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맞이 위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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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과 석이는 연년생으로 아홉 살과 열 살이다. ㅎ초등학교 3학년과 4학년생이다. 학교 마을과는 십여 리 길이나 떨어진 용추 골 어귀에 산다. 용추 골에는 타지에서 온 화전민 이십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산다. 학교 마을 중심으로는 100여 가호가 옹기종기 정답다. 총 150여 호 산골마을로 제법 규모가 있는 편이다.

논골 마을과 강 마을의 끝은 각각 십 리 길이다. 햇발이 산자락에 얼굴을 내미는 아침이다. 책보따리를 어깨에 맨 까까머리와 단발머리들이 삽짝 문을 열고 달려 나온다. 골짜기 어귀에는 삼삼오오 떼지어서 육학년 반장언니를 기다린다. 시오리 학교길 아침은 언제나 행진곡으로 씨끌씨끌이다.

읍내의 장은 5일마다 선다. 마을 아낙네들은 팔 것을 머리에 잔뜩 이고 온다. 아저씨들은 지게에다 가득 지고 온다. 늙수그레한 장년들은 고삐에 소 한 두 마리씩 매어 잡고 읍내 행차를 한다. 짚신, 검정고무신, 장화, 농구화 등등이 읍내로 길게 줄을 이어간다. 겨울이 일찍 오고 봄이 늦게 오는 하늘밑 첫 동네이다.

5월이면 진달래꽃으로 산골은 불바다를 이룬다. 뒤를 이은 산철죽의 빼어난 자태도 만만치 않다. 토담집을 두른 개나리 울타리도 한몫을 한다. 여름이 하품을 하는 끝자락에는 계곡물도 얼음물이다. 여름을 지나는 둥 마는 둥 가을 추수로 들녘은 바쁘다.

초등학교 앞의 방앗간은 야간작업으로 불야성이다. 처마 밑에 곡식가마가 하나 둘씩 쌓이면 산골은 겨울준비로 분주하다. 농한기로 일손을 접기 시작하는 겨울의 초입이다. 집집마다 4H 클럽의 청년들이 품앗이로 해주는 땔감이 처마 밑마다 가득가득 쌓인다. 눈과 얼음으로 읍내와 단절이 시작되면 산골마을은 긴 동면기로 접어 든다.

길이가 마흔아홉 살에, 석이가 오십 살인 작년에 우리는 서울의 한 카페에서 극적인 상봉을 한다. 사십년 전의 화전민 마을을 추억하며 추억여행을 떠난다. 밤을 밝히며 가도가도 끝도 없는 여행길에서 우리가 추억 했던 아련한 기억 하나를 소개한다.

그 해 겨울은 이듬해의 대풍을 예고하듯이 수삼 일을 흰 눈이 펑펑 내렸다. 팔순의 숙이 할미꽃 할매가 기억하는 겨울이다. 열 세 살에 이 동네 시집와 산지가 67년인데 이렇게 눈이 많이 온건 처음이여. 읍내와는 며칠째 연락 두절이다. 산골마을은 긴 겨울을 나기 위해서 가을서부터 준비한다. 마을 구판장에는 생필품이 가득하다.

마을이 생긴 이래에 처음으로 조그만 교회당이 세워졌다. 농번기에 읍내 주일예배에 참석하지 못하는 마을 주민들을 위한 읍내 지 교회이다. 성탄을 며칠 앞둔 초저녁부터 초가집 교회 토방에 삼삼오오 모인다. 미리 준비된 광목 위문대에 생필품을 담는 작업이 시작된다.

초등학교 고참인 6년차 ㄱ샘의 아이디어로 마련된 이벤트이다. 길이가 45cm, 너비가 30cm인 위문대에 갖가지의 생필품이 가득 채워진다. 칫솔과 치약이 귀한 시절이다. 알밤만한 눈깔사탕 하나이면 한참을 우물대며 즐겁던 때였다. 노트와 연필, 크레용은 필수품으로 챙긴다.

할배들이 좋아하실 먹거리하며 열댓 가지로 위문대는 만원이다. 150여 호마다 하나씩 선물이니 그 양만도 엄청 나다. 리어카 두 대에다가 싣고 선물을 전달한다. 한 팀은 북쪽의 강 마을로 향한다. 다른 팀은 남쪽으로 학교마을과 화전민 마을로 향한다. 눈이 녹다 만 음지 길은 얼음이 얼어서 미끄럼 판이다.

조심조심을 당부했건만 기어코 사고 발생이다. 갓 시집온 만삭된 새댁의 낙상사고이다. 산비탈의 이장 집에 배달하면 임무가 끝이다. 사랑의 배달을 마치고 조심조심 내려오다가 꽈당 했다.

비탈길을 두어 번 굴렀다니까 칠 개월 된 태아가 무사할까. 자정이 된 시간이라 읍내병원도 못 간다. 낙상한 새댁을 리어카에 싣고 학교관사에 도착한다. 더운물을 끓이고 손발을 따뜻이 한다. 군불을 세게 집히고 안정을 취한다.

모두가 기도하면서 추이를 지켜 본다. 빨리 날이라도 밝아야지. 산판 차량이라도 동원해서 읍내 병원이라도 가 볼 텐데. 불안 모드로 방안은 침울 하다. 아랫목에서 언 몸을 녹인 새댁이 정신이 드는 모양이다. 걱정들을 말란다. 뒤틀리던 배가 안정이 되고 막혔던 숨통이 트인단다. 휴우! 모두 박수를 치고 감사한다. ㅇ집사의 감사기도로 한 밤의 선물 배달 작전은 무사히 마치게 된다. 인간의 역사는 하나님의 역사이다.

40여 년 전 산골마을의 성탄 위문대 배달이, 6년 째 뉴질랜드에서 똑같이 진행 중이다. 광목위문대가 예쁜 선물상자로 바뀐 것이다. 내용물도 한국교민들이 선호할 물품과 다민족가정들이 선호할 물품들로 준비한다. 선물을 받을 가정도 500가정이다.

뉴질랜드내의 교민가정, 다민족가정, 외국의 다민족 가정을 위하여 준비한다. 남태평양의 피지, 통가, 바누아투, 호주의 원주민인 에버리진 가정, 동남아 지역의 필리핀 빈민가와 산지가정, 태국의 산지마을과 고아들, 미얀마의 피난민촌, 캄보디아의 난민들도 찾아 가려고 한다. 2017 성탄 500 사랑의 선물 나눔 운동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