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한국과 베트남 문화

베트남 하면 먼저 떠 오르는 것은 삿갓 모양의 모자 농(Non)이다. 그리고 거리에 즐비한 오토바이 행렬과 전통의상 아오자이가 생각난다. 베트남 음식으로는 쌀국수(Pho)가 유명하다. 베트남은 1년에 2~3모작이 가능한 쌀 생산 국가로 쌀을 활용한 음식이 정말 많다. 그런데 베트남은 쌀보다 커피를 더 많이 수출되는 나라이다.

베트남은 전 세계에서 브라질 다음으로 커피 농업이 활발한 세계 2위의 커피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베트남에서는 핀(Phin)이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아주 곱게 분쇄된 커피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후 10분 이상 천천히 한 방울씩 커피가 떨어지는 것을 기다려 에스프레소처럼 진한 커피 엑기스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커피에 물을 넣으면 검은 커피라는 뜻의 베트남식 아메리카노 카페덴(Ca Phe den), 그리고 핀 커피에 연유와 얼음을 넣으면 베트남에서 가장 쉽게 접하는 ‘카페쓰어다’로 우리가 아는 라테 커피의 모습이다. 길거리에서 아침을 먹고 조그만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베트남의 일상이다.

베트남이 한국과 수교한 지 작년에 30년이 되었다. 수교 당시 5억 달러 무역 규모가 2022년에 807억 달러로 161배가 늘었다. 한국의 베트남에 대한 누적 투자 규모 역시 741억 달러로 1위 투자국이 되었다. 베트남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면서 두 나라 간 관계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였다.

2019년 코로나 발생 전 한국을 방문한 베트남 방문객이 480여만 명에 이르렀고, 베트남 다문화 여성도 8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최근에는 한국인과 결혼하는 국제결혼 배우자의 국적이 베트남이 1위라는 보도를 보았다. 한국의 유학생들 역시 베트남 국적 학생들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보니 이제는 사돈의 나라라고 할 만큼 많은 인적, 물적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인구 절벽이 갈수록 심해지는 한국의 미래를 생각할 때 베트남 인구의 평균 연령이 32세라니 베트남은 여전히 잠재력을 가진 젊은 나라이다. 베트남과 한국의 교류 역사는 생각보다 일찍 시작되었다.

15세기부터 중국을 통한 월남(베트남)과 한국의 교류가 역사 속에 종종 나타난다. 20세기에 들어서 일제 강점기에 중국으로 이주하였던 한인들이 베트남에 정착하였거나 제 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에 강제 징용되어 베트남으로 끌려갔다가 일본이 패망하면서 돌아올 배편을 구하지 못해 베트남에 정착하게 되어 후손이 생긴 것이 첫 번째 부류이다.

두 번째는 제2차 인도차이나 전쟁(흔히 베트남 전쟁이라 부름) 때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인 기술자들과 베트남 여인들 사이에서 출생한 후손들이다. 이들을 ‘라이 따이한’이라고 부르는데 한국인 2세들로 300명 정도를 추산하고 있다.

오늘날의 베트남 문화는 외래문화와 민족문화, 공동체문화와 개인문화, 전통문화와 현대문화가 어우러진 복합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중화권의 영향을 받은 베트남은 유교와 불교의 영향을 받아 가부장제, 효, 공동체문화 등의 가치관에서는 한국과 닮은 점이 많다. 반면 혼인, 임신과 출산 등에서는 한국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가부장제 유교 문화권의 영향을 받은 베트남은 집안의 어른과 남편을 공경하고 자신을 낮추는 문화에 익숙하다. 남편이 집안의 가장임을 자연스럽게 인정한다. 베트남의 가부장제 관습은 가족주의의 영향에서 기인한다. 유교 문화권의 영향으로 베트남 사람들의 노부모 부양이나 조상숭배 제사문화 역시 한국과 유사하다.

반면 베트남의 혼인과 관련된 풍습 및 전통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베트남에는 조혼 풍습 ‘째오(Cheo)’가 있다. 이는 남자가 장가를 가려면 마을에 물질을 기부해야 한다. “물소는 그곳 들판의 풀을 먹어야 한다”는 베트남 속담처럼 신부 마을 사람들이 신부가 타지로 결혼하는 것을 반대했다 하니, 외지의 신랑이 신부를 얻기 위해서는 허리가 휠 정도로 많은 돈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오늘날 도시에서는 보기 어렵지만 농촌 지역에서는 여전히 여자 집안에서 무리한 혼사 품을 요구하기도 한다. 결혼연령은 대체로 25세 전 결혼하는 추세이며 농촌에서는 더 일찍 결혼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도시에서는 갈수록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결혼 상대자의 연령차이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한국에 시집온 지 13년 된 베트남 남부 출신 누엔 티 검뚜엔은 한국 문화와 베트남 문화가 같으면서도 다른 모습을 이렇게 소개한다.

