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와 밥보”

“바보! 바보가 뭔 줄 아셔요?”
“그야, 좀 모자란 사람을 말하는 거 아닌가요?”

우리는 흔히 좀 모자라거나, 부족함이 많은 사람을 가리켜
‘바보 같은 사람’이라고 말을 합니다.

그런데 ‘바보’라는 영어 단어 이디엇트(Idiot)가
그리스어 이디오테스(Idiotes)에서 온 말이라는 데
그 뜻은 모자람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일에만 몰두해서 공적인 일에는
무관심한 사람”을 나타내는 말이랍니다.

아테네 시민들은
전쟁이 나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해야 했고,
종교 축제를 비롯한 여러 축제에 참여해야 했으며,
민회에 참석해서 공공정책과 관련된 문제에 투표해야 했고,
재판이 열리면 배심원으로 참가해야 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공적인 일에 참여하는 것은
자유 시민에게 필수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최첨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 날!
우리는 과연 우리에게 주어진 공적인 책임을
다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코로나가 온 지구를 덮쳐 나라마다 어려움 가운데 있음에도
나라의 방역 지침을 무시하고
나 편한 대로 살아가며 공적인 책임을 무시하는
사람!

내가 속한 공동체가 어려움과 힘듦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즐거움과 행복에만 몰두하여
무관심하게 공적인 책임을 무시하는 사람!

무너져가는 성벽을 바라보면서도
함께 세우기보다는 돌아서서
내가 원하는 길만 즐거이 가며
공적인 책임을 무시하는 사람!

공적인 일들을 모른 체하면서
나는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Idiot!”

알면서도 모른 척!
알고 싶은 것만 골라서 아는 척!
무책임하고 책임감이 결여된 사람!
“Idiotes!”

긴 록다운 끝에 자기 일에만 몰두하여
공적인 일에는 무관심한
이러한 ‘Idiot!’ ‘Idiotes!’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밥을 많이 먹는 사람을
‘밥보’라고 합니다.

‘밥보’는 다른 사람은 굶든 말든
자기 배만 부르면 된다는 사람입니다.

‘밥보’는 다른 사람 형편이 어찌돼든 상관없이
나만 좋으면 된다는 사람입니다.

‘밥보’는 다른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고
오직 자기만 보이는 사람입니다.

“밥보”가 “바보” 입니다.

긴 록다운 끝에 이러한 ‘바보’와 “밥보’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바로 그런 ‘바보’요.
내가 바로 그런 ‘밥보’였네요.

‘바보’가 많아지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밥보’가 많아지는 지금의 시대에서,
나는 과연 얼마나 ‘안 바보’ 처럼 살 수 있을는지,
나는 과연 얼마나 ‘안 밥보’ 처럼 살 수 있을는지,

델타를 지나 ‘오미크론’ 시대를 살아가면서
점점 내 안으로 파고드는 ‘바보! 밥보!’ 같은
내 중심적인 삶을 내려놓고,
함께 이고 지고 갈 이 시대의 공적인 책임은
과연 무엇일까 깊이 생각되는 요즘입니다.

70!
70은 ‘오미크론’ 숫자입니다.
70년 만에 포로에서 풀려나 예루살렘으로 귀환한
이스라엘 백성처럼,

오미크론으로 부터,
‘바보’와 ‘밥보’로 부터 해방되어
이제 내가 있어야 할 자리로 모두 귀환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자리가 어디이든……
그 일이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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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애
크리스천라이프 대표,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사모, 협동 목사. 라이프에세이를 통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 와 '은밀히 거래된 나의 인생 그 길을 가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