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다양한 친구와의 사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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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싱가포르에 살면서 뉴질랜드를 간간이 방문했었다. 뉴질랜드에 거주할 때와 다른 나라에 살면서 뉴질랜드에 방문객으로 다니러 갈 때의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사실 한 곳에 오랜 시간을 거주하게 되면 그 나라의 모든 것이 익숙해져서 그곳에서 누리는 소중한 혜택들이 모두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다. 그래서 감사의 마음보다는 때로 불편함이나 불만스러운 점을 더욱 크게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뉴질랜드를 떠난 후에 깨닫게 되었다.

미소로 만나는 사람들
지난해에도 뉴질랜드를 방문하면서 새삼 느낀 것은 사람들이 참으로 잘 웃어주고 친절하다는 점이다. 동네주변을 산책하며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하이!’하며 인사를 건네는 그들을 보면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정겨움과 여유로움을 다시 맛보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바닷가 주변의 벤치에서 옆에 앉은 은발의 할머니와 전혀 어색하지 않게 일상의 느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곳에 살고 있다는 것 또한 매우 소중하게 여겨졌다.

서울이나 싱가포르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성장한 사람들에게 그런 친절함과 여유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싱가포르에 이주한지 얼마 안 된 서양사람들 중에 만나면 얼굴에 미소를 띠고 인사하는 사람들을 가끔 보게 되지만 그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 아시안들의 무표정함을 닮아가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그들의 미소에 답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뉴질랜드를 그리워했던 적이 있다.

내가 뉴질랜드에 사는 동안 이웃들과 잘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내 이웃이 특별히 친절한 사람들이었거나 혹은 내가 아주 유창한 영어를 구사해서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나에게 그런 좋은 경험의 세계로 이끌어 준 것일까?

첫걸음은 바로 이웃들과 음식을 나누는 한국문화를 자주 실천했기 때문이다. 부침개나 파전 같은 것을 하는 날은 항상 한 두 접시를 더해서 이웃과 나누어 먹었다.

처음에는 어색해 하던 키위들도, 이웃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이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라고 얘기하면 거부감 없이 쉽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들도 머핀이나 과자를 구워서 내게 가지고 왔다. 서로 레서피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대화가 오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교제가 시작된다. 그래서 지금까지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키위친구들이 꽤 있다.

특히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여 사는 다민족국가에서는 때론 이러한 문화가 도리어 잘 통할 수도 있다. 다만 다른 문화적 배경에 따른 실례되는 행동들이 어떤 것인지, 특별히 안 좋아할 수도 있는 음식들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그것만 미리 피한다면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사귈 수 있는 기회가 도리어 많아질 수 있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
한국에서는 혈연, 학연, 지연, 종교, 직업 등의 위주로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과 열린마음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때로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생활에서는 국적, 출신지, 피부색 등을 초월하여 보다 다양한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도리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뉴질랜드에 살 때 지역단체 모임이나 파티 같은 곳을 갈 기회가 있으면 자주 참석하려고 노력했다. 어떤 때는 내가 마치 아시아 대표로 참석한 것처럼 착각을 할 정도로 단 한 명의 아시안으로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때도 있었다.

특별히 수줍음이 많거나 낯선 사람과 만나는 것에 대해 자신감이 없는 사람들은 자원봉사를 통해 그런 점을 쉽게 극복할 수 있으며 자신의 지경을 넓혀나갈 수 있다.

이러한 훈련은 스스로의 인맥을 형성해야 하는 해외생활에서 자신의 미래를 바꾸어 놓으리만큼 중요한 일이기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사람들을 대하는 것도 또 대화를 잘 하는 것도 많이 해 봐야 늘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에 살 때 한 국제자선단체에서 주관한 인사이트 투어를 통해서 2주 동안 10여명의 키위들과 참가했다. 호텔 로비에서 관광버스를 기다리다 옆에 있는 모르는 사람들과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등 스스럼없이 낯선 사람과 대화를 무리없이 시도하는 그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것은 단지 영어를 모국어로 쓰기 때문에 가능한 차원이 아니라 친절함을 바탕으로 한 사람에 대한 이해와 존중과 배려로 출발하는 그들의 문화에서 온 것임을 알게 되었다. 속정은 깊으나 먼저 선뜻 타인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한국인들과는 아주 다른 모습의 그들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새로운 문화에 적극적인 자세 필요해
처음 싱가포르 생활을 시작할 때에는 아는 사람이 없어서 매일 구역을 지정해서 쇼핑쎈타를 순회했다. ‘아는 현지인이 한 명도 없는데 어떻게 현지인 친구를 사귀지?’

다행스럽게도 한류가 아시아 지역을 강타하면서 싱가폴리언들이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어디서나 한국인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주위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다. 여러 공식모임들에 참여하게 되면서 나의 적극적인 자세로 인해 현지인 친구를 한 두 명씩 사귈 수 있었다.

언젠가는 버스 옆자리에 앉은 싱가포르 아줌마와 우연히 대화를 하게 되면서 알러지에 좋은 효과를 내는 유산균을 분양 받는 일도 생겼다. 운동클래스에서도 혹은 컨퍼런스에 가서 기회가 되면 많은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려고 노력한다.

누군가가 내게 찾아오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내가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려는 자세가 되어야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오클랜드도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여느 대도시들에서 느끼는 각박함들을 추종하게 될 지 모르지만 뉴질랜드 사람들이 이루어 놓은 친절한 미소와 배려로 이루어진 열린 문화들과 더불어 한국사람들이 가진 따뜻한 마음을 표현하는‘정’이 함께 어우러진다면 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멋진 도시를 형성하는데 한인들이 한 몫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1.5세들이 뉴질랜드에서 배운 교육과 가치관, 그리고 한국 문화가 가진 긍정적인 면들을 접목시킨다면 한인 2세와 3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보다 그 땅에서 당당하게 행복하게 다양한 삶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뉴질랜드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대를 이끌어 가는 다국적 기업이 많은 싱가포르 같은 곳에서도 그러한 사람들은 언제나 환영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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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혜미
10년동안 뉴질랜드에 거주하며 교육이민의 경험을 담아낸‘해외에서 보물찾기’저자로 글로벌 시대의 자녀교육을 위한 교육 에세이를 출간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현재 싱가포르에서 아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한류에 대한 교육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