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신

이 책의 원제는 Counterfeit Gods 가짜 신들이다. 우상이라는 단어가 꽤나 등장하는 이 책은 얼핏 떠오르는 ‘파묘’ 식의 컬트와 미신적 종교에 관한 이야기는 당연히 아니다. 팀켈러 자신의 말처럼 ‘사람은 우상 제조공장’이기에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 안에 도사리고 있는 각종 ‘잘못된 믿음’들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그 우상, 즉 가짜 신들이 어떻게 우리들 삶 속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있는지 아주 생생하고 적나라하게 들추어낸다. 이 책은 필자가 개척하여 섬기고 있는 LIGHT CHURCH의 두 번째 북클럽에서 다루었던 책인데 참가했던 청년들 거의 모두에게 상당한 충격과 함께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책의 목차를 보면 그가 다루고 있는, 동시에 현대인들 속에 있는 거의 모든 가짜 신들을 최대한 담아내려고 했음을 볼 수 있다. 바람직하고 유익했던 점은 모든 주제를 성경의 이야기와 동시에 현대사회의 실존 인물과 연결하여 풀어나감으로 차후 같은 본문을 대할 때 배움이 재 각인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생 소원(오래 간절히 바랄수록 우상이 되기 쉽다)에서 이삭을 간절히 바랬던 아브라함을,

사랑(사랑에 속고 속다 환멸에 찬 노예가 되었다)에선 야곱의 사랑을 갈구하던 라헬을,

(풍족한 소유와 소비로도 영혼의 헐벗음은 면치 못한다)에선 많은 돈이 있었지만 외톨이었던 삭게오를,

성취(그 어떤 성공 신화도 ‘인간의 한계’를 넘을 수 없다)에선 성공의 아이콘이었지만 자신의 병을 고치지 못했던 나아만 장군을,

권력(권력의지는 두려움의 또 다른 얼굴이다)에선 지상 최고의 권력을 가지고서도 영혼의 안식을 얻지 못했던 느브갓네살을,

문화와 종교(은혜 없는 복음은 ‘가짜 하나님’을 만든다)는 사명과 복음이 충돌하는 자리에서 실패했던 요나선지자를 만나볼 수 있다.
팀켈러는 각각의 장에서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간절한 그 무엇을 우상화 시키는지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아브라함은 이삭을 숭배하였다. 그전까지는 삶의 의미가 하나님 말씀에 달려 있었지만, 이제 이삭을 사랑하고 이삭을 잘되게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삶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각각의 우상이 결코 악한 것들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은 아들 이삭을 사랑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시지 않는다. 다만, 사랑의 대상을 가짜 신으로 둔갑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아주 중요한 영적 원리가 나타난다. 누구든지 좋아하고 사랑하는 그 무엇을 하나님의 자리에 두면 그때부터 그 대상이 자신을 삼키기 시작한다.

아브라함의 경우엔 이삭을 향한 ‘우상 숭배적인’ 사랑이 이삭을 숨막히게 하고, 관계의 목을 조르게 된다. 어떻게 되었을까? 결국 이삭도 아브라함도 파멸의 길을 걷게 되었을 것이다.

팀켈러는 우상숭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보유하는 게 영적으로 안전하지 못한 우리 삶의 ‘이삭’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 거기에 악착같이 매달려 노예가 되지 않을 방도를 찾아야 한다. 위대하신 하나님을 추상적으로 되뇌고만 있어서는 결코 그리될 수 없다. 하나님이 우리를 지극히 사랑하시고 아끼시고 기뻐하심을 알고 확신해야 한다. 그 사랑 덕분에 우리 마음은 그분 안에서 안식과 의미와 안전을 얻고, 삶에 무슨 일이 닥치든 감당해 낼 수 있다.

필자의 교회에서 북클럽이 진행되는 동안 청년들은 나도 알지 못했던 내 안의 가짜 신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간증했다. 그렇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나의 주인은 성공, 또는 재물이 아니라 그리스도라고 고백한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속에 살아서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것은 우상들일 수 있는 것이다.

각각의 주제들을 살펴보는 것도 아주 유익했지만, 책의 백미는 마지막 에필로그에 있었다 팀 켈러는 ‘참 하나님’으로 대체하지 않으면 계속 대상만 바뀔 뿐이다’라고 전한다. 그는 우상을 뿌리 뽑았어도 그 자리를 채우지 않으면, 즉 그리스도의 사랑을 심지 않으면 우상은 다시 자라난다는 것이다.

그렇다. 윌리엄 템플 주교의 말처럼 ‘혼자 있을 때 하는 일이 곧 당신의 신앙’이다. 오늘도 우리 마음속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가짜 신들의 출현은 가만있을 때 저절로 흘러가는 생각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님을 닮아가고 싶은 신실한 그리스도인이라면 꼭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내가 잘 알고 있는 혹은 거의 모르고 있었던 내 속의 가짜 신들, 어느샌가 하나님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는 그것들의 정체를 파악하고, 그것들의 속삭임에 끌려다니지 않는, 오히려 살아 계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온전히 만족하며 평안함을 얻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우상이란 무엇인가? 무엇이든 당신에게 하나님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무엇이든 하나님보다 더 크게 당신 마음과 생각을 차지하는 것이다. 하나님만이 주실 수 있는 것을 다른 데서 얻으려 한다면 그게 바로 우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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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성훈
뉴질랜드 Bible College를 졸업하고, 현재 LIGHT CHURCH의 담임으로 섬기고 있으며, City to City 복음 도시 운동에 참여하여 훈련중이다. 알고 있었지만 모르고 있었던 ‘복음’을 재발견하는 기쁨을 Tim Keller의 Book Review를 통해 나누기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