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가 필요한 곳이 네가 있어야 할 곳이야”

두근두근 첫 출근 날이 되었고 긴장과 설렘을 안고 2022년 헤드티쳐로서 첫 도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 며칠은 아이들 이름을 외우고, 부모들께 인사드리고, 교사들에게도 이것저것 물어보며 루틴을 차츰차츰 익히느라 집에 오면 바로 쓰러져 잤습니다.

마치 신고식이라도 치루듯이 한 남자아이로부터 얼굴에 강 펀치를 맞았습니다. 다른 아이를 장난감으로 때려서 하면 안 되는 행동을 잡아주었더니 “난 널 때릴 거야, 바보야” 욕 한 바가지를 먹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술래잡기라도 하듯 저를 놀리며 달아나서 붙잡았더니 난데없이 주먹으로 얼굴을 뻥 쳤습니다.

그 순간 너무 놀라 당황해서인지 삐- 하면서 그 장면이 슬로모션처럼 느껴졌고 아픈 줄도 몰랐습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라 아이를 붙잡고 눈을 똑바로 보고 때리는 것은 남을 아프게 하는 거고 해서는 안 되는 행동임을 똑똑히 일러주었습니다. 이럴 때는 사과를 하는 것이라고 하며 사과를 받아냈습니다.

손을 덜덜 떨면서 매니저한테 가서 방금 한 방 먹었다고 내가 알아야 할 점이 있는지에 관해 물어봤습니다. 아이들과 가정의 프라이버시이기 때문에 많은 설명은 담지 못하지만 윌리엄(가명)은 사랑이 필요함이 확실했습니다.

윌리엄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며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게 사랑과 지혜와 능력과 힘을 달라고. 매일 윌리엄은 내게 모래를 던지며, 달아나며, 욕하며 그렇게 계속 몇 주를 보냈습니다.

집에 와서 어머니와 함께 윌리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때 어머니가 내게 이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 아이가 너에게 아무리 욕하고 무시해도 너는 끝까지 그 아이를 사랑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너를 거기 보내신 이유는 그 아이를 사랑해주라고 보내신 같다.”

순간, 다시 한번 내 교육 철학인 ‘아이를 무조건 적으로 사랑하는 것’을 기억하며 매일 같이 나는 윌리엄의 이름을 부르며 관심을 가져 주었습니다.

Russell Barkley 정신과 의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The kids who need the most love will ask for it in the most unloving ways”. “가장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은 가장 사랑스럽지 않은 방법으로 사랑을 요구할 것이다.”

윌리엄은 사랑을 요구하고 있는 것임을 다시한번 기억하게 되며 윌리엄이 좋아하고 관심있는 놀이 환경을 계속해서 만들어주었습니다.

3주가 지나갈 때쯤 tidy-up time이었습니다. 놀았던 장난감들을 다 정리해야 밖에서 놀 수 있음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며 다 같이 치우자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원래 잘 치우던 아이들이 안 치우고 갑자기 기대도 안 했던 윌리엄이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들은 갖고 놀지도 않았는데 너희들을 위해 함께 도와주는데 너희들도 치워야 하지 않을까?” 이 한마디의 설명을 듣더니 하나씩 하나씩 반에 절반은 윌리엄이 치웠습니다.

너무 감동하며 윌리엄에게 함께 치워줘서 너무 고맙고 너무 대견하다면서 칭찬을 해주었더니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서는 밖에 나가서 신나게 또 놀았습니다. 그러다 한 아이가 자전거로 나를 장난으로 쳤는데 윌리엄이 나에게 “are you okay?” 하면서 내가 괜찮은지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I never gonna hit you” “나는 너 절대로 이 자전거로 안 때릴 거야” 하면서 마치 “나는 너의 편이야”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자전거를 창고로 갖다 놓으려고 하는 나를 본 윌리엄은 갑자기 달려와 “I can do that” 하면서 네다섯대의 자전거를 낑낑 힘쓰며 창고로 다 옮겨주었습니다.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면서 윌리엄이 나를 드디어 받아주는구나 싶어 집에 갈 때쯤 꽉 안고 “너 때문에 난 오늘 너무 행복했어.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말해주자 인사를 절대 안 하는 윌리엄이 “bye” 하며 하이 파이브도 해주고 신나게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윌리엄이 눈에 보이게 조금씩 변하는 게 보였습니다. 교사들도 포기했던 윌리엄이 점점 도와주는 것을 시작하고, 또 친구들과 장난감도 번갈아 가면서 놀고, mat-time도 참여하며 본인도 조금씩 노력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특히나 아이들이 내게 “Rachel” 하는 것을 들었는지 그전에는 이름도 안 부르고 그냥 “teacher” 했다면 처음으로 내 이름을 쑥스럽게 불렀고 그 후부터 내 이름을 불러줍니다.

