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아닌 외국인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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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뉴질랜드에 있으면서 SNS에 올라오는 맛있는 것들, 재미있는 것들, 색다른 것들을 이것저것 해보고 싶었는데 막상 해보려니 뭔가 괜히 두려워졌다. 돈도 점점 떨어지고 있었고 그냥 쭉 여행만 하다 돌아갈까, 아니면 한국에서 내가 해보고 싶었던 모든걸 해보고 돈을 다 쓰고 다시 제로에서 시작할까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뭔가 한국에 있으면서 경험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여행은 지난 호에 썼던 영국과 일본을 혼자 다녀온 게 한국에 있으면서 다녀온 여행의 전부였다.

한국에 오니 일단 당장 뭘 해야겠다는 계획이 크게 없었던 것도 내 두려움에 한몫 했겠지만 떨어지고 있는 돈, 그리고 외국인으로서 처음 한국에서 살아본다는 것 이 두 가지가 은근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은행에 가고 전화를 개통하고 이 모든 것이 외국인의 신분으로는 너무너무 불편했다. 뉴질랜드도 외국인으로서 이렇게 불편했었나, 우리 부모님이 처음에 이런 불편한 절차를 다 거쳐서 내가 그 불편함을 모르고 살았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뉴질랜드에선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identity crisis를 한국에서 지내게 되면서 처음 느껴봤던 것 같다. 나는 항상 뉴질랜드에선 too asian이라 생각했고 내가 more Korean than Kiwi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에선 more foreign than Korean이었고 이런 부분이 혼란스러워지면서 처음으로 identity문제에 대해 고민했던 이민청년들이 이해가 되었다.

나는 한국말을 뉴질랜드에 있는 친구들에 비해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나도 크게 낫지는 않다는 것을 느끼며 한국말 어눌하게 하는 친구들을 놀렸던 게 생각나고 미안해졌다…(물론 귀여워서 놀렸던 것이지만).

겉으로는 멀쩡한 한국인 같이 생겼고 말도 발음이 특이한 게 아닌 누가 봐도 전형적인 한국인인 것 같은 나는 ‘한국말을 못 하는 척 할까’, ‘영어만 써볼까’를 초기에 정말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차라리 발음이 어눌했으면… 차라리 외국인처럼 생겼으면 더 친절히 가르쳐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가끔은 이런 상황을 하나하나 설명해야 하는 게 짜증나기 시작했다.

여행으로 잠깐 잠깐 한국에 왔을 땐 그런 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고 날 그렇게 보던 말던 재밌는 일화로 넘길 수 있는 일들이 길게 지내면서 나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옴을 보며 선교지에서의 느낌이 생각났다.

선교지에서도 잠깐 있을 땐 별로 큰 문제가 되지 않던 것들이 그곳이 나의 거주지가 되었을 때 문제로 변하는 것을 경험했었는데 이와 비슷한 것 같다. 게다가 지나가면서 여러 방법으로 접근하는 소위‘도를 아십니까’를 얼마나 많이 만났는지… 내가 뭘 모르는 게 티나나?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그들은 항상 나에게 다가왔다.

자꾸 다가오니까 어느 순간 짜증이 났는데 생각해보면 그만큼 한국에 깊게 자리잡은 미신적인 tradition이 영적으로 깊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에 안타깝기도 했다.

한국에서 지내면서 또 한가지 크게 깨달은 것은 돈에 대한 나의 자세였다. 한국은 일단 나가면 돈이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일단 나가면 돈을 안 쓰고 들어오기란 그냥 운동을 나간 게 아닌 이상 불가능했다.

뉴질랜드에서 일하고 있었을 때도 나름 돈과 선한 싸움을 하고 씨름을 하고 일터에서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살아가려고 spiritual battle을 했다고 생각했다.

또한 한국에서 지낼 곳도 마땅치 않아 왜 마음 편히 누울 곳 하나 없을까 라는 생각에 서글퍼지면서 그냥 집 작은 거라도 하나 딱 계약 할 수 있는 그런 돈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실없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돈을 중요시하고 우선시하는 것은 세상적이라 생각했는데 나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이 모든 것의 주인 되시는 하나님을 의지했던 것이 아니라 꼬박꼬박 얼마가 들어올지 아는 내 income과 bank account를 의지했었구나! 라고 깨닫게 됐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돈이 얼마나 있냐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내 모습을 보며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렇게 깨닫게 해주심에 감사하며 돈이 얼마나 있던지 상관없이 흔들리지 않고 감사하고 기뻐할 수 있는 연습을 하려 했다.

한국에 있던 기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나에게 큰 두 가지 (Identity&돈)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깨닫게 해준 귀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하고 힘든 것도 즐거운 것도 있었지만 감사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