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 모집

선교 후원이라고 말할 때 재정적인 후원과 함께 기도 후원을 이야기할 수 있다.
선교 단체에 따라 후원 모집 방법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다. 어떤 선교 단체에서는 재정 후원 요청을 하지 않고 사역을 소개하면서 기도 부탁만 하도록 한다. 그러는 중에 성령께서 마음을 주셔서 재정 후원을 하는 교회와 개인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돕는다.

반면에 어떤 선교 단체는 적극적인 재정 후원을 하도록 독려한다. 그것을 하나의 선교 훈련 차원에서 강조하기도 한다. 또 다른 경우도 있다. 선교사도 후원을 요청하지만 선교 단체가 직접 홍보를 하면서 후원을 모집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선교사의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선교 후원은 선교사뿐만 아니라 협력을 하는 교회의 입장에서도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후원을 요청해 오는 선교사는 많고 재정적인 상황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선교사들에게 충분한 액수의 후원을 하지 못하고 여러 명의 선교사에게 조금씩 나눠서 후원을 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을 생각할 때에 선교사들은 교회에 부담이 되는 것임을 알기 때문에 후원 요청을 하는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이번 연재에서는 선교사의 후원 모집과 협력하는 교회가 가져야 할 마음자세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재정적인 후원
내가 속한 교단의 선교부에서는 선교사가 직접 후원을 모집하도록 되어 있다. 교단 선교부의 리더들 중에는 후원을 모집하는 일은 하나님이 선교사로 부르신 것에 대한 최종적인 확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나님이 보내신다면 재정도 채워 주실 것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선교사들은 교회를 방문하면서 자신의 선교 비전을 알리면서 기도 후원과 함께 재정의 후원도 일으켜야 했다.

물론 나는 파송교회에서 상당한 금액의 후원금을 책임져 줬기 때문에 다른 동료들에 비해서 모금에 대한 부담은 적었다. 그러나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이기에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요청하는 것을 굉장히 어려워한다.

교회들을 방문하고 사람을 만나 후원을 요청하는 것은 정말 큰 도전이었다. 교단 교회 주소록을 통해서 각 교회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아보기는 했지만 막상 전화를 하고 찾아가야 하는 것이 힘들어서 교회의 리스트를 적어 놓고 나서도 오랫동안 망설였다.

후원 요청을 말할 용기가 없어서 전화를 걸면서도 제발 전화를 받지 않기를 내심 바라기도 했다. 그래야 어쨌든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지만 잘 안됐다는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의 생각과는 달리 정말 전화 연결이 잘 되었고 전화를 받는 목사님들은 대부분이 반갑게 응대해 주셨다. 그러면서 후원을 요청하기도 전에 선교사로 가기로 했다고 말하자 그 말이 곧 후원 부탁을 하는 말인지 잘 알고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신 분들이 많았다.

하나님이 나의 연약함을 아시고 순종함으로 발을 떼니 문을 열어 주셨다. 처음 시작이 어려웠지만 진행이 잘 되어서 선교지로 나갈 수 있을 만큼 재정 모금을 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 가운데 하나님은 큰 깨달음을 주셨다. 물론 이 깨달음은 많은 선교 강의를 통해서 들은 말이기도 하지만 후원 모집을 통하여 마음속에 크게 역사하였다.

후원 모집은 선교사가 필요해서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더 크게 볼 때는 하나님 나라의 확장과 주님의 지상 명령을 위해서 모든 교회들이 함께 하도록 독려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그것을 깨닫고는 좀 더 당당하게 이 일들을 감당할 수 있었다.

기도의 후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선교 후원에 있어서 기도의 후원이 재정적인 후원 못지않게 중요하다. 어떤 면에서 보면 재정적인 후원보다 기도의 후원이 더 중요하다.

개인에게는 재정적인 후원이 없더라도 기도 편지를 많이 보내지만 교회에는 재정적인 후원을 하는 곳만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도의 중요성을 안다면 교회들에게도 기도 편지를 꾸준히 보내면서 선교를 위한 교회적인 기도를 요청하는 것도 중요하다.