또 이제는 나의 루틴이 되어 버린 윌리엄에게 가서 “오늘 하루도 도와줘서 고마워!” 하며 “포옹은 팔로 나를 감싸는 거야!” 가르쳐주고 포옹을 받고, 하이파이브 하며 집에 돌아옵니다.

그러면 윌리엄은 “we gonna live here forever aye? We not going home. Tell mummy.” – “집에 안 가고 여기서 평생 살겠다고 엄마한테 꼭 말하라”고 합니다.

윌리엄을 두고 어떻게 하나 고민하며 묵상했을 때 하나님께서 큐티 말씀을 통해 인내할 것을 기억하고 훈련하시려는 것 같았습니다.

골로새서 3장 12절 “그러므로 너희는 하나님이 택하사 거룩하고 사랑받는 자처럼 긍휼과 자비와 겸손과 온유와 오래 참음을 옷 입고.”

야고보서 1장 4절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

앞으로 윌리엄과의 learning journey가 기대되고 나도, 윌리엄도 어떻게 성장할지 설렙니다. 하나님은 다른 방법으로는 발전할 수 없는 자질을 지금 내 안에서 발전시키고 계십니다.

하나님이 일을 마치시면, 나는 그가 나를 위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처리할 수 있는 성숙함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적들이 여러분을 당황하게 하거나 상황이 여러분을 과욕에 빠지게 하지 마세요.

“Be patient. Trust the Lord”

또 다른 실천은 아이들의 언어와 표현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제각각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고 접근 방식도 달라야 합니다.

그 중에 아이들이 제일 많이 하는 것은 어른의 관점에서 겉으로 봤을 때는 울며 떼쓰는 것입니다. 그러면 보통의 반응은 “그만 울어. 괜찮아.”

하지만 아이는 절대 괜찮지 않고 더 울 것입니다. 왜 그만 울어야 하는지, 왜 괜찮은 지 설명을 잘 안 해줄 경우가 대부분 있습니다.

울면 끝장을 보는 아이가 있습니다. 목이 찢어져라 울고 바닥을 쿵쿵 발로 차며 있는 대로 화를 냅니다. 그것이 아이의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화내는 방법을 제하는 자세는 “그렇게 하면 안 돼. 발로 차지마. 그만 울어.”가 아니라 이해해주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네가 정말 많이 화났구나. 그럴 수 있어. 그런데 네가 너무 소리 지르면 다른 사람들이 귀가 아프고 네가 발을 그렇게 차면 네 발이 아플 거야.” 그러면 아이가 뭐지 싶으면서 은근히 듣게 됩니다.

그래도 만약 운다면 “그럼 너 다 울고 네가 준비될 때 나에게 와서 이야기해줘. 그럼 그때 도와줄게. 지금은 네가 우느라 내가 못 알아들을 수 있으니까 조금 진정하고, 숨을 깊게 마시고 내쉬고. 기다릴게.”

그렇게 10분 정도를 울더니 나에게 와서 “I am ready.”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해결점을 찾아갔습니다.

아이들이 upset 한 경우 upset 해도 된다고 이야기해주고 아이의 방식대로 풀게 해줍니다.

만약 upset 한 것을 강제적으로 그만하라고 하면 그 다음 단계로 해결점을 찾지 못할 것이고 되풀이될 것입니다.

나는 이렇게 아이들의 감정 다스리는 법을 가이드 해가고 있고 점점 아이들이 변해가는 모습에 감사하고 아이들 각각에 맞게끔 교육방식을 제시하는 것에 교사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부분이고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나의 유아교육 멘토였던 선생님이 연락해서 “항상 너를 생각하고 있는데 잘 적응하고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래서 나는 “기도가 많이 나와” 답했더니 “기도가 필요한 곳이 네가 있어야 할 곳이야.”

이 말이 너무 뭉클하게 와닿았습니다. “내가 필요해서 여기로 인도하셨고, 사랑을 주게 하시려고 훈련시키시는구나!” 절실히 느꼈고 감사했습니다.

히브리서 6장 10절은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불의하지 아니 하사 너희 행위와 그의 이름을 위하여 나타낸 사랑으로 이미 성도를 섬긴 것과 이제도 섬기고 있는 것을 잊어버리지 아니하시느니라.”

하나님은 기억하신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고 분에 넘치는 아이들을 내게 맡겨주신 것에 항상 생각하면 눈물 나게 감사합니다.

또 사랑해준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사랑을 아이들에게 많이 받는 것 같아 겸손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