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꽃들에겐/ 설운 이름 너무 많다./ 이를테면 코딱지꽃 앉은뱅이 좁쌀밥꽃/ 건드리면 끊어질 듯/ 바람불면 쓰러질 듯/ 아, 그러나 그것들 일제히 피어나면/ 우리는 그날을/ 새봄이라 믿는다.// 우리나라 나무들엔/ 아픈 이름 너무 많다./ 이를테면 쥐똥나무 똘배나무 지렁쿠나무/ 모진 산비탈/ 바위 틈에 뿌리내려/ 아, 그러나 그것들 새싹 돋아 잎 피우면/ 얼어붙은 강물 풀려/ 서러운 봄이 온다.
김명수, “우리나라 꽃들에겐”의 전문
겨울이 남긴 바람으로 숨어서 피어난 꽃이 있다. 겨울비에 젖더라도 꽃은 피어난다. 모진 “비바람이 불어 흙탕물을 뒤집어 썼다고 꽃이 아니더냐 다음에 내릴 비가 씻어준다.” 그렇다. 겨울은 가고 새봄은 다시 온다. 세월이 가면 지나온 모든 것은 바람처럼 지나가 버린다.
“죽을 만큼 사랑했던 사람과 모른 체 지나가게 되는 날이 오고, 한때는 비밀을 공유하던 가까운 친구가 전화 한 통 하지 않을 만큼 멀어지는 날이 오고, 또 한 때는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던 사람과 웃으며 볼 수 있듯이 시간이 지나면 이것 또한 아무것도 아니다.”
정말 “변해버린 사람을 탓하지 말고 떠나버린 사람을 붙잡지 말고 그냥 그렇게 봄날이 가고 여름이 오듯 내가 의도적으로 멀리하지 않아도 스치고 떠날 사람은 자연히 멀어지게 되고, 내가 아등바등 매달리지 않더라도 내 옆에 남을 사람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알아서 내 옆에 남아준다.”
시간이 지나면 “나를 존중하고 사랑해주고 아껴주지 않는 사람에게 내 시간 내 마음 다 쏟고 상처받으면서 다시 오지 않을 꽃 같은 시간을 힘들게 보낼 필요는 없다.” 사람은 그때 알았던 것을 지금 알았더라면 하고 후회하기도 한다.
사람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살아온 나날들 가운데 누구나 실수를 하고 실패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던 자신을 보게 된다. 결국 지나고 나면 모든 만남과 헤어짐에는 뭔가 인간적인 것이 담겨있다. 이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기 욕망에 갇혀 외로움 속에 영혼이 굶주리게 된다. 상처받고 버림받을까 봐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다가오는 사람을 밀어낸다.
사람은 서로의 눈을 깊이 있게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세월이 가면서 몸은 비록 죽어가지만 영혼은 진한 상처의 눈물과 순전한 영혼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사랑은 진정으로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이다.
사람과의 만남은 서로 배우고 나누는 삶이 되어야 한다. 세상의 유혹으로부터 민감하고 예민한 영혼을 가진 사람으로 변화되어 믿음의 친구가 되어 살아가야 한다. 이제 겨울은 가고 새봄이 온 것처럼 향기 나는 꽃 같은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이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