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땅끝에 서다

2018년 8월 31일(금) 32일차 : 피스테라 ~ 무시아 : 번외 30km (누적 920km) 모든 까미노 끝~~
오늘은 8월 마지막 날이다. 그리고 나의 까미노가 모두 마무리되는 날이기도 하다. 32일 동안 걸었다. 정말 내가 해낸 것인가가 믿기지도 않는다. 모든 것이 감사였고 은혜였다.

어제 일몰 크루즈 때 바람을 너무 많이 맞았는지 밤새 기침하며 잠을 뒤척였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새벽에 일어나서 약간 걱정이 되었는데 기도하면서 짐을 꾸린다.

오늘의 목적지는 무시아다. 30km를 걸어야 한다. 무시아는 사도 야고보가 복음을 전하는데 마리아가 무시아에서 나타났다는 전승이 있다. 그리고 까미노의 또 다른 종착지이다. 그래서 0km 표지석이 또 있다.
새벽 6시에 출발한다.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아 바람막이와 넥워머로 입과 코를 덮고 간다. 바닷가라서 그런지 바람이 세게 분다. 오늘이 마지막이라 그런지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 한 걸음 한걸음 옮긴다.

마지막 종착지 무시아에 도착

피스테라에서 무시아로 걷는 사람은 피스테라를 걸어서 가는 사람들 중에 20~30%밖에 안 되는 거 같다. 피스테라를 마지막으로 하고 거의 돌아간다. 그래서 길에 사람이 거의 없다.

바닷가 옆길로 가다가 숲길과 해변 길로 나누어지는 곳에서 해변 길을 택했는데 더 깊숙이 들어가는 바람에 완전 산을 타는 등산을 한다. 2km 정도를 숲을 헤치며 산을 올라가는데 옆은 절벽이다. 그런데 경치는 정말 끝내준다. 바다와 절벽이 내 밑에 있다. 이것도 경험이라 생각하고 정말 등반하듯이 배낭을 메고 올라간다.

길도 없는데 숲을 헤치며 간다. 경로도 이탈인데 그냥 위쪽으로 올라간다. 1시간 정도를 그렇게 길을 가니 산책로가 나오고 다시 까미노 길로 들어선다. 정말 마지막 날에 기억에 남을만한 추억을 만들었다. 어디를 가도 그것이 까미노라 생각하며 걷는다.

1시간을 더 가다가 중간 마을 Lires에서 도장을 받아야 순례증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카페를 찾아 쉰다. 그런데 발에 물집이 잡혔다. 어제 삼 무를 외쳤었는데 교만하지 말라고 하나님이 경고하신 듯 0.5cm의 작은 물집이 새끼발가락에 생겼다. 이것은 그냥 잘 마사지를 해주면 될 정도로 작다. 사람이 겸손해야 한다. 커피와 빵을 먹고 쉬다 다시 출발한다.

이제 3시간 정도를 가야 하는데 마지막이니 즐기며 가고 싶다. 사람이 없으니 찬양도 크게 하고, 무시아를 먼저 갔다가 피스테라로 오는 사람들을 만나면 크게 인사도 하면서 즐겁게 마지막 힘을 다해서 걷는다. 그런데 반대쪽에서 처음에 같이 출발했던 이태리 아주머니를 만났다. 서로 반가워하며 인사하고 사진도 찍는다.

첫날 만난 이태리 아주머니와 다시 재회

그동안의 까미노를 비교하면 어려운 길은 아니지만 계속 언덕이 나온다. 무시아 도착하기 전 마을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 8k 정도 남았다. 이제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왜냐면 해가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갈리시아 지역에 들어와서는 구름이 많이 껴서 걷기 좋았는데 오늘은 구름이 거의 없다. 마지막 날이라고 화창한 날씨를 주신 듯하다.

계속 업 앤 다운이 계속되는 산길을 2시간 정도 걷고 나니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곧 무시아다. 무시아는 바닷가 마을이다. 작은 마을이라 쉬기 좋다고 해서 내일 산티아고로 안 가고 이틀을 묵고 갈 계획이다.

드디어 까미노의 마지막 종착지인 무시아에 도착한다. 해변에는 수영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들어가고 싶지만 마을 끝 산봉우리 쪽에 성당과 0표지석이 있다고 하니 그쪽을 먼저 간다. 15분 정도 가니 0표지석과 뒤에 거대한 돌탑 2개가 있다.

