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를 정의할 때 문화가 다른 곳에 가서 복음을 전하는 사역이라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문화가 서로 만나게 된다. 선교 현장의 독특한 문화와 함께 선교사들이 각자 가지고 온 문화들이 충돌하기도 하고 조화를 이루기도 하며 서로 섞이기도 한다.
우리가 사역한 파푸아 뉴기니 성경번역본부에는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독일, 한국, 네덜란드,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선교사들이 함께 사역을 감당한다.
처음 사역을 시작하면서 이런 다양한 문화를 배우며 적응해 나가는 것이 가장 도전이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선교지에서 다양한 문화의 배경을 가진 선교사들과 함께 사역하면서 느낀 것을 나누고자 한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그중에는 우리가 배격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이 서로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이며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해 주면서 어떻게 하면 함께 복음을 잘 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현지인의 문화-화물숭배
앞서 언급한 적이 있지만 파푸아 뉴기니에는 전반적으로 화물숭배(Cargo Cult)신앙(미신)이 만연해 있다. 죽은 조상들이 자기들에게 많은 선물들을 가지고 올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리고 선교사들이 들어오면서 많은 물건들을 가지고 왔으므로 그들에게 물질적인 것들을 기대하기도 했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 그들은 선교사로부터 물질적인 유익을 얻고 싶어 한다. 그래서 선교사들은 고민에 빠질 때가 많다.
물론 열악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을 긍휼히 여겨 이들의 요구에 아주 관대한 마음으로 도와주고 물질도 아낌없이 나눠주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이 그들에게 오히려 해가 될 때도 많으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 갈등을 많이 하고 기도도 많이 한다.
선교사들 중에는 지나치게 많은 물질을 쏟으면서 사역을 하는 사람도 있다. 물질을 이용한 선교는 어쩌면 가장 쉽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열매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게 된다. 오히려 그들 가운데 있는 화물숭배를 부추기는 꼴이 되지는 않은 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선교사로서 돈으로 살 수 없는 복음이 그들에게 가장 큰 선물임을 인식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지인의 문화-기후
파푸아뉴기니는 열대우림 기후로 사계절이 덥다. 본부는 고산지대라 좀 선선한 편이지만 마을들은 습하고 덥다. 이러한 기후에서 살다 보니 사람들은 느려지고 의욕도 없어지고 약속을 지켜는 것도 쉽지 않다. 처음 이러한 문화를 접하면서 사람들이 왜 이렇게 약속도 지키지 않고 모든 것이 느리고 게으른 것일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도 마을에서 살다 보면 축축 늘어지고 밥을 한 끼 해 먹는 것도 아주 고생스러워서 하루에 한 끼 식사로 때우고 싶기도 했다. 그리고 땅거미가 질 때 시원한 강가에 가서 멱을 감고 돌아오는 시간에 큰 행복을 느낄 정도이다. 이렇게 하루가 너무나도 느리게 간다.
그러나 실제로 그들은 부지런하다. 시장에 농산물을 내다 팔러 가기 위해서 새벽 3시가 되면 일어난다. 그리고 무더위 속에서 일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밭에 나가 일을 한다. 그리고 해가 뜨거워질 때쯤 집에 돌아와서 늦은 아침 식사를 한다. 그리고 그늘에 앉아서 쉬거나 이웃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이렇게 하여 보통 점심을 거를 때가 많고 그 대신 이른 저녁에 식사를 하기도 한다.
마을에서 그들과 살면서 그들의 삶을 좀 이해하게 되었다. 그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관계하지 않으면 사역을 해 나가기 쉽지 않다. 나도 한국 사람으로서 빨리빨리 하는 것에 익숙해 있다가 거기서 천천히 사는 것을 많이 배우게 되었다.
현지인의 문화-800여개의 언어
파푸아 뉴기니에는 839개의 언어가 있다. 하나의 언어만 사용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많은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가 어떻게 운영이 되고 하나가 되어질까 궁금할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오히려 우리나라와 같이 언어가 하나뿐인 국가도 드물다.
