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 젊은이들은 과연 종교적일까

패트리셔 애버딘(Patricia Aburdene)은 그의 저서‘메가트렌드 2010’에서 21세기는 영성(spirit)의 시대라고 단언했다.
그가 말하는 영성은 ‘내적인 평화, 명상, 웰빙, 기도, 삶의 목적, 미션’ 등과 같은 포괄적인 개념으로, 많은 사람들이 ‘개인적 성장, 종교, 명상, 요가’등을 통해 개인 영성을 발전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는 세계 유수한 미래학자나 신학자들에 의해서도 제기 되었다.

21세기는 제도적인 종교보다 개인적인 영성이 강조되는 시대가 된다는 것이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영성과는 좀 거리가 있을지 모르나 영성이 강조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기독교인으로 그리고 목회자로 영성이 강조되는 것은 반길만한 현상이지만, 그 이면에 제도적 종교가 몰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이 시대가 기회이기도 하지만 또한 심각한 도전이기도 하다.

세계 3대 종교의 성지 이스라엘
이스라엘의 상징적 수도라 할 수 있는 예루살렘에는 세계 3대 종교의 성지가 함께 공전한다. 유대교 성전의 일부분으로 남아있는 통곡의 벽에서 유대인들은 성전의 회복을 위하여 눈물로 기도한다.

알라가 승천한 곳을 기념하여 세워진 황금사원에서 이슬람 예배가 진행되고,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의 죽으심과 부활을 기념한 교회에서 기도와 찬송가가 울려 퍼진다. 세계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종교의 도시요, 종교의 나라이다.

그렇다면 이 종교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유대인들은 대단히 종교적일까? 그렇지 않다. 약60~70% 이르는 세속적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존재 자체를 믿지 않을 뿐 아니라, 대다수의 유대 젊은이들은 이 3대 종교에 관심이 없다.

이슬람은 적대국인 팔레스타인과 아랍 나라들의 종교이기에 당연히 싫어하고, 기독교는 자신들을 항상 핍박하던 종교라 믿기에 혐오한다.

그렇다면 그들의 전통 종교 유대교는 어떨까? 유대교는 유대인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고 삶의 기준과 가치를 제시해 주는 아주 중요한 종교이지만, 유대교를 선호하는 유대 젊은이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왜냐하면 유대교가 정통 종교 유대인(orthodox Jews)들에 의해 대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통 종교 유대인에 의해 대변되는 유대교
정통 종교 유대인들은 누구인가? 전통을 중시함으로 그 더운 이스라엘서도 여전히 검은색 코트와 털모자를 쓰고 다니는 종교주의자들이다. 이스라엘의 멸망으로 전세계에 흩어졌던 많은 유대인들이 동구 유럽 등에 오랫동안 살아가면서 검은색 코트와 털모자를 쓰게 되었고 결국 그들의 전통 복장이 되었다.

이스라엘이 독립된 이후 동구권 유대인들이 이제 추운 나라를 떠나 이스라엘로 돌아 왔지만, 여전히 검은색 코트와 털모자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해되지 않는 전통에 갇혀 있는 정통 종교 유대인들을 이 시대의 젊은 유대인들이 좋아할리 만무하다.

정통 종교 유대인들은 일을 하지 않는다. 하나님을 향해 자신들이 드리는 기도가 그들의 일이라 주장한다. 그래서 국민들의 세금, 즉 정부에서 지원하는 혜택을 받으며 살아간다. 머릿 수당 받는 혜택이기에 아이를 많이 낳으면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 정통 종교 유대인 중에는 일반 승용차로 가족을 다 태울 수 없어 승합차를 가족용 차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다.

세속 유대인들이 정통 종교 유대인들을 싫어하게 된 결정적인 일이 있었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당시, 이라크가 친미 국가인 이스라엘을 침공할 것을 염려해 많은 사람들이 피난 갈 것을 고민했다. 그러나 자신들의 집과 재산이 그 땅에 있으니 어디로 피난을 갈 것인가?

그런데 적지 않은 정통 종교 유대인들이 미국으로 피난을 떠났고, 심지어 그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미국에 집과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종교인들을 먹여 살리는 세금까지 내며 힘겹게 살아가던 일반 유대인들에게 정통 종교 유대인들의 이 이중적 삶은 큰 배신감을 안겨 주었다.

유대 젊은이들이 찾는 영성
그렇다면 유대 젊은이들은 종교를 완전히 버렸는가? 종교를 버렸다기 보다는 새로운 영성의 세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개인의 내적 평화를 강조하는 불교와 힌두교에 기초를 둔 뉴에이지 운동에 빠진 것이다.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기존 종교의 갈등과 그로 인한 전쟁과 테러에 신물이 난 유대 젊은이들에게 내적평화와 외적인 조화를 강조하는 불교와 힌두교의 가르침은 대단히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매년 네 다섯개의 뉴 에이지 페스티발이 이스라엘 전역에서 열린다. 가장 큰 페스티발인 붐바멜라 뉴에이지 페스티발은 아이러니하게도 유대인의 가장 큰 명절인 유월절에 열린다.

하나님의 구원을 기념하는 유월절에 이방 종교를 따르는 페스티발이 열리는 기현상이 이스라엘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2004년 붐바멜라 뉴에이지 페스티발에 처음으로 참여하였는데, 약 3만명의 젊은이들이 모여 힌두교 가르침과 불교의 명상을 배우는 모습을 보고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현지 기독교인들과 함께 팀을 꾸려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였는데, 팀원 중 유일한 아시안인이었던 필자에게 많은 유대인들이 전도지를 받으러 왔다. 동양 불교를 전하는 사람으로 오인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배우는 불교와 힌두교는 너무나 피상적이다. 해변가에서 수영복을 입고 잠시 명상에 잠겨 보는 정도이니 말이다. 그러나 뉴에지 페스티발의 급속한 성장을 보면서, 종교의 땅 이스라엘에도 제도권 종교의 몰락과 더불어 개인 영성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종교에서 영성으로
‘교회의 종말’(Christianity after Religion)이란 충격적인 제목의 책을 번역하여 소개한 이원규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기독교의 시대는 갔다고, 교회와 교인들에게서는 영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낙심하는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소명과 결단에 대한 깨달음을 준다… 오늘날 죽어가는 것은 ‘종교’로써의 교회이며, 기독교는 이제 ‘종교’를 넘어서야 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영성’을 이야기한다. 교리 조항이 아니라 경험에 토대를 두는 믿음, 그리스도를 본받으려는 수행으로서의 실천적 행동, 공동체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소속이 함께 조화를 이루면서, 죽어가는 제도적 종교로서의 교회의 관습과 전통을 대신하는 새로운 각성운동이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