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 여기, 또 그 곁에

큰 목돈이 수중에 들어 왔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 돈이다. 조건이 없는 돈이라는 얘기이다. 필요한 곳에 사용하란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바로 그 당사자라면 어떨까. 세가지 모양으로 상상을 해본다. 첫 번째 그룹이다. 자신을 위해서 무엇이든지 해보겠다는 개인소비지향형이다. 이게 웬 떡이냐? 평소에 가지고 싶던 어떤옷이나 물건을 구입할까, 아니면 먹고 싶은 것이나 맘껏 먹어 볼까, 어디까지나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처신하면서 철저히 자신을 위한 일에다가 초점을 맞추는 스타일이다.

두 번째 그룹이다. 무엇을 할까, 무엇을 살까, 어떻게 할까, 생각도 연구도 없는 무 생각, 무 반응 형이다. 글쎄, 뭘 할까? 이런 스타일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무 개념 스타일이다. 세 번째 그룹이다. 가치추구형, 가치창출형이다. 제한된 가치를 활용하여 무한대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창조형이다. 돈이 없어서 공부를 할 수 없는 학생들을 찾아서 장학금을 주자. 어려운 이웃을 찾아서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자. 사회복지단체를 찾아서 기부하자. 등등……

장애인 사역과 NGO사역을 하면서 만났던 여러 사람들은 가치추구형과 가치창출형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삶에는 엄격하다. 생활이 절제되어 있다. 욕심이 없다. 저축에 열심이다. 검소하게 산다. 사치를 모른다. 이웃의 어려움을 보면 그냥 있지를 못한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어려운 환경에 뛰어든다.

여러 사람 앞에 자신에 대한 과신이나 자랑이 없다.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한다. 자신의 공을 남들에게 돌린다. 이런 스타일의 사람들을 성경에서 선한 사마리아인(누가복음10: 25~37)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 살만한 세상이다. 이런 사람들이 많은 세상은 멋진 세상이다. 살만한 세상이라고 한다. 사역의 구비구비마다 이런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동행한다.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에 대한 꿈을 함께 꾼다.

2012년 6월, 사랑의 쌀 나눔 운동을 시작하게 된 동기도 한 자매 때문이다. 외양은 단아하고 얼굴에는 늘 미소가 가득하다. 사용하는 언어에는 늘 에너지가 넘친다.대화에는 남을 배려하고 상대방을 존중한다. 일에는 열정이 넘친다. 만나면 간증거리가 넘친다. 같은 또래들이 추구하는 길과는 동떨어진 삶을 산다. 순박하고 욕심이 없다. 어려운 사람을 만나면 견디지 못한다. 그녀의 주머니는 항상 이웃을 향하여 열려있다. 이 자매가 어느 날 사고(?)를 친다. 쌀 100포의 후원을 약속한다.

아직도 나눔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도 계획도 없던 때이다. 그냥 스쳐 지나는 얘기인가 했다. 미래의 계획인가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찾아와서는 지난번의 약속을 이행하려고 한다며 봉투 하나를 내민다. 봉투를 열어 보고는 깜짝 놀란다. 큰 액수이다. 자매의 몇 달치 월급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받을 수 없다고 사양한다. 적은 주급을 모아서 목돈을 만든 것인데 저축을 했다가 결혼자금에라도 보태어 써야 한다고 했다. 이 돈을 어디에 사용하면 좋을지를 묻는다.

자매의 대답은 한결같다. 어렵고 힘든 이웃들을 찾아서 돕는 일에 사용해 달라는 것이다. 주저함이나 망설임이 없다. 절약하면서 저축했던 큰 돈을 포기하는 순간의 자매는 당당했다. 선함이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순간이다.

자매의 야무진 그 말에 봉투를 받아든다. 자매가 기도하고 소원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귀하게 사용한다. 자매의 사랑을 전하겠다. 봉투를 받아들고 자매와 함께 기도하는 동안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 자매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 했고, 자매로 인하여 도움받을 여러 사람을 생각하니 기뻤고, 감사해서 흘린 감동의 눈물이다.

어느 가수의 노래가 생각난다. 한 사람 여기 또 그 곁에/ 둘이 서로 바라보며 웃네/먼 훗날 위해 내미는 손/ 둘이 서로 마주잡고 웃네/한 사람 곁에 또 한 사람/ 둘이 좋아해/긴 세월 지나 마주 앉아/지난 일들 얘기하며 웃네/한 사람 곁에 또 한 사람/ 둘이 좋아해

사랑의 쌀 나눔 운동 창립 4주년을 기념하며 이렇게 흘러 보낸다. 사역 앨범 속에서 살아서 숨쉬는 한 사람 한 사람들과 손에 손을 잡으며 새로운 날을 향하여 걸어간다. 새벽은 열리는 것이 아니라 여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도 저절로 열리는 게 아니라 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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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만
춘천교대와 단국대 사범대 졸업. 26년 간 교사. 예장(합동)에서 뉴질랜드 선교사로 파송 받아 밀알선교단 4-6대 단장으로 13년째 섬기며, 월드 사랑의선물나눔운동에서 정부의 보조와 지원이 닿지 않는 가정 및 작은 공동체에 후원의 손길 펴면서 지난해 1월부터 5메콩.어린이돕기로 캄보디아와 미얀마를 후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