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 한국어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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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공공장소에서 핸드폰을 받으면, 가끔 주위에 있는 현지인이“안녕하세요? 한국사람 인가요? 전 한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라며 말을 걸어오는 경우가 있다.
모처럼 얻은 한국어 회화연습의 기회를 한껏 활용해 보기를 원하는 그들에게 나는 원어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며 응대를 해 준다.

“한국어를 배운지는 얼마나 되셨나요?”“한국어는 왜 배우나요?”등의 대화를 하다 보면 예전에 한국에 외국인이 귀했던 시절에 노랑머리 외국인에게 영어회화를 연습을 하기 위해 질문을 하며 따라다니던 청년들의 모습이 문득 떠오르며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싱가포르 대부분의 대학교와 폴리텍에서 교양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는 한국어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어 동아리도 생겨나고 커뮤니티 센터의 한국어 수강생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개인이 운영하는 한국어 학원에서도 부족한 한국어 강사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싱가포르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으며, 한국영화들이 극장에서 자주 상영되고 있어 현지인들에게 한국어는 친숙함이 느껴지는 언어로 일상생활 속에 자리잡게 되었다.

특히 K-Pop이 보급 되면서 한국어 가사를 좀더 실감나게 따라 부르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게 되었다는 젊은이, 한국 드라마를 영어 자막으로 보는 것보다 한국어를 배워서 대사를 직접 이해하고 싶다는 현지인들이 많아진 탓에 한국어 붐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필자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한국어 말하기 대회’에는 매년 참가하는 싱가폴리안들의 한국어 수준은 나날이 높아져서 쉽게 우열을 가릴 수 없어 심사위원들은 진땀을 흘리곤 한다.

최근에 현지 슈퍼에서 판매되는 수입된 한국제품들에 다른 나라제품과 차별화하기 위해서 한글로 표기된 수출품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대표식품인 라면을 비롯한 식품들은 다른 나라의 모조 브랜드와 차별화하기 위해 한글로 크게 브랜드 명을 표기하는 추세이다.

뿐만 아니라 화장품 용기에도 영어 단어로 된 제품명을 굳이 한글로 표기한 제품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예를 들자면‘내추럴 미네랄 썬 프로텍션’이렇게 크게 한글로 표기하고 그 밑에 영문 알파벳으로 작게 표기하고 있어 높아진 한국의 위상만큼이나 한국어 표기가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표기할 수 있는 한글은 120,000가지의 소리를 한글로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일본어는 고작 300개이며 중국어도 400개 정도라고 한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한글은 1997년 유네스코에서 훈민정음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유네스코에서 해마다 문맹퇴치에 공헌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상의 이름을‘세종대왕 문맹퇴치상’으로 제정하였다.

자국의 언어를 표기할 문자가 없는 나라인 동티모르에서는 한글을 차용하여 표기하고 있으며 볼리비아의 아마미라족도 한글을 도입하였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2014년의 통계에 의하면 한글을 제 2외국어로 채택하는 나라가 24개국에 이르고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그 순위는 일본(312개교), 미국(122개교), 태국(69개교), 대만(58개교) 호주(57개교) 이다.

올해 10월 9일 한글날을 지내면서 생존하셨다면 이제 100살을 막 넘기셨을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고난의 시절을 사신 아버지는 특히 일제 강점기를 지내 오면서 우리말과 우리글에 대한 수난사를 생전에 종종 얘기해 주셨다.

창씨개명을 해야만 했으며 학교에서 한국친구와 한국말을 했다는 이유로 일본인 교사에게 수시로 불려가 체벌을 받았다고 한다.

내 나라 말과 글을 마음대로 쓸 수 없었던 숨막혔던 그 시절에는, 지금처럼 세계인이 열심으로 한글을 배우는 이러한 세상을 어디 꿈이나 꿀 수 있었을까?
국제사회에서 한껏 높아진 한국의 위상과 더불어 한글과 한국어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특히 해외에서 자라나는 한인 차세대들에게 심어주기에 결코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