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길 way to school

광화문에서 세검정으로 가는 91번 버스는 등교 시간이면 어김없이 여러 학교의 학생들로 만원입니다.

버스 차장 아가씨는 온몸으로 승객들을 밀어 넣고 버스는 문도 채 닫기 전에 출발합니다.

거기다 운전수 아저씨는 내부 공간을 더 만들려는지 갈지자로 마구 난폭운전을 합니다. 버스 안도 한 발 디딜 틈조차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야말로 콩나물시루 같았지요.


그래도 앞에서 선 여학생의 몸에 닿지 않으려 두 팔로 손잡이를 잡고 온 힘으로 버티던 생각이 납니다. 그게 예의였으니까요. 겨우 내리면 때로는 교복의 단추는 사라지고 명찰도 반쯤 떨어져 나가 교문 앞에 버티고 있는 규율부의 관문이 남아있습니다.

그 지옥 같은 상황을 매일 겪으면서도 그나마 학교 가는 게 유일한 낙이었던 시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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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인 회사를 운영했다. 나의 어린시절 어머니는 삶이 너무 힘드실 때면 긴 한숨과 함께 ‘봄 날은 간다’를 나즈막이 부르시곤 하셨다. 나의 작업은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만들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