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델스존과 교향곡

<Italia Symphony>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 1809~1847) 하면 우리는 먼저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떠올립니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전곡에 흐르는 부드러운 감성으로 초연 때부터 지금까지 모두에게 변함없이 사랑받는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멘델스존의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하지만 음악사상 모차르트 이후 최대의 신동이라는 소리를 듣는 인물로 대문호(大文豪) 괴테마저도 “이만한 음악 천재는 보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의 멘델스존이었으니 그가 음악사에 남긴 업적은 이 유명한 바이올린 협주곡 외에도 많기만 합니다.

작곡 이외에 연주와 지휘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보여 주었고 잊혀 가던 바흐의 음악을 발굴하고 복원해서 세상에 알렸습니다. 불과 38년의 짧은 삶 속에서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는지 놀랍기만 하지만 오늘 화요음악회에서는 그의 교향곡을 듣기로 한 날이니 교향곡에 관한 이야기만 하겠습니다.

멘델스존의 교향곡 하면 우리 대부분은 1번에서 5번까지의 다섯 곡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는 무려 17편의 교향곡을 작곡했습니다. 일찍이 10살의 어린 나이에 작곡을 시작한 그는 12살부터 14살까지 2년 동안 12편의 교향곡을 작곡했습니다. 불행히도 19세기 후반에 멘델스존의 작품 전집이 간행될 때 출판업자가 초기의 12편의 교향곡을 습작 또는 시험적 작품으로 간주하고 제외해버리고 그 뒤에 작곡한 다섯 곡만을 선택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1번 교향곡이라 부르는 C단조 작품 11의 교향곡은 사실은 13번 교향곡이어야 하지만 그때부터 1번 교향곡이 된 것입니다. 이 C단조 교향곡도 그의 나이 불과 15살 때 작곡되었으나 이전의 12편에 비하면 관현악 편성이 충실하고 기법적인 면에서도 성숙해졌으니 다시 한번 그의 천재성에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1번에는 제목이 없지만 2번에서 5번까지의 네 교향곡에는 모두 제목이 있습니다. 2번은 ‘찬가(Lobgesang)’, 3번은 ‘스코틀랜드(Schottische), 4번은 ‘이탈리아(Italienische)’, 5번은 ‘종교개혁(Reformation)’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자주 연주되고 사랑받는 곡이 3번, 4번의 두 곡인데 두 곡 다 멘델스존이 여행을 다니면서 악상이 떠올라 작곡한 곡입니다. 오늘 화요음악회에서는 두 곡 중 4번 ‘이탈리아’를 들으려 합니다.

음악으로 쓴 여행기, 멘델스존의 교향곡 4번‘이탈리아(Italienische)’ 작품 90
“음악에 비해 언어는 너무 불분명하고 애매모호하여 자기 뜻을 제대로 전달할 수가 없다.” 멘델스존의 말입니다. 그가 남긴 5편의 교향곡 중 두 편의 걸작 교향곡이 여행의 산물로 태어난 것을 보면 그는 불분명하고 애매모호한 언어 대신 음악으로 여행기를 쓰므로 자기의 말을 실천에 옮긴 작곡가입니다. 풍족한 집안에 태어나 여유로운 삶을 살았던 그는 다방면의 취미를 가졌지만 여행도 좋아하여 외국 나들이를 많이 했습니다.

38년이라는 짧은 생애 중에 영국 여행만 10차례나 했던 그는 20세가 되던 1829에는 3년에 걸쳐 영국, 이탈리아(로마와 나폴리), 스위스, 프랑스 등을 여행했습니다. 특히 1830년 11월부터 6개월 동안은 로마에 머물면서 로마 시민들의 사육제도 보았고 교황 그레고리우스 16세의 즉위식도 볼 수 있었습니다.

교향곡 4번 이탈리아는 이때 로마에 머물면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경, 독일과는 다른 풍속, 그리고 분위기에 사로잡혀 쓰기 시작한 이 작품을 그 자신도 좋아했고 좋은 작품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때 가족에게 쓴 편지에서 “나는 지금 새로운 힘을 얻어 작곡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곡은 내가 쓴 작품 중에서 가장 성숙한 작품이 될 것입니다,”라고 쓴 내용이 작곡 당시 그의 심경을 알려줍니다.

영감이 번뜩이는 찬란한 작품
그렇게 시작된 이 곡은 3년 뒤 1833년에 완성되었습니다. 1832년에 런던 필하모니협회가 멘델스존에게 교향곡과 서곡을 써달라고 부탁하자 그는 로마에서 썼던 교향곡의 초고를 정리해서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유명한 관현악 서곡 핑갈(Fingal)의 동굴’- 멘델스존이 1832년에 스코틀랜드를 여행하다 만났던 거대한 동굴 핑갈의 풍광에 감동되어 지은 관현악곡-과 함께 1833년 5월 13일 런던 필하모닉을 스스로 지휘하여 초연했습니다. 모차르트를 듣는 듯한 명쾌한 선율에 남유럽의 밝은 햇살 아래 펼쳐지는 이탈리아의 풍경에 고대 로마의 빛나는 역사가 가미된 이 곡에는 멘델스존 특유의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습니다.

