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요한 이야기

성경에 나오는 요한은 사랑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믿음이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기독교 세계관을 가진 나라에서 요한이라는 이름은 인기 있는 이름입니다.

내가 섬기는 곳에 요한이라는 이름을 가진 어르신이 4명이 있습니다. 내가 요한을 부르면 네 사람 모두 고개를 돌리며 응답합니다. 나는 이들 중 한 사람을 부를 때에는 이름과 성을 같이 불러서 구별합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섬기는 곳에는 이름이 같은 사람들이 종종 있지만 같은 성을 가진 사람은 한 사람도 없는 것을 발견합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문화와 민족이 다양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다양한 문화적, 민족적 배경이 각기 다른 곳에서 온 요한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은 파킨슨병을 가지고 있고, 다른 두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을, 그리고 나머지 한 사람은 루이소체 디멘시아를 겪고 있습니다.

첫 번째 파킨슨병을 가진 요한은 신앙심이 좋아서 만나는 사람마다“당신은 크리스천입니까?”하고 묻습니다
나를 만나는 첫날에 나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크리스천입니다.” 하고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그러자 요한은 “그러면 당신은 거듭났습니까?” 하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요한은 “사람이 거듭나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습니다. 크리스천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거듭나지 않으면 진정한 크리스천이 아닙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요한의 몸은 많이 떨었고, 손의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아서 물컵을 손으로 잡을 수도 없어서 빨대로 물을 마셔야 했습니다. 요한은 걷는 것과 방향을 바꾸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신체 기능이 계속해서 약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요한은 점점 깨어 있는 시간보다 의자에 앉아서 조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그는 항상 긍정적이었고, 사람들에게 늘 친절하고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온유한 성품이었습니다. 그는 컨디션이 좋을 때 탁구를 권하면 즐거워하며 탁구에 참여했습니다. 탁구할 때면 그가 파킨슨병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법 공을 주고받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를 만나는 아침마다 거듭난 그리스도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물었습니다. 그는 내게 매일 아침 신선한 영적 도전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는 다른 이들에 비해서 오래 살지는 못했습니다. COVID로 인해 몇 번의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그의 폐와 심장에 많은 무리가 왔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그가 병원에 입원하였다는 소식이 들렸고 몇 주 만에 별세하였습니다. 그의 연세는 육십오 세를 조금 넘겼습니다. 그가 비록 장수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삶에서 그가 보여준 온화한 성품은 비 종교인인 스태프에게도 감동을 주었고, 그의 장례식에 참석하여 그를 위해 기독교적 방식으로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두 번째 요한은 아시안 소수 민족에 속해 있습니다
그가 처음 왔을 때 많이 긴장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누구나 낯선 그룹과 환경에 들어가면 긴장을 합니다. 그의 긴장은 조금 다른 긴장이었습니다. 물론 키위 스태프 사이에서 아시아인인 나를 보고 그가 조금 안심하는 모습을 느낄 수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그가 긴장하는 이유를 알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개인위생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기의 몸에서 냄새가 나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그를 위축시켰고, 다른 사람들과 만남과 교제를 적극적으로 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하였습니다.


그는 늘 구석이나 야외 의자에 혼자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나는 혼자 있는 그에게 찾아가 그의 지난 이야기들을 들어주고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그러면서 힌두교인들이 가득한 그의 고장에서 신실한 기독교인이며 종교의 자유를 위해 이민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외양과 달리 그는 아주 훌륭한 하모니카 연주자라는 것을 알게 되어 그에게 그의 하모니카를 가져와서 연주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다음날 그는 작지만 꽤 전문적인 하모니카를 들고 와서 ‘Be Thou My Vision/내 맘의 주여 소망 되소서!’를 아주 멋지게 연주하였습니다. 모든 사람이 그의 연주에 주목하였고 그는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싱어롱 시간에는 그의 하모니카 반주는 우리를 더욱 흥이 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에게 다른 이와 어울리기 어려운 약점이 있었지만 음악과 찬송은 그 모든 벽을 허물고 사람들과 잘 지내고 교제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일에 자신을 얻었고 시간이 날 때마다 찬송을 불렀습니다.

