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통치약 파나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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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응급실에 가야 할 것 같아요. 같이 가주세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우리 집사님의 다급한 소리에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났습니다.
“아니, 어디가 갑자기 아파서요?”
“그게 아니구요.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다 기름이 확! 튀어서 눈에 왕창 들어 갔어요. 아무리 씻어도 눈이 아파요.”
서둘러 주유소로 달려갔더니 화장실에서 얼마나 눈을 씻어댔는지 눈탱이가 밤탱이요, 눈알은 토끼눈처럼 뻘건 것이 아프게도 생겼습니다.
“기름을 넣는데 아무리 노즐을 눌러도 기름이 안나오는거에요. 그래서 왜 안나오지? 하고 노즐을 빼는 순간 기름이 확! 나와버렸어요.”

그나마 경력있는 간호사인지라 나름대로 응급처치를 잘 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눈이 따갑고 아파서 눈을 뜨질 못합니다. 반 장님을 모시고 가까운 응급실로 갔습니다.
접수를 하고 기다립니다. 그저 마냥 기다립니다. 이 나라는 기다리다 병이 낫기도 하잖아요?

아프고 쓰린 눈을 감았다 떴다 하기를 수없이 한 후 드디어 의사를 만나러 들어갑니다. 눈 세척을 하고, 진료를 하고, 처방을 받고 그러려면 한참 걸리겠거니 했더니 금방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나참 기가 막혀서…세척도 안해주구요, 약도 안주구요, 보기만 하더니 괜찮다고 그냥 가래요. 그래도 눈이 많이 아프다니까 파나돌 먹으래요, 파나돌!”

우리의 만병통치약, 파나돌!
머리 아파도 파나돌!
허리 아파도 파나돌!
감기걸려도 파나돌!
콧물나도 파나돌!
손가락 부러져도 파나돌!
눈에 기름 들어가도 파나돌!
아프면 무조건 파나돌!

의사의 처방은 결국 우리의 만병통치약인 빛나는 파나돌입니다.

그럼, 나의 빛나는 만병통치약은 무엇일까요?
그러던 어느 날, 지방에 가던 길에 기름을 만땅 채우고 가야겠다 싶어 모토웨이 가까운 주유소에 들렀습니다.
노즐을 잡고 기름을 잘 넣고 있다가 틱!틱! 소리가 나길래 기름이 다 들어간 줄 알고 노즐을 빼는 순간, 확! 하고 기름이 밖으로 뿜어져 나와서는 나를 덮쳤습니다.
그래도 재빨리 피해서 다행히 기름이 한쪽 다리만 흠뻑 적셨습니다. 마지막까지 잘 보고 노즐을 뺏어야 했는데 조금 성급했던거지요. 그때 우리 집사님의 상황이 이랬겠다 싶었습니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갔습니다. 카운터 직원이 계산을 하다 말고 저를 빤히 쳐다보더니 ‘너에게서 기름 냄새가 많이 나는데?’ 하면서 킁킁 기름 냄새를 맡습니다.
‘기름이 확! 나와서 좀 젖었다’고 했더니 가지 말고 그대로 기다리라고 하고는 매니저를 부릅니다.
나이든 매니저가 와서 냄새를 맡더니 또 꼼짝말고 기다리라고 합니다. 그리고서는 어디론가 전화를 합니다.
왜 이렇게들 유난스럽게 호들갑을 떠나 했더니 혹시 내가 몸에 불을 붙여 사고(?)를 낼까 봐서 조치를 취하는 거였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나 담배 안 피워요.”

내 말에는 아랑곳 없이 전화기를 건네주더니 내 전화번호와 이름을 말하라고 합니다. 시꺼먼 전화기에 전화번호를 대고 내 이름을 댄 후 총총 내 갈길을 갔습니다.
“너에게 전화 갈거야”
아마도 기름을 뒤집어 쓴 동양 레이디가 사고(?)를 칠 수 있을지 몰라 전화로 생사를 확인하고 GPS로 추적을 할 모양입니다.

그래도 참 고마웠습니다.
언제, 어디서, 누가 ‘살아 있냐’고 전화할런지는 몰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경써주고 염려해 주면서 생사확인이라도 해주려는 그 마음이 참 감사했습니다.

혹시,
오늘 내 가까이에 이처럼 신경써주고 염려해 주고 생사확인(?)이라도 해야 하는 사람이 있지 않나요? 비록 작은 마음일지라도 그에게는 참 고맙고 감사한 일이 될거에요.

사순절을 지나고 있는 이때,
만병통치약 파나돌처럼 누군가의 아픔을 덜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살아봤으면 참 좋겠습니다.
장명애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