이 곡을 들은 또 다른 작곡가 슈만이 “이 곡은 우리를 이탈리아의 밝은 하늘 아래로 이끌어간다. 이 곡을 듣는 누구라도 이탈리아의 감명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고 평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초연을 들었던 런던의 청중과 언론이 ‘영감이 번쩍이는 찬란한 작품’이라고 극찬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그 당시나 오늘날이나 모두가 그를음악의 풍경화가’라 부르는 것도 이 곡을 들어보면 수긍이 갑니다.

모두 4악장으로 되어있습니다
제1악장 Allegro vivace 빛나는 태양의 모습을 떠올리는 1악장은 북독일에서 성장한 멘델스존이 밝고 푸른 남유럽의 하늘을 보며 춤추고 싶은 마음이 풍부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제2악장 Andante con moto 무거운 행진곡풍으로 마치 로마로 참회의 여행을 떠나는 종교적 행렬을 연상하게 하지만 전체에 흐르는 맑고 깨끗한 기분은 옛 시대의 로맨스를 느끼게 합니다.

제3악장 Con moto moderato 전통적인 미누에트 악장으로 가볍고 즐거운 리듬은 작곡가의 마음속에 약동하는 여행의 즐거운 인상을 나타내면서도 단순함과 우아함을 자아냅니다.

제4악장 Saltarello-Presto 악보에 ‘살타렐로(Saltarello)’라고 적어 놓았는데 이는 13세기 이탈리아에서 추던 빠른 춤곡입니다. 멘델스존의 곡 중에서 가장 격하고 긴박감 넘치는 음악입니다. 카니발에서 온 마을 사람이 함께 흥겹게 춤추는 모습에서 이 악장을 착상했을 것입니다.

이탈리아에 매료되었던 두 사람의 천재 멘델스존과 괴테
멘델스존의 교향곡 이탈리아를 들으려면 생각나는 책이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기’입니다. 18세기 유럽의 지식인들은 이탈리아를 여행하기를 즐겼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유럽 문명의 발상지로 동경하던 로마가 있는 이탈리아는 18세기 유럽의 지식인이라면 누구나 가보고 싶어 하는 나라였습니다.

멘델스존보다 60년 먼저 태어난 독일의 문호 괴테(1749-1832)도 이탈리아를 동경해 37세가 되던 해에 그때까지 쌓았던 모든 지위와 명성을 내려놓고 익명(匿名)의 가벼운 몸차림으로 이탈리아로 떠났습니다. 오늘날 우리 모두의 여행 필수품인 휴대폰도 아니 카메라도 없던 시절 그는 달랑 가방 하나에 옷가지 조금과 필기장과 펜만 싸 들고 이탈리아로 들어갔습니다.

음악을 듣기 전에 저는 우리 화요음악회 회원들께 다음과 같은 말씀을 드렸습니다
“멘델스존과 괴테, 두 사람의 천재 모두 이탈리아를 동경해 여행했지만 멘델스존은 음악으로 여행기를 써 불후의 걸작인 ‘이탈리아 교향곡’을 남겼고 괴테는 글로 여행기를 써 불후의 여행기인 ‘이탈리아 기행’을 남겼습니다. 이제 곧 음악을 듣겠지만 저는 여러분께 제가 오래전 읽었던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에서 감명 깊게 읽었던 한 구절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여행 중에도 글쓰기와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았던 괴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뚜껑 없는 병(甁)을 물속에 넣으면 쉽게 물이 차듯이 감수성이 있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은 쉽게 충실을 기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꽤 나이가 들었습니다. ‘삶’이란 이름의 기나긴 여행을 계속하는 중이지요. 혹시 우리는 나이라는 뚜껑으로, 아니면 살아온 경험이라는 뚜껑으로 우리의 마음을 닫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그 뚜껑이 무엇이든 각자의 뚜껑을 열어버리고 앞으로 남은 삶의 여행을 계속하면 언젠가 여행이 끝났을 때 우리도 멘델스존이나 괴테와 같이 아름다운 여행기를 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뒤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관현악단의 연주로 ‘이탈리아 교향곡’을 들었습니다. 현악 파트의 섬세한 표현과 유창하게 흐르는 풋풋한 선율이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경을 잘 묘사하는 훌륭한 연주입니다.

이날 같이 본 하나님 말씀은 창세기 28장 15절입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신지라”

하나님의 백성은 이 땅에서 잠깐 우거하는 나그네입니다. 삶이란 여행길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와 같이 가느냐입니다. 하나님께서 광야의 야곱에게 약속하셨듯 우리와도 같이 하심을 믿어야 할 것입니다. 그때 우리의 삶은 보람도 있고 소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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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서울 문리대 영문학과를 졸업, 사업을 하다가 1985년에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났다. 20년간 키위교회 오클랜드 크리스천 어셈블리 장로로 섬기며 교민과 키위의 교량 역할을 했다. 2012년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클래식음악 감상회를 열어 교민들에게 음악을 통한 만남의 장을 열어드리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