한국에서는 산모가 출산하면 미역국과 흰밥, 그리고 싱거운 반찬을 먹으며 몸을 따뜻하게 한다. 그러나 베트남에서는 두 달 동안 충분히 쉬면서 상추와 돼지고기를 같이 넣어 끓인 국을 먹고, 생선이나 돼지고기는 조림할 때 액젓과 후추를 조금 넣고 물 없이 끓여서 밥이랑 같이 먹는다. 따뜻한 물도 많이 마시며 대나무 침대 밑에 참숯을 쇠로 된 동그란 양동이에 넣고 엄마와 아기가 함께 침대에 누워 한 달 동안 반복한다.

베트남에서는 출생 한 달 후 한국의 백일처럼 잔치를 하며 일 년이 지나면 한국과 똑같이 돌잔치를 하는데 베트남에서는 오리 두 마리를 삶고, 찹쌀밥 여섯 접시와 채소 열 두 그릇을 준비해서 거실 큰 상에 놓고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가 향을 피우고, 쟁반에 장난감과 가위, 빗, 거울, 돈, 책 등 30여 가지를 준비해서 아기에게 3가지를 뽑으라고 한다.

베트남의 설날은 음력 12월 23일로 이날 녹두죽을 끓여서 부엌의 화로 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집을 대청소한다. 음력 12월 28일에 조상님을 모시고 와서 음식을 만들어 담그며 동그랗고 큰 수박은 왼쪽 오른쪽 양쪽에 놓고 가운데 꽃병을 준비한다. 큰 접시에는 코코넛, 파파야, 망고를 준비하고 빵, 설탕, 과자, 차를 충분하게 준비해서 손님이 오면 대접한다. 음력 12월 29일 새벽 12시와 저녁에 새해 제사를 지내며 다음 날 아침, 친척들이 와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음력 1월 1일 설날 새해에는 집 청소를 안 하는데 이유는 그날 청소하면 1년 동안 복이 나간다고 생각하였다. 어른들은 아랫사람들에게 세뱃돈을 나누어 주며 1월 1일부터 10일까지 친척 집을 방문하고 새해 인사를 나눈다. 베트남에서 추석은 설날 지나고 반년만인 음력 5월 5일로 이날 형편에 따라서 제사음식을 만들고 제사가 끝나면 가족이 같이 밥을 먹으면서 지난 반년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나눈다.

베트남에 살면서 이곳의 문화를 접하다 보면 내심 한국과 비슷한 문화인 듯 하지만 다른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복음을 전하는 과정에서 현지인의 내면을 이해하고 그들 마음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문화적 이해는 필수적이다. 각 나라의 문화를 내가 가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 각 지역과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고유한 풍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음을 전함에 있어서는 분명한 핵심과 내용 전달이 중요하다.

2023년 부활절을 베트남에서 보내면서 다시 한번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을 깊이 새겨 본다.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 된 인간을 위하여 하늘 아버지께서 친히 독생자 외아들을 세상에 보내주셔서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온갖 고초를 당하시고 우리 죄를 대신 짊어지게 하셨다. 그러나 죄인 된 인간 누구라도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은혜요 감격이다. 바로 이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 모든 사람들이 영접할 수 있도록 전도자는 길 안내를 하는 것이다.

구원은 오직 아버지 하나님의 권세 안에 있는 것이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여 그 길을 안내하려 한다. 오늘도 베트남 땅 1억 명의 영혼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삼는 그날까지 천국 복음이 모든 사람에게 전해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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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봉학
서울신학대학교 및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졸. 1995년부터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교민목회와 지역민을 위한 상담활동을 하면서 평신도를 세우는 건강한 교회를 꿈꾸며 목회. 2019년 이후 섬기던 로고스교회에서 베트남 선교사로 파송되어 현재까지 사역 중. 실버 선교사로서 한국어와 영어교습을 통한 젊은이 복음 전도와 지역교회 사역자를 목회상담으로 지원하며 베트남 복음화에 협력하는 선교소식을 전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