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은 어떤 도시인가

매일 매 순간 느끼는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늘 하는 이야기이지만 세상은 참 넓고 가보아야 할 곳은 너무나도 많다. 그 중에도 유럽여행 중 많은 사람들이 거쳐가는 도시이자 내가 영국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이 도시 런던. 어찌 보면 많은 이들의 유럽여행의 가장 시작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단순히 유럽이란 곳을 꿈꾸며 런던에 대해 가장 큰 로망을 가졌던 좀 더 어린 시절의 나는 어느덧 런던 생활 2년 차에 접어들었고, 아마 조만간에는 또 다른 비자문제로 런던에 남느냐 집으로 돌아가느냐 하는 생각들과 싸우게 될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로망이고, 누군가에게는 그냥 단순히 집처럼 느껴질 이 도시. 정말 한 사람 한 사람마다 다르게 다가올 이 곳, 이런던은 도대체 어떤 도시인가 소개해보려고 한다.

런던을 소개합니다!
유럽여행에 빠져서는 안되는 런던이지만 살인적인 물가로 인해 일정에서 빼는 사람들도 많은 편이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 잠시 런던을 소개하자면, 런던은 영국의 수도이자 유럽에서 가장 큰 도시로 뽑히며 런던에만 850만명이 살고 있다. 뉴질랜드 전체 인구가 470만 정도로 알고 있는데 런던 도시 안에만 뉴질랜드 인구 두 배의 사람이 사는 것이다.

살다 보면 런던이 사람이 많다고 느낄 때도 많지만 그건 주로 관광지에서나 드는 생각이고, 관광지를 벗어나면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 있나 싶을 정도로 조용하기도 하다. 하지만 런던 도시 자체가 땅덩이가 워낙 크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상한 것도 아니다.

넓은 듯 안 넓은 듯
전에 런던에 사람들이 흔히 갖는 두려움 중에 하나인 인종차별에 대해 다룬 적이 있는데, 런던에는 워낙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기 때문에 전혀 걱정과는 달랐다고 얘기한 기억이 있다. 이번에 안 사실인데, 런던 안에는 300개 이상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런던을 동서남북으로 나누면 서쪽에선 영국인을 더 많이 볼 수 있고, 중동이나 아프리카 사람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요즘은 동유럽 사람들도 많아지는 추세인데 폴란드 사람들과 루마니아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현재 일하고 있는 학교는 동쪽에 있다 보니 나 역시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접하고 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문화들을 배워가고, 아이들이 집에서 쓰는 언어도 조금씩 배우다 보니 나도 재미가 있고, 아이들도 좋아하고 신기해 하기도 한다.

런던은 이렇게 동서남북으로 나누어 지며 자치구들이 있는데 이 구들을 여기선 ‘borough(버러)’라고 부른다. 런던에는 이 borough가 33개나 있는데 세계에서 제일 많은 것이라고 한다는 소문이다. 런던에선 사람들이 어느 지역이 좀 더 안전하고, 어느 지역이 좀 더 위험한지 따지기는 하지만 정말 위험하지 않은 이상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 것 같았다. 한 지역에서도 골목 하나 차이로 분위기가 달라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런던의 유명 관광지들
런던은 볼거리가 정말 많은 도시이다. 런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빅 벤, 런던아이가 대표적이고, 그 외에도 여왕이 거주하는 버킹엄 궁전, 런던 탑, 그 옆에 야경으로 유명한 타워 브리지, 웨스트민스터 국회의사당, 유명한 사람들의 무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웨스트민스터 사원, 경도의 기준이 되는 그리니치 천문대가 유명하기도 하다. 이 천문대에서는 빨간 줄 위로 사람들이 쭈르르 서서 빨간 줄과 셀카를 찍는 진기한 풍경이 펼쳐지는데 그 모습이 굉장히 재미가 있다.

또 세계 3대 성당 중 하나이자 108m의 높이를 자랑하는 성공회 성당인 세인트 폴 대성당이 있다.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결혼식이 열렸던 곳이기도 하고, 지하에는 나이팅게일의 묘가 있어 더 유명하기도 하다. 이런 런던 관광지들을 며칠 동안 자유로이 다닐 수 있는 패스가 있는데 바로 ‘런던패스(London Pass)’이다.

런던패스가 있는 사람들은 입장료가 있는 곳은 무료로 들어갈 수 있고, 교통권이 함께 주어져서 짧은 시간에 관광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전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런던에 오셨을 때 3일 관광하며 사용하게 되었는데 어찌나 편한지. 런던에 살면서는 되려 부담스러워 가지 못했을 법한 곳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그만큼 가격이 싼 편은 아니지만 짧은 시간에 런던을 둘러봐야 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추천한다.

