 참 많습니다.

알면, ‘켄터키 프라이드’가 아니라고 웃을 수 있지만
모르면, ‘켄터키 프라이드’라 믿고
볼때마다 ‘저 사람은 켄터키 프라이드’라고
들은대로 믿고 들은대로 생각하겠지요.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켄터키 프라이드’가 되어 있기도 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 남을 ‘켄터키 프라이드’를 만들기도 하는
참으로 복잡 미묘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하나님 아버지를 아저씨라 부르지 않고
누가 뭐라 해도 언제나 변함없이 ‘하나님 아버지!’라 부르니
이 얼마나 기특하고 감사하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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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애
크리스천라이프 대표,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사모, 협동 목사. 라이프에세이를 통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 와 '은밀히 거래된 나의 인생 그 길을 가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