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알아가는 것

거짓말을 하는 것과 도둑질하는 것,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지요. 하지만 만약 거짓말을 해야만 무엇인가를 먹을 수 있고, 도둑질을 해야만 오늘 하루를 살 수 있다면, 이러한 행동들을 꼭 나쁘다고 정죄만 하며 비난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어쩔 수 없이 이런 삶을 살아야만 했던 사람들을 조금은 품어주고 또 그 다를 수밖에 없던 습관들을 고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탈북자 선교 이야기들을 접해보면 배반당해야만 하는 서러운 이야기들, 잠자리를 제공해주었는데 몰래 돈을 가지고 도망간 일들, 중국에서 함께 동고동락했던 탈북자의 배반으로 감옥에 가야 했던 이야기들 등 인간적으로 괘씸하다고 여겨질 만큼의 일들을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을 겪으신 선교사님이 해주신 말씀이 있습니다. 북한이라는 땅에서 거짓말과 도둑질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이고, 고집이 세기에 탈북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라고 하셨습니다.

더 생각해보면, 꼭 북한 사람이 아니어도 우리는 상대방을 알아갈 때 그 보이는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가 살아왔던 환경과 또 그래야만 했던 이유들을 생각해보면 정죄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적어도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라면 그 겉모습에 나타나게 된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상처받은 마음과 중심을 한 번쯤은 생각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내가 두리하나 있을 때도, 탈북 청소년들에게 서운했던 일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런 서운했던 일은 바로 좋지 않게 자연스레 길들여진 습관들 때문이었습니다.

편의점에서 뭐 하나만 사주면 숙제하겠다고 말하면서 겨우 그런 거 사주고 그런 말을 하느냐고 할 때, 어떤 사람들 앞에서 상냥한 척하면서 없을 때 뒤에서는 좋지 않은 소문을 만들 때, 정작 그런 일들을 당하면 마음이 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겪어야 했던 일들, 먹고 싶은 것을 참아야 했어야만 했던 일들, 누군가에게 좋게 보여야 이득인 것을 계산해야만 했던 상황들, 또 내가 살아왔던 것과는 다르게 살아야 했던 삶들을 한 번쯤 생각해보면 그들의 행동들이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는 어떻게 그런 상황들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줄지 생각해보게 되지요. 너무 순수하기에 그런 모습들이 잘 보이곤 합니다.

이들은 그런 행동들을 해야 편의점에서 라면 하나라도 먹을 수 있고, 자기가 갈급하는 무엇인가를 얻어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 아이들이 나처럼 성장하며, 말씀을 들으며, 나쁜 습관들이 자연스레 고쳐져 나가는 아이들을 보면 뿌듯하기도 합니다.

탈북자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소문이나 뉴스를 통해 들은 것 때문에 좋지 않은 시선과 선입견들을 가지고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같은 사람입니다. 함께 성숙해져가야 할 사람들입니다. 그저 다른 삶을 살아야만 했고, 어려서부터 세뇌 교육을 받았고, 하루하루 우리와 다른 고민을 하며 살아왔던 것뿐입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자기가 희생한다는 뜻일 수도 있고, 평생 알고 있던 나의 사고방식을 잠시 내려놓고 상대방이 살아왔던 삶을 생각해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같지만 또 다릅니다. 우리는 다르지만 또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