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유월절의 만찬

유월절 만찬의 순서에 대한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유월절 만찬은 히브리어로 ‘쎄데르’라고 부르는데, 그 문자적 의미는 ‘순서, 질서’라는 뜻이다. 이것은 명절날 온 가족이 함께 모여서 한 끼 식사를 먹는 단순한 개념이 아니다.

해가 지고 나서 시작해 자정 무렵까지 이어지는 유월절 만찬이‘순서’를 의미하는‘쎄데르’로 불리는 것은 장시간 동안 복잡한 순서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의 명절에서도 그렇듯이 이날만큼은 평소에 먹지 못하는 맛있는 음식들이 차려지지만, 명절 음식은 먹고 싶은 대로 무턱대고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에서도 추석이나 구정 때에 차례상을 차리는 복잡한 순서가 있는 것과 비슷하다. 각각의 음식은 먹는 순서가 있었고, 유월절 만찬의 시간 동안 마시는 4잔의 포도주가 이러한 순서를 구분 짓는 이정표 역할을 했다.

요한복음 13-17장은 유월절 만찬장에서 이루어진 사건을 기록하고 있다. 이 말씀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면 유월절 만찬의 식사 순서, 그리고 각각의 의미에 대한 배경적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유월절 최후의 만찬의 초점은 배반자 가룟 유다이다. 그는 분명 유월절 만찬에 참석했지만 자신의 배반 계획이 알려지자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뛰쳐 나갔다.
유다는 과연 최후의 만찬 도중 어느 순서에서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간 것일까?

유월절 만찬은 4잔의 포도주를 기준으로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출애굽 사건을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 속에서 재현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유월절의 시작은 초(또는 올리브 램프)에 불을 켜면서 시작된다. 초를 밝히는 것은 거룩과 세속을 구분하는 의미가 있는데, 매주 안식일의 시작과 함께 촛불을 밝히는 것도 같은 의미가 있다.

거룩한 안식일의 시작에 촛불을 켬으로 세속적인 6일과 거룩한 안식일을 구분하는 것이다. 불을 켜는 역할은 보통 어머니가 맡는데, 이는 가정에 빛과 따뜻함을 가져다 주는 존재가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포도주 첫 번째 잔: 전식
포도주 첫 잔을 따르고 축복문을 낭송하면서 유월절 만찬이 시작된다. 첫 잔을 마시고 손을 씻는 예식이 거행된다.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어준 것은 바로 이때였을 것이다. 손을 씻는 것 이외에 왜 예수님은 추가적으로 발을 씻는 예식을 몸소 하신 걸까?

“저녁 잡수시던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두르시고 이에 대야에 물을 담아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고 그 두르신 수건으로 씻기기를 시작하여(요한복음13:4,5)”

감람산 동편의 베다니에서 최후의 만찬이 벌어진 마가의 다락방으로 가는 길은 예루살렘 성의 아래 도시(Lower city)와 윗 도시(Upper city)를 연결하는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그러나 이 계단은 당시 대제사장이던 가야바의 집과 인접해 있었고, 종교 당국의 체포를 피해 제자들과의 비밀스런 만찬을 원하셨던 예수님 일행은 이 길을 우회해서 힌놈 골짜기를 지나서 왔을 것이다.

힌놈 골짜기는 이스라엘 역사에서 각종 우상숭배와 관련된 곳이다. 힌놈 골짜기를 히브리어로 ‘게힌놈’이라고 하는데, 이는 ‘지옥’을 의미한다. 예수님 일행은 아마도 부정한 힌놈 골짜기를 통과해야 했기 때문에 손뿐 아니라 발까지 씻는 정결의식을 행했을 것이다.

“또 힌놈의 아들 골짜기에서 그 아들들을 불 가운데로 지나게 하며 또 점치며 사술과 요술을 행하며 신접한 자와 박수를 신임하여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많이 행하여 그 진노를 격발하였으며(역대하33:6)”

이어서 쓴 나물을 소금물에 찍어서 먹고, 3개의 마짜를 포개서 가운데를 자른 후 접시에 올려 놓는다. 여기까지가 유월절 만찬의 ‘전식’에 해당한다.

이 때 만찬의 인도자는 잘려진 마짜 가운데 큰 조각을 숨겨두고 유월절 식사 중에 자녀들이 ‘보물찾기’를 하듯이 숨겨진 조각을 찾는다. 이 숨겨진 조각을 아람어로 ‘아피코만’이라고 하는데, 이는 ‘후식’을 의미한다.

포도주 두 번째 잔: 과거를 기억하며
만찬에 참석한 사람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린 자녀가 4가지 질문을 한다. 이것은 출애굽의 역사를 자녀에게 가르치라는 명령이 4번 반복되기 때문이다(출애굽기12:26, 13:8, 13:14, 신명기6:20).

