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그렇게 계속 웃고 있어 줘!”

XX 항공 비행기 추락 사고’, ‘XX 비행기 이륙 후 문짝 떨어져’. ‘XX 비행기 화재 사고로 승객 비상탈출’.

뉴스에서만 볼 법한 아찔한 뉴스들이다. 하지만 이런 뉴스들은 승무원들, 그리고 에이비에이션 종사자들에게는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너무 중요하고 심각한 뉴스다.


전 세계 메이저 항공사들 같은 경우 대부분의 비행기가 보잉 또는 에어버스, 이 두 회사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다른 항공사에서 난 사고라도 그 사고가 특정 사람(기장, 엔지니어 등)의 잘못이 아닌 기체 결함으로 인한 사고일 경우, 동일한 비행기 기종을 운행하는 항공사들은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최근에 있었던 알래스카 항공사의 사고 경우 보잉 737 Max 라는 비행기 기종에서 문의 나사가 빠져 문짝이 날아간 명백한 기체 결함이었다. 이런 경우 알래스카 항공사는 물론 전 세계의 보잉 737 Max 비행기를 인도받은 항공사들은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고 대대적인 검사를 다시 거친다. 다행히도 내가 근무하는 콴타스 항공의 국제선 비행기 기종들의 경우, 꽤 오랜 시간 검증시간을 거친 많은 항공사들이 애용하는 비행기 기종들이다.

승무원으로 일한다는 말을 들을 때, 흔히 전 세계 여행을 다닌다는 장점을 뒤로 사람들이 하는 걱정은 ‘위험하지 않나?’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비행기 사고는 한번 나게 되면 아주 큰 사고이고 웬만한 기사 1면에 실릴만한 사건이기에 보통 사람들에게도 비행기 사고는 크고 충격적으로 각인이 된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볼 때 비행기 사고가 날 확률은 120만분의 1이고, 사고로 인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될 확률은 천백만분의 1이다.

반면 차 사고로 인해 최악의 상황에 부닥치게 될 확률은 20만 배 더 높은 5천분의 1이다. 하지만 이런데도 뉴스에 비행기 사고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면 120만분의 1에서 120만이라는 분모가 아무 의미가 없어지고 1이 머리에 각인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물론 또 어떤 회사의 비행기인지, 어떤 항공사의 비행기인지에 따라서 이 통계가 또 많이 바뀌기도 한다. 회사에 따라서 다른 제조 과정과 검사 과정을 거쳐서 시중에 나오고 또 항공사에 따라서 다른 엔지니어 검사 과정과 날씨 등등을 고려해 비행기를 이륙시키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것과 관련해서 주위에서 흔히 듣는 말이 있다. ‘아 xx 항공은 연착이나 취소가 거의 없는데, 에어 뉴질랜드는 왜 그러나 몰라’, 또는 ‘콴타스 항공은 또 딜래이래? 휴…’ 등등 우리가 많이 애용하는 뉴질랜드/호주 국적기의 경우 사람들이 느끼기에 제시간에 떠나지 않는다고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이 두 곳에 경우,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전 세계 항공사 중 안전 부분에서 1위 2위를 다투는 항공사들이기 때문이다. 2023년의 경우 콴타스항공은 제일 안전한 항공사 부문 1위를 하였고 에어뉴질랜드의 경우 2위였다. 최근에 나온 2024년도 결과의 경우 에어뉴질랜드가 1위를 하였고 콴타스항공은 2위를 했다. 이처럼 최대한 안전을 우선시하는 두 항공사이기 때문에 오랜 기다림 끝에 비행기에 탑승하게 된다면 마음을 놓고 잠들어도 된다.

승무원들 같은 경우, 이, 착륙, 그리고 난기류 현상으로 인해 안전벨트 등이 들어올 시 승무원 자리로 가서 안전벨트를 하고 앉아 있어야 한다. 이때 나는 정면에 승객들이 앉아 있을 시, 아무리 비행기가 많이 흔들려도 최대한 웃는 얼굴을 유지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나의 표정을 통해서 지금 상황을 파악하려고 하는 승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많이 흔들릴 때는 특히나 더 웃고 있거나 최대한 아무 일도 아니라는 표정을 지으려고 한다. 가끔 비행기가 너무 흔들리면 나도 무슨 일인지 싶을 때가 있지만 표정만큼은 ‘아 또 시작이네, 허허’를 유지한다.

