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언제나 오는 법!

“나는 그대의 속을 다 보았으니 어쩌요?”

위내시경을 끝내고 의사선생님이 나에게 한 말입니다.

늘 위가 쓰리고 아파서 위장약을 먹고, 음식도 맵고 짠 것을 피해가며 먹어 보아도 속은 여전히 쓰리고 아픕니다. 주위에서 위내시경을 한번 해보라고 말들 하지만 워낙 겁이 많은 탓에 차일피일 미루고 끝까지 버티다가 어느 날, 내과병원 원장인 우리 성도에게 딱 걸려 끌려가다시피 그의 병원을 찾았습니다.

“먼저 입안 깊숙이 마취제를 쏠 거에요. 그리고 이 내시경이 들어가면 꿀꺽 삼켜요. 마취하면 안 아프니까 그냥 밥 먹듯이 꿀꺽 삼키면 되요. 2, 3분이면 끝나니까 정 견디기 힘들면 오른손을 들면 되구요. 알겠죠?”

주의 사항은 귓등으로 들리고 가는 뱀처럼 생긴 시커먼 내시경 줄만 심란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주둥이에 박혀있는 내시경 불빛이 꼭 뱀 눈 같아서 아주 기분이 나쁩니다.

‘괜히 왔네. 저걸 해? 말어? 화장실 가는 척하고 도망갈까? 말까? 뭐라 핑계를 대고 이 위기를 모면하지?’

덜거덕 덜거덕 머리를 굴리며 도망갈 궁리를 하는 사이 준비가 다 되었다고 합니다. 도망갈 기회도 잡지 못한 채 꿈지럭거리며 침대에 누울 찰나! 간호사의 호출로 의사선생님이 잠깐 밖으로 나갑니다.

‘앗싸! 기회는 언제나 오는 법! 오, 주여! 감사합니다. 저에게 탈출할 수 있는 이런 영광스러운 기회를 주시다니 역시 하나님은 나의 아버지이시옵니다.’

벗었던 외투를 챙겨 들고, 핸드백은 들쳐 메고, 구두는 신지도 못한 채 대충 들고 살그머니 문을 엽니다. 문을 여는 순간 들어오던 선생님과 딱 마주쳤습니다.

“으아악~! 아니, 왜 벌써 오시는 거에요?”

“내 그럴 줄 알았어요. 무사히 내시경 끝내면 기적이라고 하더니 정말이네요? 어딜 도망가려구해요?”

내가 너무 겁쟁이여서 분명 내시경 하기도 전에 도망칠 거라는 정보가 이미 원장실에 접수되었다는 걸 뒤늦게야 알았습니다.

“한번만 또 도망가려고 하면 이번 주일 대 예배 주보에 대문짝만하게 광고 낼 겁니다. 사역자가 교인 등치고 도망갔다고……허허허!”

눈물과 콧물과 침까지 질질 흘려가며 나의 추잡한 모습을 다 보이면서 팔자에도 없는 위내시경을 하고 약을 처방 받아 먹어보았지만 또 얼마 지나면 속이 아프고 쓰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위장병이 고질병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집사님 한 분이 위장병에 특효약이라며 꿀 한 병을 주셨습니다.

“이 꿀이 그냥 꿀이 아닙니더. 마누카우 꿀에 프로폴리스와 마늘을 넣고 좋은 건 다 넣어 만든 약꿀인데예 함 드셔 보이소. 위장병에 좋다아입니까”

위장병에 좋은 약꿀이라 너무도 감사하게 받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먹으려고 하니 마늘냄새가 장난이 아닙니다. 도저히 먹을 수가 없습니다. 집사님의 사랑을 생각해서 먹긴 해야겠는데 참 난감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고민 끝에 밤에 잠자기 전에 한 숟가락씩 먹기로 했습니다.

“이게 무슨 냄새에요? 어휴~ 지독해요!”

마늘 꿀을 먹는 날이면 온 집안에 마늘 냄새가 충만하고 아이들이 난리를 합니다. 그러거든 말건 위장병을 고쳐보겠다고 두 눈 딱 감고 매일 밤 먹었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남편도 할 수 없이 같이 먹게 되었습니다. 도저히 마늘 냄새를 견디지 못해 아예 같이 먹는게 낫겠다 싶어서지요.

그런데요. 놀랍게도 그 꿀 한 병을 다 먹을 즈음에 정말 속 쓰리고 아프던 것이 많이 가라 앉았습니다. 그 후로도 집사님께서 전해주신 서너 병의 마늘꿀을 다 먹은 후에 위장병이 고침을 받았습니다. 고질병이 고친 병이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이제 그 마늘꿀은 먹지 않습니다. 대신에 밤마다 마늘꿀보다 더 좋은 신약과 구약을 먹습니다. 마늘꿀로 내 육신의 위장병을 고쳤으니 신약과 구약으로는 고쳐지지 않는 나의 못된 고질병들을 고치기 위해서지요.

그런데 신약과 구약을 얼마나 먹어야 나의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들을 고칠 수 있을까요? 늘 이것이 나의 영원한숙제입니다. 그러나 기회는 언제나 오는 법!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장명애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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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애
크리스천라이프 대표,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사모, 협동 목사. 라이프에세이를 통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 와 '은밀히 거래된 나의 인생 그 길을 가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