또 다른 땅끝 0표지석과 두 돌탑

이 탑은 2002년에 무시아 앞바다에 유조선이 침몰하여 국민들과 세계 많은 사람들이 방제 작업을 해서 바다가 회복된 기념으로 만든 탑이라고 한다. 그리고 바닷가 옆에 큰 성당이 있다. 사진을 찍고 바다 앞에 서는데 감회가 새롭다. 그동안 32일 동안의 까미노 여정이 머릿속으로 지나간다.

이제 정말 끝났다. 32일 동안 920km의 여정이 마무리되는 순간이다.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걸으면서 생각했던 거, 느꼈던 거, 만났던 사람들. 이 모든 것이 까미노 그 자체였다. 까미노는 걷는 것도 있지만 내 마음에 남는 흔적이 있다. 내 마음의 길인 나만의 까미노이다. 이 마음의 까미노를 간직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일단 숙소로 왔다. 한국인을 좋아하는 주인인 듯 너무 친절하다.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하며 등산화와 깔창을 세척했다. 너무나 수고한 것들이다. 그리고 산티아고에서 산 신라면을 고이 간직하다 꺼내 어제 얻어 고이 모셔온 날계란까지 넣고 끓였다. 까미노를 끝까지 마친 나에게 주는 선물같이 느껴졌다. 까미노에서 처음 먹는 신라면이다. 얼마나 기다렸던가.

순례증을 받으러 간다. 도합 순례증 3개(산티아고, 피스테라, 무시아), 거리 완주증 1개(799Km)로 모든 순례증을 받았다. 순례증 완전체를 이루었다.

까미노 순례증 완전체 4종세트

이것은 돈 주고도 못 사는 것이다. 반드시 걸어야만 받는 것이기에 집에 가면 액자로 걸어놓을 것이다.
저녁을 먹고 일몰을 보러 올라간다. 피스테라와는 달리 한적하고 고요하다. 고요한 바다에서 해가 지면서 내 까미노도 진다.

까미노 순례길을 마무리하면서…
이제 까미노를 마무리해야 한다. 나에게 까미노란 어떤 의미인가? 무시아 알베르게의 호스트는 “피스테라는 땅의 끝이고, 무시아는 길의 끝이다”라고 말한다. 무시아의 바다를 보며 야고보 사도가 왜 이곳까지 왔을까? 무엇이 그로 하여금 대서양을 넘도록 등을 떠밀었을까? 바울 사도는 왜 그토록 서바나를 가려고 했을까? 그의 사역의 끝을 왜 서바나로 삼았을까?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내가 찾은 답은 주님과의 만남이다.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 그리고 그분의 마지막 부탁인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고 하신 명령에 순종하여 그들을 땅끝으로 향하도록 했다. 만약 그분들이 주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 부활하신 주님과의 교제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정말로 주님과의 만남이 중요하다. 주님과의 교제가 중요하다. 주님과의 지속적인 만남과 교제가 주님께 헌신하게 하는 것이다. 나도 이 주님을 만났기에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대서양을 바라보며 야고보 사도와 나를 비교해 본다. 까미노를 마친 여유와 작은 항구도시 무시아의 아름다운 모습이 나의 까미노를 마무리하게 한다.

역시 주님이다. 주님만이 답이다. 주님 때문에 목회를 하는 것이고, 야고보는 주님 때문에 이곳에서 복음을 전한 것이고, 바울도 주님 때문에 서바나, 땅끝에서 복음을 전하려 했던 것이다.

나의 까미노의 결론은 주님인 것이다. ‘내가 곧 길이다’라고 하셨으니 나의 길 되신 주님과 함께 나에게 맡겨진 사명을 다해야 하겠다.

주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나의 인생길에서도 부엔 까미노~~
이것이 까미노 마지막의 외침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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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두
장신대 신대원 및 동대학원 졸업, 2007년에 뉴질랜드 이민 후 오클랜드 순복음교회, 에덴장로교회 부목사로 섬겼고, 2012년부터 임마누엘교회 담임목사로 시무하고 있다. 2018년에 안식월을 맞이하여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가 길에서 누리게 된 은혜를 독자와 나누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