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음악회

신년 음악회 하면 역시 빈 신년 음악회가 떠오릅니다. 빈 신년음악회(New Year’s Concert in Vienna)는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관현악단인 빈 필하모니 관현악단이 매년 1월 1일 11시 15분에 빈 음악협회 황금 홀에서 개최하는 음악회입니다.

왈츠와 폴카 등으로 대표되는 빈의 춤곡을 빈 필하모니가 연주하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 초반이었으며 크라우스(Clemens Heinrich Krauss)가 1941년 1월1일에 요한 슈트라우스 2세와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작품들로 짜인 공연을 개최한 것이 첫 번째 빈 신년음악회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신년음악회는 지금까지 계속되며 공연 실황이 라디오와 텔레비전으로 전 세계에 중계되며 명성이 높아졌습니다.

2021년 첫 화요음악회는 1월19일에 열렸습니다. 연말연시의 휴가를 끝내고 모이는 첫 모임이라 좀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새해 첫 모임이라 우리 나름대로 기분을 내기 위하여 이번 모임을 정이정(淨耳亭)의 신년 음악회라고 명명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첫 화요음악회는 288번째였습니다. 2012년 3월6일에 첫 모임을 가졌는데 어느덧 10년째가 되었으니 참 빠른 세월입니다.

정이정(淨耳亭)의 신년 음악회
시간이 되자 회원들이 오시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 만의 모임이라 그런지 오시는 분마다 한 아름씩 먹을 것을 갖고 오셔서 금방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손수 집에서 만든 과자를 들고 오신 분, 맛있는 케이크 상자를 들고 오신 분, 싱싱한 회를 떠서 와인과 같이 갖고 오신 분, 뒷마당에서 정성껏 키운 채소를 들고 오신 분 등등, 우리 민족의 음식 인심은 언제나 풍성합니다. 가져오신 것들을 같이 나누며 덕담을 나누다가 시간이 되어 음악실로 들어갔습니다.

빈의 신년음악회는 한겨울에 열리고 연주 곡목은 모두 왈츠이지만 한여름에 남반구에서 열리는 정이정의 신년음악회는 여름에 어울리는 곡도 듣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들은 곡이 비발디의 시계 중 여름입니다. ‘봄의 소리’ 왈츠로 시작하는 빈의 신년음악회와 달리 ‘여름’의 소리 협주곡으로 시작한 정이정의 신년음악회였습니다.

사계(四季, 이탈리아어: Le quattro stagioni) 중 여름
사계는 이탈리아의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가 1723년에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본래 열두 곡이 포함된 ‘화성과 창의의 시도’의 일부분으로 출판되었으나, 사계절을 묘사한 첫 네 곡이 자주 연주되면서 현재와 같이 따로 분리되어 사계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 곡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녹음은 이탈리아 실내악단인 이 무지치와 바이올리니스트 펠릭스 아요가 1955년에 네덜란드 음반사인 필립스와 만든 것입니다.

심지어 이 녹음을 ‘사계’ 의 세계 최초 녹음으로 기록하는 문헌도 있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중요한 것은 아직 이 연주를 뛰어넘는 연주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화요음악회에선 이 연주로 ‘여름’만 들었습니다. 여름 저녁에 여름을 듣다 보니 어느덧 여름 더위가 사라졌습니다.

다음에 들은 곡은 하이든의 현악 4중주 ‘종달새’입니다. 더위도 잊고 코로나도 잊고 2021년 새해엔 하늘로 높이 올라가고 싶은 마음을 음악을 통해서 느끼고 싶어서입니다.

하이든 현악 4중주 36번 D 장조 작품 64-5 ‘종달새’
현악 4중주는 2대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 4개의 현악기가 만들어내는 실내악의 전형적인 표현 방식입니다. 4개의 악기가 완벽한 조화를 이룰 때 좋은 곡이 되는데 많은 현악 4중주를 남겨 ‘현악 4중주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이든의 현악 4중주는 이를 잘 조화시켜 부드럽고 감미로운 4중주의 세계로 끌어들입니다.

