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산티아고에 도착하다

2018년 8월 24일(금) 26일차 : 멜리데 ~ 오페드로우소 30km (누적 775km)
오늘의 목적지는 산티아고에 들어가기 전 대부분 순례자들이 묵는다는 오페드로우소이다. 그런데 몰려드는 순례자들로 숙소전쟁이기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고 알려줘서 어제 전화했더니 대부분의 알베르게가 자리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전 마을인 산타 이레네에 예약을 했다. 30km를 가야하기에 오늘도 5시에 출발한다. 깜깜한 새벽을 헤치고 가다가 일찍 문을 연 카페를 발견하고 들어가 아침을 간단히 먹는다.

이제 내일이면 산티아고에 도착한다고 생각하니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나는 왜 왔을까, 어떤 것을 얻어가나, 내 인생에서 이 까미노가 무슨 의미일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았는가 등등.. 그래도 마음은 감사하고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얻어가든 못 얻어가든 내 인생에서 이런 날이 또 오겠는가.

8시 정도에 약간 큰 마을인 아르수아에 도착한다. 이때부터는 완전 사람들 사이에서 끼어 걷는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다. 줄 지어 무슨 소풍 가듯이 간다. 관광버스도 보이고, 가벼운 차림으로 걷는 사람들도 많다. 때로는 걷다가 사람들과 부딪히기도 한다. 이러니 숙소가 Full이 되겠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이 사람들도 늦게 가면 공립 알베르게가 다 차니까 엄청난 속도로 걷는다.

난 그 전 마을에 가고 또 예약도 했으니 천천히 간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 있어서 나중에 자기 자리 없을까 봐 바둥거리며 사는 것과 내 자리는 저 천국에 있으니까 여유있게 사는 것이 이렇게 다르겠구나..

산티아고로 가는 길이 수없이 많은데 지금의 길로 합해지니 많아질 수밖에 없겠다 생각한다. 그래서 걸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하는 것은 물건너 갔고 그냥 사람들 구경하며 걷는다. 가족들, 친구들, 노부부, 단체로 티셔츠까지 맞추어서 온 사람들도 있다.

듣기로는 관광상품으로 100km 까미노 걷기 상품이 있단다. 100km를 걸어야 완주증을 주니까 그런 상품을 만든다고 한다. 아이들도 즐거워하며 걷는 모습을 보니까 부러웠다. 우리 가족과 오고 싶은데 그것은 주님이 오셔도 안될 거 같다.

2시간을 그렇게 걷다가 난 여유가 있으니 카페에서 간단히 먹으며 발도 쉬게 하고 여유를 부린다. 사람들은 거의 쉬지 않고 경쟁하듯이 걷는 거 같다.

오늘은 그저 사람들과 걷다가 끝난다. 그래도 내가 묵을 숙소가 사람들이 가는 마을의 전 마을이지만 까미노 코스에서 10분 정도 안으로 들어가는 마을이다 보니 도착 10분 전부터는 혼자 걷는다.

숙소에 오니 내가 첫 손님이다. 주인아저씨가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신다. 그래서 구글번역기로 대화하며 안내를 받는다. 세상 참 좋아졌다. 숙소는 조용한 마을에 있다보니 식당도, 마트도 없다. 식사는 주문하면 아저씨가 배달 해준다고 해서 점심은 간단히 햄버거를 주문했는데 정말 배달해준다.

저녁때가 되니까 아저씨가 마트에 갈 건데 태워준다는 것이다. 한 달 만에 차를 탔다. 5분 정도 가는데 멀미를 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새 문명사회가 어색해 진 건가? 뉴질랜드 가서도 걸어 다녀야만 하는가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온다. 저녁은 간단히 피자를 사서 숙소에서 먹고 하루를 마무리 한다.

이제 정말 내일이면 산티아고에 도착한다. 그것을 목표로 800km를 걸어왔는데 도착하면 마음이 어떨까 라는 기대감으로 잠자리에 든다. 오늘도 부엔 까미노~~~

2018년 8월 25일(토) 27일차 : 오페드로우소~산티아고 22km (누적 797km)
드디어 산티아고에 도착하는 날이다. 그동안 이것을 위해 걸은 것인데 무엇을 위해 걸었는가를 생각해본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로 인해서 그런 생각은 나중에…

22k만 가면 되기에 아침 7시쯤에 출발해서 여유를 갖고 걷는다. 사람들도 엄청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광객처럼 보인다. 어제 같이 묵은 순례자들 7명이 다 사리아에서 100km만 걷는 사람들이었다. 난 프랑스에서부터 왔다니까 대단하다고 말해준다. 한 걸음 한 걸음 지금까지 걸었던 것보다 천천히 걷는다.

