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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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피지,라우토카 지역)은 생지옥입니다. 인터넷이랑 통신상태도 안 좋습니다. 비행 스케줄 확인되면 연락주세요. 이쪽 항공은 전면 취소 됐다고 하네요.

지난 2월20일, 토, 오후 늦은 시간에 피지 현지로부터 날아온 카톡 전문이다. 부평초 같이 13년을 해외로 떠돌다가 피지에다 아담한 둥우리를 틀고 알콩달콩 살아보려는 제자 윤군에게서 날아온 비보(悲報)이다. 그리고 3시간 후에는 허리케인으로 피해를 입은 사진 십여 장과 함께 이런 내용의 메시지가 현지로부터 날아 온다.

카톡도 잘 안되니 가급적 허리케인이 소멸되면 오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허리케인 위력 무섭네요. 담장도 무너지고, 집안의 유리들은 박살나고, 나무는 뿌리 채 뽑히고, 온 집안은 물바다에, 전기는 안 들어와서 암흑 같고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습니다. 선생님께서 기도해 주시고 하나님께서 지켜 주셨나 봅니다. 감사합니다. 통신상태가 좋아지면 연락을 다시 드리겠습니다.

전신에 소름이 쭉 돋는다. 57년 전, 내 나이 열 세 살 적이다. 그날을 팔월 한가위 날로 살짝 기억한다.
1959년 9월11일에 사이판 섬의 동쪽 해상에서 발생한 제14호 태풍 사라의 얘기이다. 9월 17일에 한국의 중부와 남부 지방에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 한국의 역대 악풍 2호로 기록되는 이름도 예쁜 사라이다. 예쁜 이름과는 달리 그녀는 한반도에 엄청난 피해와 아픔을 주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간다.

당시에 인명피해만 948여명, 이재민 37만명, 재산피해는 2조원이나 된다. 새내기 중학생이던 내게 비쳤던 당일은 생지옥이었다. 갑자기 불어 오르는 냇가는 집안식구들을 동네의 야산으로 대피시킨다. 눈 아래의 동네는 물바다이다. 철이네, 분이네, 창이네는 이미 지붕까지 물이 차오른다. 외팔 아저씨네 담배 가게 집은 이미 물에 잠겼다. 동네 초입새에 동그마니 떨어진 섭이 할머니의 주막집은 지붕이 보일락 말락 이다.

시뻘건 흙탕물에 둥둥 떠내려오는 소와 돼지, 닭과 짐승들의 울부짖던 그 울음. 간밤에 야근하고 돌아와서 깊은 잠에 빠졌던 옥분이 삼촌은 차오르는 물을 피하다가 지붕 위에 까지 올라간다. 사람 살려 달라고 울부짖던 그날의 참상이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니 어찌도 그리 생생한지. 그 악몽이 마치도 어제 일같이 생생하다.

피지 행 항공일정이 모두 취소되었다는 통지를 주일 아침에 접수한다. 한참 후에 제자가 어느 집사님이 올린 글을 참고하라며 보내온 메시지를 읽는다.

이 글은 제가 아는 + 집사님이 올리신 글입니다.

몇 해전에 피지에서 두 분을 만났다. 그전에 피지에 왔다가 힘든 일을 당했던 터라 사람을 만나는 일을 조심스러워한다. +선교사님 부부는 전에 다니시던 직장을 정년 퇴임하고 뜻이 있어 자비량 시니어 선교사를 결심하고 왔다. 그래서 당신들이 살던 아파트와 얼마되지 않은 사재를 털어 이곳에 와서 선교를 시작했다. 작은 집들을 전전하며 예배와 선교를 하는 일이 성도들에게 부담스러워 작은 교회를 짓기로 하고 작년부터 작은 땅을 임대해서 교회를 짓기 시작했다.

여러 번의 우여곡절 끝에 올 초에 교회 모양새를 갖추고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겨우 힘들게 지은 교회였는데 이번 태풍으로 교회가 풍비박산이 났다. 교회를 지으면서도 연세가 있어 무척이나 힘들어 했는데 망연자실해 하시는 두 분을 보며 너무 가슴이 아프다. 무언가 뜻하시는 주님의 뜻이 계실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주어진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함께 기도하자고 했지만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지 막막하다. 아무튼 두 분이 잘 견뎌 내시고 다시 일어서시기를 기도해본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앞뒤를 생각할 겨를도 없다. 사쌀 가족들에게 현지내용을 알리고 모금 계획을 의논한다. 후원자를 찾아서 피지 현지 참상을 사진과 함께 알린다. 이 교회를 도웁시다.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피지 원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던 무명의 선교사를 도웁시다. 2월27일, 금요일에 발의한 피지 샤웨니교회 재건을 돕기 위한 모금행진은 이렇게 진행이 되었다. 처음으로 시도한 카톡만의 모금이다. 정확히 10일만에, 선한 사마리아인 23인을 통하여 목표액 5천불을 모금하여 현지 전달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