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분명 잘할 수 있을 거예요”

감정을 읽어주는 엄마가 똑똑한 엄마이다
자녀를 행복한 아이, 중독에 빠지지 않는 아이,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키우고 싶은 부모라면 무엇보다 자신도 행복감을 느끼고 싶은 부모라면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는 일을 우선시해야 한다.

감정을 존중받으면 자존감이 높아진다. 자존감은 행복, 감정, 학업성취도 등 모든 것의 키워드이다. 전업주부나, 워킹맘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다. 엄마들은 일하러 가도 울고 집에 있어도 운다고 한다. 일하러 가서는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고 집에 있으면 아이와 씨름하는 일이 힘들어서이다. 엄마들의 마음을 잘 대변한 말이다.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며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남편이 “정말 고마워, 당신 덕에 아이가 잘 커가는 것 같아. 당신은 참 좋은 엄마야.”라고 해준다면 엄마로서 자존감이 얼마나 높아질까? 좋은 기분을 유지하기가 쉬울 것이고 집안일도 직장일도 더 잘 병행해낼 힘이 생길 것이다. 여자로서 행복함을 느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반면 아내의 미세한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한 남편이 “왜 이렇게 늘 당신은 힘든 표정이야? 애한테 짜증내고. 우리 어머니는 새벽부터 일하시고 시어머니도 모시면서 우리 삼남매를 키우셨어.”라고 한다면 어떨까? 아무리 자존감이 높았던 여성일지라도 우울감과 무기력을 느낄 것이다.

감정을 읽어주면 갓난아이도 안정을 찾는다
처음 감정 읽기에 관심을 가진 것은 은율이가 돌이 채 되기 전이었다. 아이가 우는데 그 이유를 도통 알 수 없을 때가 있었다. 아프거나 불편한 곳이 있어서, 배가 고파서도 아니었다. 이 방법 저 방법 다 써도 울음을 그치지 않던 7개월 된 은율이를 안고 나지막이 기도했다.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은율이가 잠잠해지는 게 아닌가?

“어머니, 은율이가 울 때 기도해 주니까 울음을 그치더라구요.” 신앙심이 깊은 어머니께 말씀드리니 “그래~? 기특하고 신기하구나.” 하셨다.

그다음으로 해보았던 방법은 노래 불러 주기였다. 이 역시도 효과가 있었다. 덕분에 위기를 모면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아이는 따뜻한 감성으로 대하면 심리적 안정을 취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감정 읽어 주기는 육아에 날개를 달아준다
감정 읽기는 나의 육아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앞 장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물건을 사겠다고 떼쓰기 상황에서도 감정 읽어 주기는 큰 도움을 주었다.

목욕을 안 하겠다고 버티거나 식전에 간식을 먼저 먹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상황에서도 그랬다. 아이에게 목청을 높인 후 나를 자책하는 악순환을 피하게 해준 것도 바로 감정 읽어 주기였다.

이는 거울과 같아서 엄마가 감정을 잘 읽어준 아이는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 반면 엄마가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으로 아이의 감정 돌봄에 소홀한 경우에는 아이의 감정 회로가 막히는 경우가 많다.

젊은 미국 교포 부부가 있다. 남편은 꽤 외향적이었고 친절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하루는 부인이 남편에게서 정서적 한계를 느낄 때가 종종 있다는 이야기를 나에게 전하면서 남편이 우울증을 앓은 어머니 밑에서 자란 영향 같다고 했다.

은율이를 키우면서 일찍부터 감정 읽기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그 부분을 공부하면서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것은 사실 나 자신이었다. 그 이유는 육아 시절을 고통이 아닌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어린 은율이를 키우던 시절,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자주 할 만큼 행복했다.

상실의 감정은 반드시 읽어주라
올해 봄, 우리 가족은 아울렛 나들이를 갔다. 쇼핑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은율이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는데 바로 캐릭터 헬륨 풍선이었다. 풍선을 선물받은 은율이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했다. 밤에 놀이터에 갈 때도 그 풍선을 가지고 나갔다.

은율이와 내가 미끄럼틀 난간에 서 있는데 끈이 너무 느슨하게 묶였던지 끈이 풀리면서 커다랗던 핑크색 풍선은 순식간에 밤하늘로 빨려 들어갔다. 망연자실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데 은율이의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엔 엉엉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깜깜한 봄날 저녁의 놀이터는 은율이의 울음소리로 채워졌다.

은율이를 꼭 안아주었다. 맘껏 울 수 있는 엄마의 품을 주었고 스스로 차분해질 때까지 다독여주었다. 며칠 후에도 무언가 하늘로 날아가는 것을 보면 “내 풍선도 저렇게 날아갔잖아.” 하며 서운한 마음을 표현하곤 했지만 점차 하나의 에피소드 정도로 이야기하며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아이의 감정 읽기에 큰 도움을 받은 책,『감정코칭』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감정을 이해받은 아이는 금방 감정을 추스르고 안정을 찾습니다. 그런 감정이 자신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느낀다는 점에서 안도하며, 차츰 더 적절한 언행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자신과 남을 존중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반면, 감정을 무시당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위축되고, 자존감이 떨어진다고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상실감을 느낄 수 있는 크고 작은 일 앞에서 아이가 스스로 마음을 추스르고 자신의 삶에 충실하게 하려면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

감정을 존중한다는 것은 상대를 본래 모습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아이의 감정 읽기는 육아에 날개를 달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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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혜진
고려대 및 한동대 국제로스쿨 졸업, 뉴질랜드 FamilyMinistries 학교수료.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는 것은 어린 시절이며 육아가 변하면 세상이 변한다는 믿음으로 자발적 경단녀로서 양적 질적 시간을 꽉꽉 채운 가정양육을 하며 느낀 경이롭고 행복한 과정을 글로 풀어내는 일을 하고 있다. 인스타: miracley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