2시간 걷고 카페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걷는데, 같이 걸었던 한국사람들과 만나 걸었던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걷는다. 사람들은 모두 상기된 표정으로 걷는 듯하다. 산티아고를 가는 것이 이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에게도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산티아고 도착 5k 전에 몬테 델 고조 마을을 지나면서 언덕이 하나 나오는데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다녀갔다는 기념탑이 있고, 그곳에서 산티아고 대성당이 처음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탄성을 지른다. 와우~~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소리를 지르고, 서로서로 수고했다고 축하해준다. 이제 5k만 가면 산티아고이다. 시내를 한참 걷는다. 역시 대도시는 들어가는 것도 한참 걸린다. 그러나 다른 도시와는 달리 산티아고니까 견딜 만하다.

드디어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 정확히 12시에 도착한다. 토요일이라서 사람들이 어머어마하다. 도착 사진을 찍고 한참동안 광장에 누워 있었다. 사람들은 도착하면 울기도 하고 환호성을 지르고 난리를 치는데 사람들이 많으니까 정신이 없다.

그러면서 생각한다.‘난 개신교 목사로서 왜 카톨릭 성지인 산티아고에 왔는가, 난 산티아고가 목적이기보다 걷는데 목적을 둔 거 같다.

나와의 만남, 육신의 한계,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길 위에서의 주님과의 만남 등등’그래서 걸었던 거 같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 또 인생의 길을 걸어가야 하겠지. 난 그저 담담하다. 숙연해지는 것도, 흥분되는 것도 아니다. 도착해서 성당 앞 한쪽에서 조용히 감사기도를 한다.

순례 완주증과 800Km 거리증명서

완주증을 받으려는데 사람들이 200여명은 기다리는 거 같아서 내일 아침에 받으려고 돌아서서 며칠 전에 예약한 숙소를 찾아간다. 대성당 바로 뒤에 있다. 옛 수도원을 개조한 호텔에 순례자들을 위한 객실이 따로 있다. 1인실이다. 그리고 아침도 포함이다. 너무 좋다.

저녁은 뭘 먹을까 하다가 한식당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는데 8월말까지 휴가란다. 난 정말 한식당이나 라면과는 이번에 인연이 아닌 듯하다.

좀 쉬다가 성당을 찾았다. 성당에 들어가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나도 줄을 선다. 목사가 성당에 들어가기 위해 무려 1시간을 줄을 선다. 성당 안에는 야고보 상과 지하에 야고보 무덤이 있다. 성당에 앉아 지난 까미노를 회상하고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감사기도 드린다.

야고보 사도의 무덤

이왕 들어왔으니 야고보 무덤에도 내려가 본다. 예수님의 12제자인 야고보이다. 사도행전에 기록은 없지만 전승에 의하면 예수님이 십자가에 돌아가시자 복음전파를 위해 서쪽으로 간다. 그곳이 지금 스페인의 갈리시아 지방이다. 복음을 전하다 다시 예루살렘에 돌아가 헤롯 아그립바에 의해 목베임을 당해 순교한다.

순교 후에 야고보의 제자들이 시신을 관에 넣어 복음을 전했던 갈리시아지방쪽 바다로 떠나보낸다. 이 시신이 스페인으로 도착해서 어느 오두막에 인치를 했는데 7백년이 지나 발견되어 주교에 의해 성당을 짓고 산티아고 대성당이 된 것이다.

이를 보기 위해 1200년 동안 순례자들이 이어진 것이다. 이런 자료를 보며 제자 야고보를 생각하며 나도 복음을 위해 어떤 헌신을 하고 있는지 생각한다.

이제 산티아고에 왔으니 2일을 머물고 월요일에 땅 끝 마을인 피니스테라까지 갈 계획을 세운다. 땅 끝이다. 종두야, 정말 수고했다.
오늘도 부엔 까미노~~~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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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두
장신대 신대원 및 동대학원 졸업, 2007년에 뉴질랜드 이민 후 오클랜드 순복음교회, 에덴장로교회 부목사로 섬겼고, 2012년부터 임마누엘교회 담임목사로 시무하고 있다. 2018년에 안식월을 맞이하여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가 길에서 누리게 된 은혜를 독자와 나누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