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로 시작한 대한민국 국회

0
45

그동안 이스라엘 건국 70년을 초점으로 하여 이스라엘의 역사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이제 여기서 잠깐 멈추고 대한민국 정부수립 70년을 초점으로 하여 우리나라 역사 이야기를 잠깐 살펴본다.

7월 17일은 제헌절이다. 우리나라가 근대적인 정부를 처음 수립하고 헌법을 제정한 것을 기념한날인데, 사실 이날 7월 17일은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날이다.

조선의 건국 일의 음력 날짜를 양력으로 바꾸어 광복된 국가의 새로운 정부수립을 위한 헌법을 제정하여 선포하는 날로 삼은 것은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2차대전 이후 건국된 수많은 신생국가들과는 달리 뿌리 깊은 역사를 가진 나라임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항복으로 우리나라는 일제의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았다. 우리나라를 강점했던 일본이 패망하였으므로 우리나라 백성들은 모두가 잃었던 국권을 회복하는 것이 금방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줄로 예상했다.

그러나 미소간에 열린 얄타회담의 결과에 따라 한반도는 북위 38도선을 기준으로 남북이 나뉘어지고, 북한 지역에는 소련군이, 남한 지역에는 미국이 진주함으로써 남북은 분단이 되고 말았다.

해방공간에서 수많은 사건들을 통해서 분열과 대립과 협력과 공조가 이루어졌지만 남북 분단의 골은 점차 깊어지고 통일의 가능성은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1945년 12월 미, 영, 소 3국 외상이 만난 모스크바 삼상회의에서 우리나라를 미, 영, 중, 소 4국이 5개년간 신탁통치하기로 결정하였다. 신탁통치를 둘러싸고 좌우 진영이 찬탁과 반탁으로 나뉘어 끊임없이 분쟁과 갈등을 계속했다.

모스크바 삼상회의에 따라 설치된 미소공동위원회는 1946년 3월과 1947년 5월, 두 번의 만남이 있었으나 실질적인 진척을 이루지 못했고, 미국과 소련 사이의 냉전이 극도로 심해지면서 그 기능을 전혀 발휘할 수 없어 유명무실한 기구가 되고 말았다.

미국은 1947년 9월 17일 한반도 문제를 유엔에 상정하여 이관하였고, 1948년 2월 유엔총회에서는 유엔의 감시하에 총선거를 실시하고 한반도에 독립정부 수립할 것을 결의하였다. 이 결의에 따라 1948년 5월 10일 유엔의 감시가 미치는 범위 안에서 총선거가 실시되었고 198명의 국회 의원이 선출되어 5월31일 개원하였다.

제헌국회 의원 가운데 가장 연장자로 임시의장이 된 이승만은 다음과 같은 개회사로 회의를 시작하였다.

“대한민국 독립민주국 제1차 회의를 여기서 열게 된 것을 우리가 하나님께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종교 사상 무엇을 가지고 있든지 누구나 오늘을 당해 사람의 힘만으로 된 것이라고 우리는 자랑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 기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의하십니까? (동의 및 재청) 우리가 다 성심으로 일어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릴 터인데 이윤영 의원 나오셔서 간단한 말씀으로 기도를 올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에 북한에서 조만식과 함께 조선민주당을 이끌다 소련의 핍박으로 월남하여 종로 갑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이 된 목사 이윤영이 단상에 나와 기도를 하였다.

이 우주와 만물을 창조하시고 인간의 역사를 섭리하시는 하나님이시여!

이 민족을 돌아보시고 이 땅에 복을 내리셔서 감사에 넘치는 오늘이 있게 하심을 진심으로 감사하나이다. 하나님께서 오랜 세월 동안 이 민족의 고통과 호소를 들으시고 정의의 칼을 빼셔서 일제의 폭력을 굽히셨으며 세계인의 양심을 움직이시고 우리 민족의 염원을 들으심으로써 역사적인 환희의 날이 우리에게 오게 하시고 하나님의 섭리가 세계 만방에 드러나게 하셨음을 믿나이다.

하나님이시여! 이로부터 남북이 둘로 갈리어진 이 민족의 어려운 고통과 수치를 신원하여 주시고, 우리 민족 우리 동포가 손을 같이 잡고 웃으며 노래 부르는 날이 우리 앞에 속히 오기를 기도하나이다.

하나님이시여! 원치 아니한 민생의 도탄은 길면 길수록 이 땅에 악마의 권세가 확대되나 하나님의 거룩하신 영광은 이 땅에 오지 않을 수 없을 줄을 저희들은 생각하나이다. 원하옵건대 우리 조선 독립과 함께 남북 통일을 주시옵고 또한 우리 민생의 복락과 아울러 세계 평화를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거룩하신 하나님의 뜻에 의지하여 저희들은 성스럽게 택함을 입어 가지고 글자 그대로 민족의 대표가 되었습니다. 그러하오나 우리들의 책임이 중차대한 것을 저희들은 느끼고 우리 자신이 진실로 무력한 것을 생각할 때, 지(智)와 인(仁)과 용(勇)과 모든 덕(德)의 근원이 되시는 하나님 앞에 이런 요소를 저희들이 간구하나이다.

이제 이로부터 국회가 성립이 되어서, 우리 민족의 염원이 되는, 세계 만방이 주시하고 기다리는 우리의 모든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며 또한 이로부터 우리의 완전 자주독립이 이 땅에 오며 자손 만대에 빛나고 푸르른 역사를 저희들이 정하는 이 사명을 완수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하나님이여! 이 회의를 사회하시는 의장으로부터 모든 우리 의원 일동에게 건강을 주시옵고 또한 여기서 양심의 정의와 위신을 가지고 이 업무를 완수하게 도와주시옵기를 기도하나이다.

역사의 첫걸음을 걷는 오늘의 우리의 환희와 우리의 감격에 넘치는 이 민족적 기쁨을 다 하나님께 영광과 감사를 올리나이다.

이 모든 말씀을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을 받들어 기도하나이다. 아멘

제헌의회 의석은 당초 300석으로 할 예정이었으나, 북한에 배정된 100석이 선출되지 못했고, 제주도는 4.3항쟁으로 말미암아 선거가 연기되었다.

그래서 당시 의원수는 198명이었는데, 그 중 기독교인은 기도한 이윤영 목사 등 4명의 목사를 포함하여 이승만과 윤치영 등 모두 54명이었는데, 이는 전체 의원수의 약 27%에 달했다. 당시 인구대비 기독교 신자 비율은 약 5%인 것을 비교하면 제헌의회에 기독교 인사들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기독교인으로서 제헌국회가 하나님께 드려진 기도로 개회되었음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