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했습니다. 이로 인해 주요 피해지인 휴스턴을 중심으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고, 피해액은 최대 1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이번 허리케인 하비는 사피어-심프슨 열대저기압 등급 중 4등급으로 가장 센 것이 5등급인 것을 고려하면 얼마나 강력한 것이었나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비로 인해 엄청난 피해가 있었지만 가장 안타까운 것은 사망자들입니다. 공식적인 통계에 따르면 사망자의 수가 35명이 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저런 마음 아픈 사연들이 많이 있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미국을 울린 엄마와 어린 딸의 사연이 있었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6월 29일,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로 주차장이 물에 잠겨 차를 뺄 수 없던 콜레트 설서는 3세 된 딸 그레이스를 등에 업고 대피를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주차장 옆 배수시설의 물이 넘치면서 두 사람은 그 물살에 휩쓸리게 되었습니다. 엄마와 딸이 도로와 나란히 달리는 운하의 대형 배수로 급류 속으로 휩쓸렸던 것입니다. 당시 그 지역에는 시간당 50mm의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을 했을 때는 두 사람은 이미 800미터 하류까지 떠내려간 상태였습니다. 엄마는 얼굴이 물속에 잠긴 채 물 위에 떠 있었고, 딸은 물에 잠긴 엄마의 등을 꼭 붙들고 있었습니다. 불행히도 엄마는 끝내 의식을 찾지 못했고, 딸은 저체온증이었지만 다행히 회복이 되었습니다.
현지 경찰은 당시 엄마가 아이를 살리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필사적으로 노력한 것으로 보이며, 그로 인해 딸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아마도 엄마는 마지막 의식을 잃는 순간까지 딸이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몸부림을 쳤을 것입니다. 그레이스는 병원에서 엄마의 죽음을 알지 못하는 듯 계속 밝은 모습이어서 주변 사람들이 더욱 안타까워했다는 소식입니다.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자신 앞에 다가온 죽음도 두려웠겠지만 자신이 죽으면 딸을 지켜줄 이가 없었으니 그것이 더욱 두려웠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저 딸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을 기다리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낄 겨를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허리케인이 강력해도 모성애를 이길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릅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하나님의 넘치는 ‘부성’(fatherhood)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동시에 하나님의 ‘모성’(motherhood)에 대해서도 증언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예를 들면, 이사야 49장에서는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어미와 젖먹이 아들의 관계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 본문에 따르면 하나님은 그 모성으로 말미암아 자녀인 우리를 잊지 않으십니다. 하나님 앞에서 잊혀진 자녀는 없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그 모성으로 말미암아 자녀인 우리를 긍휼히 여기십니다. 긍휼은 단순한 동정이 아니라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의 표현입니다.
또한 하나님은 그 모성으로 말미암아 자녀인 우리를 언제나 바라보십니다. 마치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 아이를 둔 어미와 같습니다. 휘청거리며 쓰러질 듯 하면 얼른 달려와 손을 붙들어 세우는 어미처럼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눈이 언제나 우리를 바라보며 지키십니다.
오죽하면 죄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며 죽어가던 우리를 살리기 위해 기꺼이 뛰어드셨겠습니까? 죽어가던 우리를 살리고 그분은 대신 죽으셨습니다. 그분이 등으로 지고 가던 그 십자가를 꼭 붙들고 우리는 구원을 받았습니다.
콜레트와 그레이스의 이야기는 우리가 받은 구원의 은혜를 상기시켜줍니다. 그래서 더 코끝이 찡해지고, 더 가슴이 미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