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on Board

시내버스기사라는 직업은 매일 다른 다수의 사람들을 만나는 직업입니다. 그러다 보면 사람과 관련된 해프닝도 참 많은데요, 오늘은 그 사람 만난 얘기를 해 보려 합니다.

안녕하세요?
나는 버스 운행 중에 한국 사람을 만나면 한국말로 인사를 건 냅니다. 그러면 많은 분이 놀라십니다. 시내버스 기사로 한국 사람을 만나리라 기대하지 못했다면서요. 한국사람들은 멀리서도 빛이 납니다. 다른 아시아인들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어 알아보는 것이 어렵지는 않죠.

매일같이 버스를 이용하는 한 키위 아저씨 승객 한 분은 버스에 오르면 꼭 한국말로 또박또박 인사를 건넵니다.
“안.녕.하.세이~ 호? 잘 지내-요?”
그리고 내릴 때도 인사를 잊지 않죠.
“안니엉히 카세이~호!”
고마운 분입니다.

담배 아저씨
매일 아침 리카튼 몰 근처, 시내 인근에 부지런히 다니는 아저씨가 있습니다. 60대 중반 정도에 낡은 옷을 입은 이 아저씨는 아침 일과가 특이합니다. 일단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에 올라 10여분 떨어진 리카튼 몰로 향합니다. 그리고는 몰 인근 도로를 꼼꼼히 뒤져 땅에 떨어진 담배 꽁초를 줍습니다.

나는 처음엔 길에 떨어진 꽁초를 청소하는 것이 취미(?)인 사람인가 했었는데요, 알고 보니 그 주워 모은 꽁초를 직접 피우더군요. 정신장애가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남 시선 아랑곳 하지 않고 꿋꿋하게 매일 그 일을 합니다.

담배 사서 피울 돈이 없어서 그러나 싶었는데 작년까지는 버스 요금을 내면서까지 매일 그 일을 했으니 그런 것 같지도 않구요. 아무튼 요즘도 매일같이 그를 목격합니다.

라디오 론
몇 년 전, 뉴질랜드 아침방송에도 소개된‘라디오 론’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매일 아침 이른 시간에 휴대용 라디오를 들고 역시 리카튼 몰로 출근(?)을 합니다. 이 사람의 일과는 오로지 사람이 많이 몰리는 리카튼 몰 버스 정류장에서 라디오를 틀어놓고 그 안에서 나오는 노래를 자기 만의 방식으로 따라 부르는 것입니다.

물론 약간의 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인데요,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좀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나는 그 모습을 거의 매일 보다 보니 정이 들었는지 친근해 보입니다. 가끔 내 버스에 오르면 그의 요구를 미리 파악해 알아차릴 정도가 되었죠. 페이스북 계정도 가지고 계신 이 분, 이젠 크라이스트처치의 명물이 되었네요.

경례!
한 키위 할아버지는 뉴질랜드 국기를 들고 거리에 서서 지나가는 차와 사람들에게 인사를 꼭 합니다. 대화를 한번 나눠본 적이 있는데 참전용사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애국심이 투철하더군요. 가끔 몰 근처에서 국기를 흔들며 국위선양(?)을 하고 있지요.

욕하는 아줌마
한 중년 여성이 버스에 오릅니다. 키는 약간 작은 편이요, 몸집은 통통한 편인 이 아주머니는 옷을 단정하게 입었고 쇼핑한 물건들을 들고 오릅니다. 이 아주머니가 자리에 앉기 전까지는 지극히 정상적입니다.

그런데 자리에 앉은 이후부터는 막말을 쏟아내는데, 상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도 버스 운행 상황에 맞추어 F워드를 남발합니다.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많은가 봅니다.

욕하는 아저씨
시내에서 Sumner쪽으로 가는 길에 가끔 낡은 자전거를 타고 흰 턱수염을 길게 기른, 약간 키 작은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간달프 느낌이 나는 마른 체격의 아저씨를 만납니다. 이 아저씨는 반대편으로 지나가는 차량의 운전자들에게 그렇게 본인의 가운데 손가락을 자랑합니다.

별로 화난 것 같지는 않은데, 아마도 본인이 길을 가로질러 건너야 하는데 차량들이 마구 지나가서 본인이 불편하게 느껴져서 그렇지 않을까 유추해 봅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본인만 알겠죠?

자전거 대회
욕하는 사람들 얘기를 하니 크라이스트처치-아카로아 자전거대회가 생각나네요. 지난 호에 언급하였다시피 우리 회사에서 운행하는 아카로아 셔틀이 있습니다. 나도 그 셔틀 기사 중 한 명인데요, 아카로아는 너무 풍경도 좋고 거리도 가까운지라 나는 그 운행을 즐기는 편이지요.

그런데 매주 가는 아카로아 운행을 피하고 싶은 날이 1년에 딱 하루 있습니다. 바로 자전거대회가 열리는 Le Race day입니다.

80킬로미터의 거리를 편도 주행하는 이 대회는 무려 1천여대의 자전거들이 참가하는데요, 아카로아까지 가는 길이 75번 국도 하나뿐이라 이 날은 자전거 1천대와 도로를 공유해야 되기 때문에 안전 운행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리틀리버에서 아카로아로 가는 길에는 470미터 높이의 산길이 있어 더더욱 신경이 쓰이지요. 다행히 산 정상 즈음에 갈림길이 있어 정상까지만 고생하면 되지만 그래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내가 처음 그 경주 행렬을 만났을 때에는 수동기어 버스를 운전하고 있었거든요. 수동기어 버스로 수시로 기어를 바꿔가며 자전거들과 산길을 함께 오르는 것은 그다지 낭만적인 일이 아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내 버스에는 아카로아 투어보트를 예약해 놓은 승객들이 있어서 출발시각 이전에 도착해야 하는 긴박감이 최고였습니다.

산길에서는 안전이 제일이지만 본의 아니게 자전거 행렬을 추월해야 할 필요가 있었지요. 양 옆 갓길에는 이미 관중들이 가득 차 있었고 자전거도 거의 모든 구간에 걸쳐 있었습니다.

내가 자전거들을 추월할 때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의 가운데 손가락을 구경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아마 제가 태어나서 그렇게 짧은 시간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가운데 손가락을 또 구경할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손가락을 보았던 기억이 있네요.

그들 눈에는 내 버스가 경주참가자들의 안전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운전하는 무례한 운전자로 보였었나 봐요, 억울하게도.

그래도 아카로아의 골 라인에 도착했을 때, 나는 모든 자전거들을 따돌리고(?) 1등으로 라인을 통과했지요.

하나님께서 만드신 세상은 참 아름답습니다. 그 중에서도 하나님께서 지으시고 가장 뿌듯해 하셨던 사람들이 제일 아름답습니다. 물론 그들의 이상행동 때문에 때론 당황하고 미워질 때도 있지만 그런 단점들도 함께 모여 조화를 이루어 이 땅 위에서 멋진 사회를 만들어 살아가지 않던가요?

나는 그 조화가 참 아름답다고 봅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가 다 고유한 삶의 모습을 가지고 살아가더군요.

그런 각자의 모습이 조화를 이루어 이 사회를 만들어 하나의 색깔을 낸다는 사실이 참 놀랍지 않나요?

나는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각색의 삶의 모습들이 나에게 감동을 주기도 하고, 기쁨을 주기도 하며, 여러 가지를 느끼게 만들어 주기도 한답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시고 이끄시는 이 세상, 어떠신가요? 살아 갈만 하지 않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