그의 현악 4중주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종달새’는 세상의 온갖 걱정을 잊게 해주는 상쾌한 음악입니다. 창공에 높이 올라 즐겁고 아름답게 지저귀는 종달새의 이미지가 잘 표현된 아주 경쾌한 곡으로 그의 현악사중주 중 걸작의 하나입니다. Quartetto Italiano의 연주로 들었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빈(Vienna)으로
두 곡을 들은 뒤 우리는 더욱 신년음악회의 기분을 내려고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빈의 신년음악회로 가기로 했습니다.

빈 필하모니가 빈의 춤곡을 연주하기 시작하여 빈의 신년음악회가 태동하게 만든 192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빈의 신년음악회입니다.

그동안 많은 역사적인 연주가 있었지만 가장 획기적이고 기억에 남는 연주가 1987년의 신년음악회일 것입니다. 1987년 이전에는 클레멘스 크라우스, 요제프 크립스, 빌리 보스코프스키 등의 빈 토박이 음악가들이 맡았던 지휘를 1987년부터는 해마다 다른 지휘자를 초빙하는 제도로 바뀌어 세계적인 이벤트가 되었고 바뀐 제도로 첫 지휘를 한 사람이 카라얀입니다.

카라얀이 지휘하고 소프라노 캐서린 배틀과 빈 필이 함께 한 1987년 빈 신년음악회는 새로운 분기점이 되었으며 또한 음악적으로도 뛰어난 명연입니다.

87세의 나이로 시종 웃음을 잃지 않고 지휘봉을 잡은 카라얀과 ‘흑진주’ 캐서린 배틀의 열창이 빈 필하모니의 관록 있는 연주와 조화를 이루어 시종 아름다운 음악의 향연을 펼쳤습니다. 그렇기에 이 연주를 실황 녹음한 음반은 명반 중의 명반으로 애호가들의 손에서 사랑받고 있습니다.

화요음악회에서는 바로 그 명반으로 34년 전 빈의 신년음악회 곡을 감상했습니다. 첫 곡은 그 유명한 ‘봄의 소리’였습니다.

봄의 소리(Fr-hlingsstimmen)
봄의 소리는 ‘왈츠의 황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곡입니다. 그는 ‘왈츠의 아버지’라 불리는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장남입니다. 슈트라우스 가문은 유쾌하고 활기찬 음악, 열정과 생명력이 숨 쉬는 음악을 창조해내는 천부적 재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882년에 작곡된 봄의 소리는 환희에 넘친 봄을 상기시키는 경쾌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곡으로 관현악만으로도 연주되지만 소프라노의 노래가 곁들여진 연주가 더 사랑을 받습니다.
‘종달새가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고 부드럽게 불어오는 훈풍은
그 사랑스럽고 부드러운 숨결로 벌판과 초원에 입 맞추며
봄을 일깨우네
만물은 봄과 함께 그 빛을 더해가고 아- 모든 고난은 이제 끝이어라’로 시작되는 가사를 음미하며 들으면 더욱 흥이 납니다.

Radetzky March op. 228
마지막으로 들은 곡은 라데츠키 행진곡입니다. 항시 이 곡으로 빈 신년음악회가 끝나곤 합니다. 연주자와 관객이 혼연일체가 되어 같이 손뼉을 치며 씩씩하게 새로운 해를 향해 전진하자는 뜻입니다.

1987년 빈의 신년음악회도 이 곡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특히 카라얀이 노안에 웃음을 가득 띠고 완전히 몸을 돌려 관객의 박수를 지휘하는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장면입니다.

아래의 링크로 들어가시면 그 상황을 동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GTZlB2mUwjQ Radetzky March, New Year Concert 1987

음악 감상을 마치고 하나님 말씀으로 정이정(淨耳亭)의 신년음악회를 끝맺었습니다
하나님 말씀 시편 1편 1절-3절(Psalm 1 : 1-3)

  1. 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2.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도다
  3.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다 형통하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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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서울 문리대 영문학과를 졸업, 사업을 하다가 1985년에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났다. 20년간 키위교회 오클랜드 크리스천 어셈블리 장로로 섬기며 교민과 키위의 교량 역할을 했다. 2012년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클래식음악 감상회를 열어 교민들에게 음악을 통한 만남의 장을 열어드리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