후원 교회 중에는 재정적인 후원이 어려운 교회들도 많았다. 그런 교회들은 기도 편지라도 꾸준히 보내 주면 함께 기도로 돕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리고 교회의 형편이 나아지면 재정적인 협력을 하겠다고 하고 나중에는 그 약속을 지켜준 교회들도 있었다. 그런 교회들로 인해 얼마나 격려를 받고 힘을 얻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후원교회들을 위해 더욱 기도하게 되기도 했다.

내가 아는 선배 선교사의 이야기이다. 우체부의 실수로 후원교회가 아닌 다른 교단 교회지만 이름이 같은 교회로 기도 편지가 몇 년간 계속 배달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후에 수년간 편지를 받는 그 교회는 이렇게 꾸준히 기도 편지를 보내는 선교사가 있는데 올해부터는 이 선교사에게 재정 후원을 좀 하자는 논의를 하면서 협력선교사로 연결이 되기도 했다는 간증을 들었다.
이렇게 기도의 동역을 위한 기도 편지를 나눌 때 하나님의 방법으로 역사하기도 하신다.

기도의 후원은 잠재적으로 재정적인 후원으로 연결이 될 수 있어 좋은 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도 자체의 능력 때문이다.

선교지에서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만났을 때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고 있다는 것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일은 많은 선교사들이 공통으로 경험한 것이라 생각된다.
이처럼 기도의 후원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교회의 협력
선교 후원은 선교사들만 힘을 써서 일으켜야 할 일이 아니다. 물론 선교사들이 그들의 필요에 대해서 교회와 각 개인에게 알려야 하는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이 일에 대해서 응답하는 것은 교회의 책임이다.
교회들마다 재정 사용의 우선순위가 있다. 그중에는 선교비가 가장 우선순위인 교회가 있는가 하면 재정의 압박 앞에서 선교비를 먼저 삭감하는 교회도 있다.

가정이나 교회뿐만 아니라 각 개인에게 있어서도 나의 것을 먼저 갖춰 놓고 선교를 하려고 하거나 남을 돕고자 할 때는 결코 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각 개인의 필요와 요구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병이어의 기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한 어린아이가 자기가 먹을 도시락을 내어놓았다.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내어놓은 그 아이는 자기가 먹을 것을 먹지 않고 내어놓은 것이다. 만약 그 아이가 그것을 혼자만 먹었다면 그것으로 끝이지만 주님께 드렸을 때 자기도 먹었을 뿐만 아니라 5천 명이나 먹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도 역시 선교를 할 때 내가 필요한 것을 다 채운 후에 선교를 한다면 평생을 걸쳐도 할 수 없다. 다만 내 것을 좀 아끼고 덜먹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내어놓는 것이다. 이것이 선교이다.

교회도 역시 필요한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건물도 필요하고 좋은 음향 시스템이나 에어컨과 의자들도 많이 낡아서 교체를 해야 한다. 그것을 다 채워 놓은 후에 선교를 한다면 주님 오실 때까지 선교는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교회가 필요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교에 힘쓰고 있다.

우리는 항상 우리의 것을 좀 희생할 필요가 있다. 그런 헌신을 통하여 주님은 기적을 일으켜 주신다. 많은 영혼이 주께로 돌아오게 하는 열매는 우리의 작은 희생과 헌신에서 나오는 것이다.

후원 모집은 선교사들에게 가장 피하고 싶은 과정일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도 이 일은 나를 깨뜨려 가는 과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거절도 당하면서 이 일은 나의 일이 아니고 교회가 함께 해야 할 일이며 하나님 나라를 위한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선교 후원 모집은 각 교회와 성도들이 기도와 물질로 하나님 나라의 일을 함께 하기를 독려하는 일임을 확신한다. 그래서 교회도 역시 ‘우리’의 것을 희생하고 이 일에 동참할 때에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선교적 교회로서의 열매를 맺어 갈 수 있을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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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 현
고려신학대학원을 졸업했고 2007년도에 뉴질랜드로 건너와서 한우리교회에서 부목사로 섬겼다. 선교사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소명을 깨닫고 한국의 고신(예장)교단(KPM) 및 성경번역 선교회(GBT) 소속 선교사로 파푸아 뉴기니에서 성경번역 사역을 하였다. 2020년 2월부터 해밀턴 주사랑교회에서 행복한 목회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