한번은 그런 적도 있다, 비행기가 착륙을 시작할 때, 랜딩기어(비행기 착륙용 바퀴)가 기체 밑에서 문이 열리면서 내려오는데, 비행기 기종에 따라서 이 소리가 폭발음처럼 ‘쾅’ 소리가 나는 비행기들이 있다. 그 소리를 듣고 비행에 익숙하지 않은, 긴장을 많이 한 승객 한 분이 깜짝 놀라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그때 나는 무슨 상황인지 대충 파악하고 웃으면서 그 사람을 보고 그냥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더니 날 보며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그래, 제발 그렇게 계속 웃고 있어 줘. 너의 표정이 바뀌면 난 정말 걱정을 하기 시작할 거야.’ 라고 말했다.

비행기 탑승객들에게 현실은 많이 다른 것 같다. 아무리 통계학적으로 확률이 어쩌고, 내가 지금 타고 있는 비행기의 항공사가 저쩌고 해도 하늘에서 비행기가 난기류 현상을 만나 흔들리기 시작하면 내 머릿속의 지식은 말짱 도루묵이고 120만 분의 확률을 뚫은 사람이 바로 나인가 고민하게 된다. 더 나아가서 난기류 현상의 강도가 거세지고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오늘 밤 비운의 비행기 사고에 있던 한국인 n명 중 한 명으로 뉴스에 나오지는 않을까? 라는 조심스러운 걱정을 하게 된다.

분명히 내가 운전하다가 노란 불을 보고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액셀러레이터 밟을 때 사고가 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은데도 불구하고 ‘이 비행기의 기장님은 과연 훈련에 열심히 임하셨을까?’라는 말도 안 되는 걱정을 하게 된다.

요즘 들어 느끼는 것인데 크리스천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상황과 경험들이 비행과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다. 통계적으로 나와 있듯이, 분명히 성경에 나와 있는 사실이 있고, 이전에 흔들리는 비행 뒤에 안전한 착륙을 경험 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나의 인생에서 난기류를 만나 흔들린다면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시지 않는구나!’, ‘이런 일은 하나님께서 기도해도 듣지 않으시겠지?’ 등이다.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안전하게 착륙한 이전의 인생 비행들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성경에 나와 있는 이야기들은 그저 뉴스에 나오는 통계처럼 남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천백만분의 1의 확률도 아닌 하나님의 Nothing is Impossible을 의심한다. 하지만 또 인간은 그만큼 나약하기 때문에 신앙 안에서도 하나님께서는 승무원 같은 존재들을 옆에 두시는 것 아닐까 싶다.


교회의 사역자 또는 내 옆의 동역자 등등. 흔들리고 혼란스러운 인생에서 바라보며 살짝 웃어주면서 괜찮다고 말해주는 그런 존재들, 위기와 고난을 넘기고 아무 문제없이 비행기가 착륙할 때까지 서포트 해주는 그런 존재들 말이다.

필자의 경우 얼마나 기장들과 비행기의 안전을 믿느냐고 묻는다면 그렇게 말해 주고 싶다. 휴식 시간이 시작될 때 난 적당한 난기류 현상이 있다면 즐겁다. 고된 근무 뒤에 흔들리는 비행기 안 간이침대에 몸을 뉜다면 잠이 솔솔 오기 때문이다. 내 인생도 그랬으면 좋겠다. 조종석을 하나님께 맡긴 채로 순항할 때도 있고, 난기류를 만나 흔들릴 수도 있는 인생이라는 여행을 믿음으로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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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승원
로토루아에서 자라 오클랜드 대학 회계학과 졸업, 빅4 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 자격증 취득 후 현재 콴타스항공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MZ 뉴질랜드 청년. ‘세상이 그렇게 넓다는데 제가 한번 가보지요’를 실천 중이다. 말 그대로 천지 차이인 두 근무환경에서 일어난 다사다난한 근무일지와 그 안에서 신앙인과 세상사람이 공존하는 여느 MZ청년과 다름없는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