박물관, 미술관의 천국!
박물관으로는 대영박물관이 대표적이고, 미술관으로는 내셔널 갤러리가 대표적이지만 현대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테이트 모던도 좋고, 그 외에 숨겨진 과학 박물관이나 자연사 박물관도 엄청나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박물관이나 미술관들을 많이 추천하는 편인데 배울 것도 많지만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많기 때문이다. 자연사 박물관 같은 곳은 아이들이 많이 오는 편이라 재미가 있도록 만들어 놓기도 했지만 어른들에게도 인기만점이다,

최근에 다녀온 Postal Museum이 인상 깊었는데 영국의 가장 큰 우편 서비스인 Royal Mail에서 우편 제도의 시작부터 최근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알고 보니 근대 우편 제도를 가장 처음 만든 사람들이 영국인들이었다고 한다.

박물관이나 미술관들이 워낙 규모가 커서 반나절은 기본적으로 잡고 둘러봐야 한다. 런던엔 셀 수 없는 수많은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있는데 영국에서 가장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있는 도시이니 꼭! 꼭! 런던에 오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한 가지 강조해야 할 부분은 바로 대부분‘무료’라는 것! 혹여 입장료가 있다 해도 개인적으로는 낼만한 가치를 하기 때문이라 돈을 주고라도 꼭 가기를 추천한다.

런던의 대중교통
런던이라는 도시가 바로 세계 최초로 ‘지하철’을 만든 곳이다. 이 지하철을 영국에선 ‘Underground’나 ‘Tube’라고 부른다. 옛날 지하철을 처음 만들 때엔 기술이 부족해서 큰 터널을 뚫을 수가 없었기에 하수구 만들듯이 튜브를 땅 속에 집어 넣어 해결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하철 플랫폼에 서서 터널을 쳐다보면 좁고 둥그런 모양이라 저런 작은 구멍에서 어떻게 기차가 나오지 싶을 정도다. 하지만 열차도 튜브 모양이라 열차가 터널을 나올 때나 들어갈 때 쳐다보고 있으면 정말 신기할 정도로 딱 알맞게 들어간다.

지하철 없는 오클랜드에서 살던 나는 마냥 편하기만 한데, 한국의 지하철을 경험하고 오는 사람들에게 언더그라운드는 고역이다. 런던의 지하철은 만들어 진 지 100년이 넘었다고 하는데 한번도 청소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더러운 얘기이지만, 워낙 오래 되고 청소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지하철을 한번 타고 나와서 코를 닦으면 코에서 까만 먼지가 나온다.

또한 초기에 만들어져 여태껏 사용되는 몇몇 노선들은 어찌나 깊은지 에스컬레이터를 한참이나 타고 내려가야 하고, 역 안은 정말 엄청나게 덥다. 사람들이 적응하지 못하는 것 중에 하나이다.

지하철에 에어컨이 없다. 겨울에야 따뜻하고 좋지만 여름에는 더위를 잘 타지 않는 내게도 너무 더운 런던의 지하철을 보며 나는 늘 이렇게 얘기했다. 런던의 지하철은 지구의 핵과 맞닿아 있다고. 그 정도로 깊고 덮다.

러시아워 시간에는 호흡곤란으로 기절하는 사람들도 많을 정도니 말 다 했다. 실제로 역사상 최악의 질식사 사태도 벌어진 적이 있다고 한다. 아는 지인이 기절하는 사람들을 목격한 적도 있다. 물을 꼭 갖고 타라거나, 아침을 꼭 먹고 타라는 등의 광고문을 쉽게 볼 수도 있다.

미국에 비하면 영국은 작은 나라이고, 뉴욕에 비하면 런던은 작은 도시이지만 서유럽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도시는 런던일 것이다.

런던은 알아가고 알아가려 하면 더 재미가 있는 도시인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고, 많은 사람들이 지나쳐가는 도시에 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늘 감사하고, 감사할 수 밖에 없다. 또 사랑하고 사랑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나는 이 곳에서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혹여나 조만간 돌아가게 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꼭 다시 돌아올 곳인 것 같다. 이제는 이 곳을 나는 이렇게 부른다.‘나의 또 다른 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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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민
12살 때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로 이민, 오클랜드대학교 유아교육과 졸업, 킹스크로스교회 출석, 런던에서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다. 20대에 처음으로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적응해가면서 보고 느낀 많은 것들을 나누고, 영국이란 나라, 런던이란 도시는 어떤 곳인지 조금이나마 소개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