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품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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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무릅쓰고/ 먼 길을 떠나는 철새의 당당함으로/ 텅 빈 하늘을 나는/ 고독과 자유를 맛보게 해주십시오// 오직 사랑 하나로/ 눈물 속에도 기쁨이 넘쳐날/ 서원의 삶에/ 햇살로 넘쳐오는 축복// 나의 선택은/ 가난을 위한 가난이 아니라/ 사랑을 위한 가난이기에/ 모든 것 버리고도/ 넉넉할 수 있음이니”는 이해인시인의 ‘가난한 새의 기도’가운데 나오는 대목이다.

계절에 따라 월동지와 서식지를 이동하는 새를 철새라고 한다. 철새는 여름새와 겨울새로 나눈다. 북방지역에서 번식을 하고 겨울에 한국으로 가는 새를 겨울새라고 한다. 반대로 남방지역에서 월동을 하다가 봄에 날아와 번식을 하고 가을에 다시 남쪽으로 가는 새를 여름새라고 한다.

자녀의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하여 ‘모든 것을 버리고도 넉넉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철새처럼 이민과 유학을 떠나온 가족이 있다. 한국의 무너진 공교육과 치솟는 사교육비 그리고 과도한 과열경쟁으로 인하여 이민과 유학을 떠나는 한국인들이 많아지면서 새에 빗댄 신조어들이 늘어나고 있다.

남편은 한국에서 직장이나 사업을 하고 아내와 자녀들이 외국에 나가있는 경우를 기러기가족이라고 한다. 반대로 아내가 한국에서 직장이나 사업을 하고 남편과 자녀들이 외국에 나가있는 경우는 펭권가족이라고 한다. 이민을 가서 살다가 부모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자녀들만 남아 하숙을 하다가 방학이 되면 한국을 방문하는 뻐꾸기가정도 있다.

가족이 유학 후 이민을 와서 밤낮으로 부모가 일하면서 자녀를 공부시키는 까치가족이 있다. 그리고 이민을 왔지만 알맞은 생계수단을 찾지 못하고 한국에 남겨둔 자산으로 증권에 투자하여 증시의 변화에 민감하게 관찰하는 올빼미가족도 있다. 이민과 유학을 떠났지만 현지에 적응을 못하고 수시로 한국을 방문하는 두루미가족도 볼 수 있다.

이민과 유학생활에 정착을 못한 여름새와 겨울새도 있고 나그네새와 떠돌이새와 같은 삶을 살기도 한다. 텃새와 같은 현지인들에게는 이민자와 유학생은 언제든지 떠날 철새로 인식되기도 한다.

성경에 이민자와 유학생들이 나온다. 이민과 유학을 마음으로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은 하나님이 인도하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민자와 유학생 가운데 믿음을 가진 사람은 시냇가에 심겨진 나무처럼 새로운 곳에서 시절을 좇아 열매를 맺게 하신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집에 심겨진 나무처럼 복된 사람으로 올곧게 살아가면서 철새와 나그네새 그리고 떠돌이새처럼 다가오는 이민과 유학생을 품어주고 텃새와 같은 현지인에게도 그늘이 되어주는 삶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이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