“왜 이 밤에는 마짜를 먹는가?” “왜 이 밤에는 쓴 나물을 먹는가?” “왜 이 밤에는 쓴 나물을 소금물에 두번 찍어서 먹는가?” “왜 이 밤에는 비스듬히 누워서 식사를 하는가?”

예수님 당시 최후의 만찬 자리에서는 가장 연소자였던 요한이 이 질문들을 던졌을 것이다. 이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 만찬의 인도자는 출애굽의 사건을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이어서 포도주 두 번째 잔이 준비되고 열 가지 재앙을 낭송할 때마다 입에 머금은 포도주를 접시에 뱉어낸다. 이후 두 번째 포도주 잔을 마신다.

포도주 세 번째 잔: 현재를 축복하며
유월절 마짜를 먹기 위해 축복문이 낭송된다. 예수님은 이 때 마짜를 떼어 축복문을 낭송하시고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그리고 이 마짜를 자신의 몸에 비유하셨다.

“저희가 먹을 때에 예수께서 떡을 가지사 축복하시고 떼어 제자들을 주시며 가라사대 받아 먹으라 이것이 내 몸이니라 하시고”(마태복음26:26)

이후 쓴 나물을 마짜 사이에 넣은 ‘힐렐 샌드위치’를 만들어 하로셋 소스에 찍어서 먹는다. 예수님은 이 때 가룟 유다의 배반을 예언하셨을 것이다.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심령에 민망하여 증거하여 가라사대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중 하나가 나를 팔리라 하시니(요한복음13;21)”

배반자 가룟 유다는 메인 메뉴인 어린양을 먹기 전에 만찬장을 빠져나갔으므로 유월절 식사에 참여한 사람이 아니었다.

“한번 비췸을 얻고 하늘의 은사를 맛보고 성령에 참예한 바 되고 하나님의 선한 말씀과 내세의 능력을 맛보고 타락한 자들은 다시 새롭게 하여 회개케 할 수 없나니 이는 자기가 하나님의 아들을 다시 십자가에 못박아 현저히 욕을 보임이라(히브리서6:4-6)”

“누가 배반자인가?” 를 묻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힐렐 샌드위치를 뜯어 하로셋 소스에 찍어 자신의 왼쪽에 앉아 있는 가룟 유다의 입에 넣어주면서 배반자를 지목하셨다. 그야말로 ‘딱 걸린’ 것이다. 유다는 당황한 나머지 만찬장을 박차고 뛰쳐 나갈 수밖에 없었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가 한 조각을 찍어다가 주는 자가 그니라 하시고 곧 한조각을 찍으셔다가 가룟 시몬의 아들 유다를 주시니(요한복음13:26)”

이후 유월절 만찬의 메인 메뉴인 어린양을 먹기 위한 축복문이 낭송되고 식사가 진행된다. 식사를 마친 후 아이들은 숨겨진 마짜 조각인 아피코만을 찾는 시간을 갖는다. 아피코만을 찾은 아이는 돈으로 보상을 받고 아피코만은 잘게 부수어 모든 사람이 한 조각씩 먹는다.

드디어 세 번째 포도주 잔을 마실 시간이다. 식사를 마치고 세 번째 잔을 들며 예수님은 자신이 곧 십자가에서 흘리실 ‘피’와 ‘포도주’를 연결시키셨다.

“또 잔을 가지사 사례하시고 저희에게 주시며 가라사대 너희가 다 이것을 마시라 이것은 죄 사함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마태복음26:27,28)”

포도주 네 번째 잔: 미래를 바라보며
유월절 식사가 끝난 후 방의 문을 열어놓고, ‘엘리야의 잔’으로 불리는 네 번째 포도주 잔을 가득 채운다. 이것은 메시아가 오기 전에 출현할 엘리야를 위한 포도주잔이다.

“보라 여호와의 크고 두려운 날이 이르기 전에 내가 선지 엘리야를 너희에게 보내리니 그가 아비의 마음을 자녀에게로 돌이키게 하고 자녀들의 마음을 그들의 아비에게로 돌이키게 하리라 돌이키지 아니하면 두렵건대 내가 와서 저주로 그 땅을 칠까 하노라 하시니라(말라기4:5,6)”

유월절 만찬을 마치는 시간은 대략 자정 즈음이었다. 만찬을 마친 사람들은 저마다 지붕에 올라가 감사의 찬송인 시편 113-118편(할렐 송)을 불렀다.

예루살렘주민들이 동시에 불러대는 할렐 송으로 인해 예루살렘 주변의 산들이 흔들릴 정도였다고 한다. 예수님과 제자들도 최후의 만찬을 마치고‘할렐 송’을 찬미하면서 감람산으로 올라가셨다.

“이에 저희가 찬미하고 감람산으로 나아가니라(마태복음26:30)”

류모세 편집장<이스라엘 투데이>, 발췌 http://www.godpeople.com/?C=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