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켈러의 ‘고통에 답하다’는 ‘Walking with God through Pain and Suffering’이며 수년 전 팀켈러가 한국을 방문해 개최되었던 북콘서트의 주제이기도 했다. 당시 많은 목회자와 성도들이 팀켈러와의 ‘고통 대담’을 통해 큰 유익을 얻었던 기억이 있다.
책의 원제에서도 느껴지듯이 이 책은 풀리지 않는 인생의 난제, 한 발짝 떨어져 있을 땐 관조하거나 조언이 어렵지 않지만 막상 닥치면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은 ‘고통’에 대한 성도의 씨름에 관한 책이다. 씨름이라고 했다. 원거리에서 적을 효과적으로 타격하는 깔끔한 전투가 아니라 몸과 몸을 맞대고 신음하는 뼈가 부딪히고 관절이 꺾이고 피가 튀는 씨름이다.
팀켈러는 이 책에서 도무지 해석되지 않는, 감당도 되지 않는 고통을 이해해 보려는 성도의 씨름을 3부분으로 나누어 다루고 있다.
1부에서는 역사 속에서 고통에 대한 문화적, 시대적, 종교적, 철학적, 세속적 관점들을 살펴보고,
2부에서는 성경이 말하는 ‘고난신학’을 통해 그의 표현처럼 고난 속에서 빛이 되는 기독교의 핵심 교리를 다룬다.
3부에서는’ 예수와 함께 고난통과하기’를 다루고 있는데 ‘왜?’라는 질문에 답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다.
팀켈러는 ‘우리가 풀무 불 속에 있을 때 주님은 친히 그 한복판에 뛰어드셨다. 덕분에 돌이켜 그분을 바라보면서 우리도 검불처럼 소진되는 게 아니라 크고 고운 인간으로 빚어지리라는 사실을 온 마음으로 깨닫게 된다’고 말하면서 고통의 잔인한 시간을 통과하는 인생들에게 예수님이 함께 하시는(말뿐인 위로가 아니라) 위로를 전한다.
이 책의 특별한 유익은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실제로 고난의 여러 모습을 통과한 실재인물들의 사례를 생생하게 소개한다는 점이다.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마치 고통의 현장 속으로 걸어 들어오시는 예수님을 그들처럼 나도 만나는 듯했다.
팀 켈러는 어쩌면 ’선하고 사랑이 넘치는 하나님이 왜 이런 비참하고 잔인한 참담하고 고통스러운 일들을 허락하시는가?’라는 오랜 질문에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 ‘고통을 통해 하나님을 만났다’는 역설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는 고난을 ‘뜨겁게 달아오른 풀무불’에 비유했다.
우리가 자주 들어왔듯이 ‘금을 연단할 때 뜨거운 풀무불에 넣어 가혹하게 망치로 두들기는 그림을 통해 고난이 사람을 두들김은 ‘파괴적인 악의 의도를 무산시키고 어둠과 죽음에 빛과 생명을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자기 몸에 채우라’거나 ‘고난에 동참하라’는 식의 이미 아픈 사람을 연병장으로 떠나미는 훈련소 냄새가 나는 책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병원과 같다. 고통의 습격을 받아 쓰러진 환자를 치유하고 돌보는 부드러움이 책의 곳곳에 묻어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책을 고통받고 있는 바로 그때 그 사람에게 소개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우선 책의 분량이 540페이지나 되고, 팀켈러 특유의 변증법적 논리 전개는 백번 양보해도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누가 언제 읽어야 하나?
지금 오늘 읽어야 한다. 아직 고통이 닥쳐오기 전 나를 준비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또 이 책은 고통당하는 자에게 답을 주어야 하는 사람들, 즉 목회자나 상담자들이 읽어야 한다. 특별히 2부의 고난신학은 목회자들에게 교리를 통해 고난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와 바른 상담의 기초를 마련해 주리라 믿는다.
창조와 타락, 최후의 심판과 세상의 회복, 성육신과 대속의 교리를 통해 팀켈러는 한결같이 그리스도를 등장시킨다. 이른바 고난당하신 하나님이다. 하나님은 주권자인 동시에 스스로 고난을 선택해 당하셨다. 그리고, 십자가는 놀랍게도 그리스도께도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머리맥체인의 말이다. “하나님의 위로 한마디 없이, 하나님이 사랑하신다는 느낌이나 하나님이 불쌍히 여기신다는 느낌 한 점 없이, 하나님이 뒤에서 지켜 주신다는 위로 하나 없이, 그분은 거기 홀로 계셨다… 오직 하나님의 부재만 남았다. 하나님을 완전히 박탈당했다… 아,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가 겪은 지옥이다… 그분의 버림당하심은 나를 위해, 나를 위해서다.”
목회자 혹은 상담가들이 이 책을 통해 고난신학의 기초를 탄탄하게 잡음으로 3부의 주제처럼 고통 중에 있는 성도들이 ‘예수와 함께 그 시간을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주길 소망한다.
마지막으로, 팀켈러가 소개한 고통이기기 훈련 중 하나를 소개한다
첫 번째 기술은 회개와 하나님과의 화해를 통해 주님의 용서를 받는 것이다. 고난은 개인적인 결함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으며 우리는 깊은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하나님의 은혜를 받아 누림으로써 죄책감과 수치감을 누그러뜨리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다른 한 편으로는 다른 이들을 용서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역경들 가운데는 누군가의 배신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 경우에, 죄책감보다는 분노에 사로잡히기 쉽다. 은혜를 베풀어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게 필수적이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용서해야 한다.
리뷰를 마치며
3부에서 팀켈러가 소개한 ‘지금 예수’를 고통 당하는 모든 성도와 나눈다.
지금 예수 앞에서 울 수 있습니다.
지금, 예수를 믿고 의지할 수 있습니다.
지금, 예수께 기도할 수 있습니다.
지금, 예수를 생각하고 감사하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지금, 예수로 소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