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 할머니 이야기

치매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과 가족에게 주어지는 긍정적인 변화

나는 치매를 가지고 사는 유니 할머니 두 분을 섬겼습니다. 한 분은 중국인 1.5세였고 한 분은 한국인 1세대입니다. 치매 증상이 나타나면 한국인과 중국인 가족 모두 똑같이 당황하게 되고 누가 책임을 돌보는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놓고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한국인 유니 할머니의 1.5세대 두 자녀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습니다. 두 자녀는 어머니를 항상 돌볼 수 있다고 생각되는 지역 요양원으로 보내는 선택을 했습니다.

중국인 유니 할머니는 나이를 물어보면 늘 나는 85세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92세입니다. 8명의 자녀가 있었으며, 모두 뉴질랜드에서 나고 자란 2세입니다. 이 가족은 치매에 대한 뉴질랜드의 많은 건강 지원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치매 초기부터 잘 관리하면 가족과 함께 건강하게 오래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중국인 유니 할머니 가족들은 큰아들 집에 어머니를 모셔 두고, 자녀들이 자주 모여서 어머니를 돌보는 정보를 나누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의 유대감이 꽤 돈독 해졌습니다. 그리고 순번을 정해서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중국인 유니 할머니가 치매로 소셜 활동이 어려워지게 되자 가족들은 치매 주간 센터에 등록하였습니다. 유니 할머니는 뭐든지 받아주는 새로운 소셜 그룹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유니 할머니는 치매 주간 센터에서 운동과 걷기 인지 자극 프로그램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노래와 찬양을 배우면서 노래하는 것이 가장 좋아하는 활동이 되었습니다.

유니 할머니는 알츠하이머 초기 증상을 보이며 단기 기억 상실 증상을 보입니다. 그러나 장기 기억은 갈수록 선명 해져서 한번 인생의 이야기를 물으면 한 시간 넘게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우리는 유니 할머니를 매일 센터 버스로 모셔오고 모셔다 드렸습니다. 버스에서 유니 할머니는 많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곤 했습니다.

6살에 이민 와서 다닌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부터 결혼하고 자녀를 낳고 손주를 보는 이야기까지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면 오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같이 버스를 타고 이야기한 내가 누군지도 몰라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니 할머니는 알츠하이머 초기부터 16년간 치매 주간 센터에 다녔고 치매 초기 상태를 유지하며 치매 진행을 늦추었고,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3개월 전, 유니 할머니는 넘어져서 고관절을 다치고,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어 치매 요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거실 소파에서 티브이를 보다가 천국으로 가셨습니다. 유니 할머니의 장례식 조가는 그분의 애창곡이었던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되었습니다.

중국인 유니 할머니 가족들을 볼 때마다 어머니를 중심으로 늘 모이는 것이 보기 좋았습니다. 치매 주간 센터에서 개최하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가족을 초대하면, 그분의 8명의 자녀가 모두 참석해서 센터를 북적이게 만들었습니다. 중국인 유니 할머니를 볼 때마다 치매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과 가족들이 치매를 가진 어머니 중심으로 어떻게 더욱 서로 사랑하며 살게 되는지를 보게 됩니다.

뉴질랜드에서는 치매로 진단을 받으면 가정으로 돌보는 서포터 워커가 찾아와서 개인위생과 식사 쇼핑을 도와줍니다. 또 가족이 일을 가는 낮시간에는 주간에 돌볼 수 있는 주간보호시설에 안전하게 돌보며 소셜 활동을 하도록 지원합니다.

이런 지원이 치매를 겪는 가족들에게 치매 증상이 어렵기는 하지만 요양원에 보내는 대신 가족들이 모시고 오래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합니다.

치매는 인지기능의 손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질환입니다. 치매를 가진 사람들과 가족에게 많은 어려움을 가져다주는 증상으로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치매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면, 치매를 통해 오히려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나도 치매를 가진 분들을 섬기기 전에는 치매의 긍정적인 면을 생각해 보지 못했고 가족이 겪는 어려움을 생각할 때 마음이 많이 무거웠습니다. 그러나 치매가 가족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의외로 많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첫째 삶의 우선순위가 재정립됩니다. 치매는 사람들로 하여금 삶의 중요한 것에 집중하도록 합니다. 치매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소중히 여기는 것에 집중하고, 삶을 보다 단순하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둘째는 다른 사람들, 특히 가족과의 관계가 돈독해집니다. 치매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가까워지도록 합니다. 치매를 가진 사람들은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끊임없는 지원과 사랑을 필요로 하며, 이는 관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끝으로 영적 성장을 경험합니다. 치매는 단기 기억이 상실되지만 장기 기억이 드러나면서 어릴 때 가졌던 신앙과 하나님에 대한 믿음의 순수성이 드러납니다.

앞으로 사례에서 말씀드리겠지만 가족도 모르는 신앙의 뿌리가 드러나고 하나님을 만나는 영적 각성으로 이어지며, 감사하며 천국의 희망을 노래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치매를 가진 사람들을 돌보는 가족들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면들도 있습니다.

첫째는 치매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접하면, 치매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해소하고, 치매 환자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됩니다. 한국인 유니의 가족과 중국인 유니의 가족들의 선택은 각자가 속한 문화와 가치에 따라 모은 정보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였습니다. 중국인 유니의 가정은 뉴질랜드에서 사용 가능한 치매에 대한 많은 정보를 모으면 최대한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Maximum Independent) 방법을 선택했고 가족과 어머니 모두 만족하는 말년을 보내었습니다.

둘째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가족애와 유대감이 강화되며, 서로의 도움과 협력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갑니다. 중국인 유니의 가정은 염려와 걱정보다는 어머니와 함께 즐겁게 사는 길을 택했습니다.


유니 할머니가 사는 거실에는 유니 할머니의 일주일 생활에 관한 담당표가 게시판에 촘촘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모든 가족이 어머니를 돌보는 정보를 공유하고 시간을 맞추고 나누는 것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보통의 가정에서도 어머니를 중심으로 이렇게 함께 마음을 모아 같은 행사를 하고 같이 모이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아름다웠습니다.

셋째는 영적인 변화입니다. 딸들은 어머니의 삶을 보면서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고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잘 잊어버리는 것이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합니다. 치매가 진행됨에 따라 치매의 종류에 따라 화를 내거나 고집을 피우고 심지어 폭력적인 이상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은 불편한 것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럴 때 가족들은 많이 당황하게 됩니다.

그러나 단기 기억 상실은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긍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치매를 가진 사람이 화를 낼 때 잠시 지켜보다가 그분이 좋아하는 다른 주제로 화제를 돌리면 금방 화내던 것을 잊어버리고 어린아이처럼 또 밝게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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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충성
장로회 신학대학 신대원, 기독교교육 대학교 석사 졸업. 밀알선교단장. PCK선교사. 장애인 토요학교, 연합주간센터 (UNITED CROSS CULTURAL COMMNUNITY CENTRE, 치매 어르신 주간센터, 주바라기 사랑방)를 운영하며, 인생에서 하나님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걷는 것을 축복으로 여기는 목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