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부른 비열함

뉴질랜드 헤럴드에서 너무 가슴 아픈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 기사는 영국 하트포드셔 주 워터포드에 살고 있던 루이라는 12세 소년에 관한 것입니다.

지난 1월 루이는 자신의 집 욕실에서 죽은 체 발견이 되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 이유가 충격적입니다. 학교에서 계속된 왕따와 괴롭힘에 시달렸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루이는 정기적으로 상담사를 만났지만 자해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담배까지 피우게 되었습니다.

루이가 죽기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학교 식당에서 그를 괴롭히던 아이들이 그가 채식주의자라는 이유로 그에게 고기 조각을 던졌습니다. 그 사건 직후 루이는 자신의 집에서 자살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루이는 생전에 해양동물과 보존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해양소년단에도 가입해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일에는 항상 열정적인 자세로 임했다고 합니다.

루이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그가 왕따와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학교 식당에서 누군가 그에게 고기를 던졌다는 것은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학교 측에서 왕따를 보고 받고 어떤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그와 같은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 무언가 허점과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어쩌면 루이의 문제를 또래 집단에서 흔히 생길 수 있는 일이라 여기며 심각하게 다루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여하튼 루이는 안타깝게도 12살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의 숙모 루시는 “루이를 기억할 수 있는 그와 관련된 사랑스럽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몇 시간이라도 써 내려갈 수 있다” 면서 “너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며 너는 내 마음 속에 영원히 있을 것”이라고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다.

이곳 뉴질랜드도 예외는 아닙니다. 얼마 전 오클랜드 노스쇼어에 있는 어느 고등학교에서 한 백인 학생이 중국인 학생을 주먹으로 치면서 중국으로 돌아가라고 소리를 지르는 동영상이 중국인 소셜 미디어에 포스팅 되어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심지어 한 교사도 그에게 부자 부모와 함께 바보라고 부르면서 그의 나라로 돌아가라고 했다고 합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뉴질랜드에서 약 94%의 교사들이 학교에서 왕따나 괴롭힘이 발생한다고 인정했습니다. 약 45%의 교사들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왕따와 같은 관계적 괴롭힘을 목격하고, 25%의 교사들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신체적 괴롭힘이나 폭력을 학교에서 목격한다고 했습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흔히 왕따나 괴롭힘으로 번역하는 “bullying” 이라는 영어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 보니까 특별히 약한 자를 괴롭히고 못살게 구는 것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열하고, 비루하고, 비겁하고, 치졸하고, 야비하고, 천박한 것이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정신적으로 혹은 물리적으로 괴롭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구약성경의 엄중한 율법 조차도 나그네, 고아, 과부, 가난한 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보호를 강력히 선포하고 있으며, 개인만이 아니라 공동체가 사회적 약자의 보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음을 밝힙니다. 예수께서도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하셨음은 더 언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의 가정과 학교와 직장과 사이버 공간과 어쩌면 교회에서 우리가 우리 보다 약한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어떤 이유로든 그들을 고립시키거나 정신적으로 혹은 신체적으로 그들에게 고통을 준다면 당신은 당신 자신이 크리스천이라고 불리는 것을 진심으로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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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태현
서울신대 및 동 신대원 졸업, 오클랜드 로뎀교회 담임목사로 1996년 "한맥문학" 시부분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뉴스 중 흥미롭거나 주목해야 할 것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 간단히 소개하고 독자들에게 성경적으로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 눈을 열어주고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