파푸아 뉴기니에는 아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공용어가 있어서 서로 의사소통이 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온 국민이 하나가 되는 것은 어려운 것 같다. 하나의 부족이 오히려 나라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언어가 많다 보니 보통 한 사람이 서너 개의 언어들은 기본적으로 이해를 하고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파푸아 뉴기니 사람들은 언어적인 감각이 아주 뛰어난 것 같다. 부족마다 자신의 모국어만 사용한다면 정말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것이다. 이러한 나라에서 사역하려면 여러 언어에 대해 유연하게 잘 받아들여야 하고 순간순간 변화하는 언어 사용에 대해서도 잘 적응을 해야 한다.
현지인의 문화-원톡(가족중심의 삶)
파푸아 뉴기니는 부족사회이며 부족마다 자기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원톡’이란 말이 널리 사용된다. 이것은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원톡은 친척이거나 같은 부족 사람이라는 뜻이다. 언어가 800개가 넘는 이곳에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면 한 가족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려움을 당한 원톡은 무조건 도와주어야 한다.
우리가 도우라 부족사역을 하면서 큰 아이를 뉴질랜드로 데려다주고 다시 돌아와서 공항 세관을 통과하고 있었다. 세관 통과에는 어떤 규칙보다 검사관에 따라 통과되기도 하고 다 뺏기기도 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줄을 서 있는데 그날 세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도우라 부족의 한 일원이었다. 언젠가 마을 행사에서 인사를 나누었던 사람이라 우리를 알아보고는 “원톡!”이라고 소리를 치더니 무조건 통과를 시켜주었다.
이 나라 사람들은 대부분이 친족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공동체 안에 살아가면서 거기서 안정감을 누린다. 범죄가 일어나도 그 부족 안으로 숨어버리면 쉽게 찾을 수 없고, 혹 그 사람을 찾아서 처벌을 하면 다시 보복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공권력도 약하고 가족 간에 서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어 다른 부족과의 싸움, 다툼이나 전쟁이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국가의 개념보다 부족이 우위에 있고 국가의 발전은 느려지고 어려운 것 같다. 선교사가 해야 할일은 하나님은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고 하나 되기를 원하신다는 것을 말씀을 통해 알려주어야 한다.
선교사 문화-개인주의(서양)와 집단주의(동양)
개개인의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서양에서 온 선교사들은 자신의 경계선이 지켜지기를 원하고 안전에 대해서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한 사역을 빨리 진행시켜서 열매를 얻는 것보다 과정이 중요하며 자신의 정서적 건강을 관리하면서 쉼의 시간도 잘 지켜가면서 사역한다. 한국적인 정서로 볼 때 때론 좀 이기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반면에 우리는 결과가 더 중요해서 빨리 일을 끝내야 하고, 선교사는 좀 고생을 하고 어려움을 견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 자신의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좀 참고 견딘다. 이렇게 서로의 다른 문화 배경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사역을 하다 보니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한국의 문화는 멜라네시안 문화인 파푸아 뉴기니와 비슷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선교지 문화보다 서양의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서로의 문화에는 장단점이 있고 서로가 좋은 점을 배우고 협력하면 더 많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쉬지 않고 계속 달려가다 보니 쉽게 지치기도 하는데 서양 선교사들의 느긋하고 쉼표가 있는 생활방식을 좀 배운다면 사역을 더욱 길게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서양 선교사들은 동양 선교사들의 절제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을 배운다면 선교지에서도 현지인들의 필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나님은 우리를 다르게 만드셨다. 이렇게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협력하면서 우리는 하나님의 마음을 배우고 주님의 성품을 닮아가게 된다. 우리를 힘들게 하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사람들과 문화를 통해서 하나님은 우리를 다듬기도 하시고 넓히기도 하신다.
모든 것을 허락하신 분이 하나님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른 문화를 배우고 함께 하는 것에 감사한다면 선교지에서의 삶이 좀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