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한번!을 줄여 ‘YOLO’라는 말이 있습니다. YOLO! You only live once! 현재를 즐겨라, carpe diem 혹은 seize the day와도 상통하는 말.
인생은 한번 (사후에는 천국 혹은 지옥)이라고 믿는 기독교인도, 영혼 회귀 (인생은 돌고 돈다)를 믿는 불교 신자도, 혹은 삶이 한 번이던 두 번이던 관심이 없는 사람조차도 YOLO라는 말에는 귀가 솔깃한가 봅니다.
“현재를 즐겨라”가 아닌 현재만 즐기면 된다며, 밤이면 밤마다 YOLO의 술잔을 따르며, YOLO를 외치며 퇴사를 하고, YOLO의 세계 일주를 떠나는 일이 우리 시대의 멋이자, 박수 받는 일이 된 시대. 미래를 계획하고 노력한들 되지 않는 사회, 스펙과 능력이 있다 한들 풀리지 않는 우울한 사회를 대변하는 말일까요?
YOLO는 미래가 불분명한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YOLO의 본래 의미대로라면, 한 번뿐인 인생의 특별함에 대한 인식만큼 우리의 매 순간도 특별해야 하는데……
아이러니하게 우리의 청춘들의 삶은 대게 “뭐 항상 그렇습니다”.
오늘도 평소와 같은 시간에 눈을 뜬 후, 침대 머리맡의 휴대폰을 한번 훑어봅니다. 지금이 몇 시쯤 되었는지, 밤새 누구에게 카카오톡이 왔는지, 즐겨 찾는 SNS에는 무슨 글이 올라왔는지. 휴대폰을 보다가 정신이 들 즈음 옷을 입고,‘오늘의 할 일’을 시작합니다.
예를 들면, 여전히 깨지 않은 잠과 싸우는 일, 늦잠은 잤지만 아침은 챙겨 먹는 일, 꽉 막힌 출근길에 안전 운전을 하는 일이 있겠죠.
간혹 고요하게 성경을 읽는 아침도 있지만, 대부분의 직장에서 커피 한 잔과 ‘직장의 일’들을 해치웁니다.
어제와 같은 시간에 점심을 먹고, 오후 두 시쯤 식곤증과 싸우며 자연스레 시계를 쳐다보게 되고요. 그렇게 바쁜 현대인의 하루를 보낸 후 늦은 저녁, 친구들과 한 카페에 모입니다.
“아메리카노요”.
“저는 라테요.”
“저는 괜찮아요. 저녁에 커피 마시면 잠을 못 자서요”.
음료 한 잔씩을 받으면 목자의 한결같은 질문과 함께 주중 목장 모임이 시작됩니다.
“이번 주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첫 번째 유형:“잘 지내요. 일하고. 쉬고. 뭐 항상 그렇죠”
두 번째 유형:“잘 지내요. (굉장히 장황한 설명 후) 그래서 이 말씀을 읽고 있어요”
‘뭐 항상 그런’ 일상을 보내는 목원도, 매일을 말씀과 함께 하는 목원도, 신기하게 우리가 나누는 고민은 한 가지 유형으로 끝이 납니다. (인생은 한 번인데)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죠? 어떤 선택을 해야 하죠? (한 번의 선택 밖에 없다면)배우자는 누구를 만나야죠?
YOLO를 해석하는 방법과 YOLO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대해서 이런저런 질문과 말이 참 많습니다.
‘인생 뭐 있나?’라며, 한 번뿐인 것은 없는 것과도 같다고 주장하는 허무주의 철학자도 있고, 인생은 한 번뿐이기 때문에 매 순간을 진지하게 살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모아 쓰인 유명한 소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Carpe diem의 영화와 음악의 예술도 있고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 연설, 오늘 밤 쾌락의 술을 따르는 YOLO 동료 회사원들, 그리고 늦은 밤 카페에 앉아 있는 우리 목원들까지. 우리 모두 유행처럼 YOLO!를 외쳐댑니다만, 우리의 삶은 대개 “뭐 항상 그렇습니다”.
우린 보통 변함없고 지속적인 평안한 상태를 행복함과 연결 지어 생각하지만, 정작 우리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허무함 혹은 권태를 느끼고 있진 않나요? 허무와 권태를 물리쳐줄 한방의 충동과 도피의 YOLO를 원하시는 건 아닌가요?
‘내가 속한 현재’가 아닌 ‘내가 즐기고 싶은 현재’ 만을 선택하여 YOLO를 외치고 있진 않나요?
권태로운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움을 필요로 하는데, 매 순간 무엇이 새로운지, 무엇으로부터 새로움을 공급받는지, 새로움을 위해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지 자기 점검을 하는 시간을 갖고 있나요?
“인생 가운데 구별할 수 없는 단 하루” 의 반복은 우리를 권태감과 허무함 사이에서 진동하게 하지만, 매일이 다르고 신선하다면, 묘한 긴장감과 기대감 사이에서 하루를 보내게 되지 않을까요?
YOLO족들이 말하는 현재를 즐겨라, carpe diem을 살아내기 위해서 먼저 현재를 어떻게 즐기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이 있으면 좋겠습니다.‘일상의 반복= 새로움의 반복’이 된다면 자연스레 일상 (현재)를 즐기고, 한 번뿐인 인생의 하루하루가 특별하게 채워질 테니까요!
오늘 밤에는 잠시 휴대폰을 내려두고, 오늘은 어떤 새로운 질문을 했으며, 새로운 어떤 것을 발견을 했고, 무슨 새로운 도전을 받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그리고 그리스도인이라면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지금 나와 하나님의 상태와 내가 살아내는 하루하루에 대한 성찰과 오늘 만난 새로운 하나님, 그 하나님께 드리는 새로운 찬양과 오늘 내게 새롭게 다가온 말씀에 대한 교제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매주 카페에 앉아 나누는 목장의 교제들이 “항상 뭐 그런” 대화가 아닌, 매일 새로운 이야기로 채워질 수 있도록, 매일 묘한 긴장감과 기대감 사이에서 깨어 있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