세 번째 요한은 아주 큰 성경을 항상 가지고 다녔습니다
아침이면 그는 “너는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는 성경 구절을 나에게 외워 들려주었습니다. 그는 제일 먼저 출석하곤 했는데 그와 함께 아침 말씀을 나누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성경책은 다른 사람의 성경책보다 7-8배 정도 두꺼웠습니다. 그가 참석한 예배 순서지와 기념일 순서지들, 그리고 가족의 사진들이 성경 페이지마다 꽂혀 있어서 성경의 두께를 크게 만들었습니다. 그 순서지는 그날 설교 본문이 있는 자리마다 꽂혀 있었습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눌 때 순서지를 꺼내 그날의 일들을 듣곤 하였습니다. 알츠하이머를 가진 그는 점점 그의 인지 능력이 저하되면서 성경 읽는 것을 어려워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매일 아침 외우는 말씀은 변하지 않고 생생하게 외우고 있습니다.


가끔 그는 그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이상한 행동을 하곤 하지만, 그가 말씀안에서 살아온 평생의 삶의 실천이 그가 인지 기능을 많이 잃어버린 상황에서도 드러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마지막 요한은 비 종교인입니다
그는 루이소체 디멘시아의 영향으로 항상 방황하고, 담장을 넘어가려고 시도를 하며, 잠잠하고 안보일 때는 생각도 못한 행동들을 하여서 스태프들을 놀라게 합니다. 그는 찬송도 말씀도 노래도 다른 어떤 흥미로운 일도 그의 방황을 멈추게 하지 못하였습니다. 가족들은 그를 더 이상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워했고, 그는 내가 섬기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서 요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인지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분들에게 신앙을 가지고 살아온 시간은 참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신앙을 표현하고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디멘시아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인생의 마지막 시간에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보게 됩니다. 반면에 신앙이 없는 사람들이 인지 장애를 겪게 될 때 더 영적으로 깊은 절망을 겪는 것을 봅니다. 이 네 명의 요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인종과 문화의 차이를 넘어서는 영적인 돌봄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해 줍니다.

실제로 인지 장애를 가지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무엇인가 잊어버리는 일시적 인지부조화의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잊어버리고 나면 우리의 신앙심이 깊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열쇠를 잃어버리면 당황합니다. 그러다가 우리는 우리가 하나님께 멀어져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릎을 꿇고 “하나님 제가 왔습니다. 열쇠를 찾아 주십시오”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러면 그토록 찾던 열쇠를 쉽게 찾게 됩니다. 그 열쇠가 아주 가까이 있었지만 다른 것들에 눈이 팔려서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그 열쇠가 아주 가까이 있지만 찾아지지 않습니다. 열리지 않고 찾아지지 않으면 우리는 하나님을 탓하거나 다른 이를 의심하게 됩니다. 어떨 때는 ‘하나님이 그것을 감춰 버린 것 같기도 하고, 사단이 괴롭히기 위해서 감춰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라는 불평이 나옵니다.

디멘시아를 가지지 않고서도 인지 부조화를 나타낼 때 기도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경험하는 것처럼 디멘시아로 인해 인지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분들에게 찬송, 말씀 읽기, 기도와 같은 영적인 돌봄은 인지 장애를 극복하고 영적인 평안을 얻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디멘시아로 진단 되었다고 해서 인생이 끝났거나 마지못해 죽기를 기다리는 삶이 아니라 존엄한 삶을 살 권리가 있습니다. 디멘시아를 가지고 살아가는 분들에게 데이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영적 돌봄은 비록 디멘시아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존엄을 지키며, 존중받으며, 온유하고 아름다운 삶으로 잘 살다가 주님께 가는 인생이 되도록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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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충성
장로회 신학대학 신대원, 기독교교육 대학교 석사 졸업. 밀알선교단장. PCK선교사. 장애인 토요학교, 연합주간센터 (UNITED CROSS CULTURAL COMMNUNITY CENTRE, 치매 어르신 주간센터, 주바라기 사랑방)를 운영하며, 인생에서 하나님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걷는 것을 축복으로 여기는 목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