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000미터가 넘는 커피농장 방문기

캄보디아에 있을 때 수상마을 선교사님과 함께 잠시 태국을 다녀왔었다. 육지에서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던 선교사님은 태국의 치앙라이에서 해발 몇 천 미터에서 자라나는 커피농장에서 커피를 구해오는데 몇 달에 한번씩 직접 가서 커피 빈과 카페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물건들 (예쁜 컵 등)을 구해 왔다.

다양한 나라의 경계선이 붙어있었기 때문에 돈을 절약하려 하거나 많을 짐을 운반해야 할 때는 육로로 가는 것이 더 나았다. 물론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는 훨씬 고생스럽지만 한번쯤은 해볼만한, 하지만 다시 하라 하면 할 수 있을까 싶은 기억이었다.

선교사님이 굳이 직접 그곳을 방문해 커피 빈을 구해오려는 또 다른 이유는 카페에서 일하는 현지 친구들에게 직접 보여주어 친구들이 과정을 이해하고 사람들에게 더 잘 설명하게 해주려는, 그리고 여러 가지를 보면서 자라게 하려는 목적이 있었기에 고생스러워도 나에겐 너무나 귀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일단 바탐방에서 차를 타고 몇 시간을 걸려 태국과 캄보디아의 여러 곳으로 이동했다. 일단 캄보디아에서 나가는 관문(여권 보여주기)를 거치고 좀더 걸어서 쭉 가면 태국을 들어가는 문이 나왔다. 내 기억으론 캄보디아와 태국 국경으로 가는 사이에 비자를 받는 곳(돈을 주면 된다) 이 따로 있어서 그걸 먼저 하고 가야 했던 것 같다.

우리가 갔을 때는 마침 캄보디아의 큰 명절 시기 중 하나였는데 모든 동남아시아가 비슷한 명절을 지내서 그런지 사람이 정말 차고 넘쳤었다. 이민성을 통과하는데 몇 시간을 서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일단 체계가 엉망이고 관리도 엉망이어서 사람들이 줄을 제대로 서지 않고 계속 새치기를 해서 나중엔 어떤 게 줄인지 알 수 없었고 처음엔 새치기 하지 말라고 했던 외국인들도 이러다간 평생 있겠다 싶었는지 밀치고 나갔다. 조금이라도 경계를 늦추면 앞으로 누가 새치기를 했기 때문에 우리 다섯 명은 꼭 붙어있었다.

그렇게 겨우겨우 통과해 나왔지만 우린 그곳에서 차로 약 세시간을 걸려 방콕으로 가야 했다. 보통 밴을 타고 가는데 명절 때라 그런지 생각지 못하게 가는 차가 많이 없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선교사님과 딸은 자주 왔던 곳이고, 또한 캄보디아어도 능통했기에 겨우 자리가 남는 차를 구할 수 있었다.

그 차 안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엄청난 양의 짐 보따리가 있었고 나는 조수석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운전수와 조수석 가운데에 간이 자리에 앉아서 갔다. 그렇게 겨우 도착한 방콕에서 또 한번 택시를 잡아 숙소까지 가서 하루 묵고 그 다음날 우리는 다시 방콕 공항으로 가서 치앙라이로 향했다. 정말 힘든 스케줄이었지만 많은 날을 비울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었다.

치앙라이에서는 우리가 가려는 커피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선교사님이 나와서 우리를 숙소까지 태워다 주었다. 치앙라이는 태국에 비해 일단 해발 자체가 약간 높이 있는 도시라서 유명한 커피농장들이 많다고 했다.

하룻밤 자고 다음날 선교사님과 함께 커피농장으로 갔는데 너무 높고 길이 구불구불해서 가는데 멀미하느라 힘들었다. 미얀마의 국경과 가까이 위치해 있어 커피농장으로 들어가려면 군인이 서있는 곳을 통과 한 후 들어갈 수 있었는데 그 마을이 있는 산은 원래 마약을 재배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별세한 태국 왕이 그 곳을 커피농장으로 바꿨는데 사람들이 재배하고 키우고 그걸로 수익을 낼 줄을 몰라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커피농장을 운영하는 선교사님이 와서 마을에서 동거동락 하면서 사람들이 커피농사를 지으며 아갈 수 있도록 체계를 잡고 도와주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자라나는 커피나무들은 숲에서 자라고 있었기에 농약을 칠 수 없는 구조라서 직접 다 손으로 할 수 밖에 없어서 진정한 유기농 커피였다. 뉴질랜드 커피는 어느 곳과 비교해도 일품이지만 그 곳에서 마셨던 커피는 정말 잊을 수 없다.

커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커피농장에 직접 가서 나무에서부터 포장된 커피 빈으로까지의 과정을 직접 보고 듣고 만져보다니, 정말 돈 주고도 하기 힘든 경험이었고 일생에 또 이런 경험이 있을까 싶다.

그곳에서의 짧은 여정을 마치고 방콕으로 돌아와서 방콕 구경을 했는데 주말마켓인 짜투착 마켓은 정말 신세계였다. 없는 것이 없었던 그곳에서는 그만큼 이동인구가 많아 가방을 꼭 앞으로 매야 소매치기를 안 당한다고 해서 조금은 무서웠지만 신혼살림살이를 여기서 장만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내 생애 최고의 장소가 되었다.

방콕에 가면 꼭 짜투착 마켓을 가볼 것을 추천한다. 가도가도 끝이 없고 그 종류도 정말 끝이 없었다. 돌아오는 길엔 짐이 많아 더 험난했지만 정말 귀한 경험이었고 내가 어찌 보면 짐일 수도 있는데 데려가 주신 선교사님께도 너무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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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정
더니든에 있는 오타고 대학교 졸업. 약사. 사랑의교회 청년. 약사로 일하다가 1년 내려놓고 캄보디아와 태국 선교지에서 반년을 있었고, 나머지 반년은 한국과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다양하게 경험하는 시간을 갖고 돌아와서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