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에서 듣는 음악

오늘도 이곳 바닷가 데본포트의 주택가 정이정(淨耳亭)에는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 모여 정담도 나누고 또 아름다운 음악도 들었습니다. 오늘 들은 곡입니다.

슈만 교향곡 4번, 마지막이 아닌 마지막 교향곡
슈만의 생애에서 1841년은 교향곡의 해라고 불립니다. 그 전 해에 클라라와 결혼해 행복의 절정기에 있었기에 영감이 솟아올라 교향곡 1번과 4번을 비롯한 다수의 관현악을 작곡했습니다.

교향곡 1번 ‘봄’을 발표한 뒤 자기에게 교향곡에 대해 자신을 얻게 해준 아내 클라라에게 다음 교향곡을 헌정하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렇게 해서 같은 해에 완성된 곡이 이 4번 교향곡입니다.

사실은 2번이어야 하는데 이 곡의 초연 뒤 무언가 미진한 느낌이 들어 출판을 보류했다가 10년 뒤 개정 보완해서 출판했습니다. 그 사이에 2번 3번 교향곡이 출판되었기에 4번으로 순차가 밀린 것입니다.

이 곡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는 교향곡이 아닌 ‘교향 환상곡(Sinfonische Fantasie)’이라는 명칭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슈만은 초연 뒤 만족하지 못해 개정 작업을 했고 개정판이 더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이 개정판이 더 자주 연주됩니다. 이 개정판에도 다른 교향곡과 달리 환상곡 풍의 영향이 남아있습니다.

낭만적인 슈만의 곡 중에서도 가장 낭만적인 기질이 분출되는 이 곡은 슈만의 개성이 드러나면서도 아주 탄탄한 구성을 보여줍니다. 악장 사이에서 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슈만답게 이 곡도 쉼 없이 연주되며 악장끼리 유기적으로 연결됩니다.

오늘 우리는 명장 Wilhelm Furtwangler가 지휘하는 Berliner Philharmoniker의 연주로 듣습니다.

제1악장 매우 느리게(Ziemlich langsam)
고뇌가 가득한 슈만이 클라라를 만나기 전 방황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제2악장 로만체. 매우 느리게(Ziemlich langsam)
바이올린 독주가 더없이 감미로운 선율을 연주하면서 희망을 찾는 슈만과 클라라의 아름다운 모습을 상기시킨다
제3악장 스케르초. 활기차게(Lebhaft)
활기차면서도 극적인 이 악장은 내면에서 무언가와 투쟁을 하는 듯한 슈만의 심경을 표현한다.
제4악장 느리게(Langsam)
마지막 악장은 빠른 D 장조로 분위기를 전환하며 환희에 가득한 승리의 장면을 연출하며 끝난다.

클라라 슈만(Clara Schumann 1819-1898), 19세기 여인의 틀을 깬 위대한 여인
지난 한 달 동안 슈만의 교향곡을 들었습니다. 그의 교향곡을 들으며 우리는 그의 아내 클라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보통의 남자에게도 사랑하는 아내가 그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척 큽니다. 그러나 슈만에게 클라라는 사랑하는 아내 이상의 존재였습니다. 클라라는 존경하는 은사 프리드리히 비크 교수의 딸이었습니다.

그녀는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로 아홉 살에 이미 피아니스트로 공식 공연을 했고 십 대의 나이에는 유럽 최고의 피아니스트였습니다. 딸을 사랑하기는 했지만 지나치게 강압적이었던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해준 사람이 슈만이었습니다.

클라라는 슈만의 작곡가로서의 창작력을 존경했고 슈만은 클라라의 연주 실력에 탄복했습니다. 두 사람의 결혼에 반대하는 아버지(슈만에게는 은사)를 상대로 법정 투쟁 끝에 승소하여 이들은 음악사를 장식하는 멋진 결혼에 성공했습니다. 결혼 후 슈만의 창작력은 풍성한 결실을 맺어 많은 걸작을 내놓았습니다.

클라라는 슈만과의 결혼 생활 14년 동안 8명의 자녀를 낳았지만 임신과 출산 속에서도 음악 활동을 계속했습니다. 재능과 미모를 겸비했으면서도 의지 또한 강철 같은 위대한 여인이었습니다.

말년에 정신질환으로 슈만이 병원에 있는 동안에는 병원비와 생활비를 해결하기 위해 쉴새 없이 연주해야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시간을 쪼개 작곡까지 했으니 그녀의 놀라운 재능과 의지에 오직 탄복할 따름입니다.

클라라 슈만(Clara Schumann 1819-1898)의 피아노 트리오 op. 17
‘이상할 만큼 클래식 음악사에는 여성 작곡가가 없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시대가 여성의 작곡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슈만의 부인이자 브람스의 플라토닉 사랑의 여인 클라라는 천재적인 피아니스트이며 또한 천부적인 작곡의 재능을 지녔다. 나는 한때 내가 훌륭한 재능의 소유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난 그 생각을 포기했다. 여자는 작곡을 하려 해서는 안 된다.’

클라라의 일기장에 쓰인 글입니다. 그녀는 그냥 슈만의 아내로 살아야 했습니다. 그것이 당시의 시대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남편 슈만의 협조 아래 꽤 여러 곡의 훌륭한 곡들을 남겼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피아노 트리오입니다.

클라라의 G 단조 피아노 트리오는 출판된 그녀의 작품 중 유일하게 4악장 소나타 형식의 작품으로 규모가 제일 큰 작품입니다. 규모뿐이 아니라 작품의 완성도도 높아서 슈만에게 칭찬을 들었고 그녀는 이 작품을 슈만의 생일에 선물로 주었습니다.

그때 그녀는 ‘작곡보다 기쁜 일은 없다’라고 말할 정도로 기뻐하였다. 여성의 작품답게 이 곡은 우리에게 아름답고 빛나는 선율을 들려줍니다.

오늘 슈만과 클라라 부부의 아름다운 사랑을 보면서 생각이 난 성경 구절은 고린도 전서 13장의 말씀입니다. 같이 보시겠습니다.

고린도전서 13장 1-3절

  1.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2.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요
  3.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우리 모두가 이런 사랑의 마음을 갖고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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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서울 문리대 영문학과를 졸업, 사업을 하다가 1985년에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났다. 20년간 키위교회 오클랜드 크리스천 어셈블리 장로로 섬기며 교민과 키위의 교량 역할을 했다. 2012년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클래식음악 감상회를 열어 교민들에게 음악을 통한 만남의 장을 열어드리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