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사랑의 실천인가

현재 뉴질랜드의 노숙인 문제는 세계 차원에서도 심각한 수준에 놓여있다.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도 있고, 단체와 개인의 노력도 있지만, 쉽게 해결될 문제처럼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이 문제를 놓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에서 크고 작은 나눔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정말 노숙인을 위한 나눔인지, 아니면 그저 ‘선을 행했다’는 자기만족을 위한 나눔인지 고민하게 된다.

비 노숙인의 입장에서가 아닌, 노숙인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또는 단기적으로 눈 앞에 보이는 문제 해결이 아닌 장기적으로 한 사람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돕는 나눔은 무엇인지 계속해서 생각하게 된다.

사회단체나 교회들, 또는 개인들은 노숙인 문제를 위해 무료 나눔을 행한다. 음식, 의류, 생필품, 그리고 간혹 문화 혜택 제공으로 노숙인들에게 베풀기도 하고, 조금 더 생각을 한 단계 앞서 하는 단체들은 노숙인들과 비 노숙인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장을 제공한다.

무료 나눔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노숙인들에겐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나눔의 형태나 방식에 있어서는 조금 우리가 생각해볼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작년 겨울, 핫팩을 나눠주고자 서울역으로 향했었다. 그곳에서 무료 음식 나눔이 진행이 되고 있었다. 노숙인들이 길게 줄을 서서‘배식’받듯이 음식을 받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며 ‘비인격적이다’라는 마음이 들었던 건 왜일까. 그분들과 함께 둘러앉아 음식을 먹을 순 없는 걸까. 그분들을 꼭 그렇게 줄을 세워서 노숙인이라는 티를 내면서 음식을 받게 해야만 하는 걸까.

리커넥트에서도 노숙인과 취약계층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2017년엔 뉴질랜드에서 사는 한인 젊은이들이 실질적으로 뉴질랜드 사회에 어떻게 이바지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언행일치(DAYS)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언행일치는 말 그대로 우리의 말과 행동이 일치되게 하는 프로젝트이다. 많은 한인 젊은이가 뉴질랜드에서 살아가면서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 방법을 몰라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그러한 열정을 가진 20~30대 한인들을 한자리에 모여 함께 고민하며 함께 사회를 위한 실천의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그 결과 야영장(Caravan Park)에서 지내는 집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Moving Flea Market(움직이는 벼룩시장)’을 진행하게 되었다. 야영장은 한국으로 치면 쪽방촌의 개념과 비슷하게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벼룩시장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 그쪽 환경은 어떻고 몇 명의 사람이 모여 사는지를 직접 보기 위해 두 군데의 야영장을 찾아갔다.

아무 연고도 없는 우리가 직접 가는 것보다 거기서 이미 무료 점심 배식을 진행하고 있는 ‘낮은 마음’이라는 한인 단체와 연결해 방문했다.

야영장을 들어서는 순간, 큰 마을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여행객이 그래도 꽤 있을 거라는 예상이 빗나간 순간이었다. 그곳에는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 동안 머무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평범한 우리가 사는 곳 너머에 이런 곳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거기서 사는 사람들이 점심을 배급하는 사람들을 ‘feeder(먹이는 자)’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서도 참 많은 걸 느꼈다.

도움을 주는 사람과 도움을 받는 사람의 위치가 나뉘는 게 아닌, 모두가 함께 동등한 위치에서 밥을 먹고 소통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리커넥트는 움직이는 벼룩시장을 통해 겨울에는 두꺼운 옷들을 모아 저렴한 값에 팔았고, 생필품을 저렴한 값에 팔기도 했다. ‘움직이는 벼룩시장’을 진행하면서 늘 음악과 따뜻한 차와 쿠키, 또는 바비큐 점심을 함께 제공했다. 이 이유는 그분들을 위한 문화를 제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작년부턴 오클랜드 사랑의 교회와 함께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리커넥트라는 플랫폼을 통해 사랑의 교회 청년들이 플리마켓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이다.

한 번은 플리마켓을 진행하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내게 다가와 50센트를 손에 꼭 쥐어주셨다.

그러면서 “고마워. 다음 번엔 내가 더 많은 팁을 줄 수 있길 바래, 왜냐면 너희들 하는 일은 정말 아름답고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야. 우리에게 와줘서 고마워”라고 하셨다.

그때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진심으로 그분들을 생각하며 사랑을 전할 때, 그 사랑이 나를 다시 채운다는 것을.

우리가 ‘움직이는 벼룩시장’을 계속해서 진행하려고 하는 이유는 실질적인 따뜻함만을 제공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분들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그분들이 마약이나 술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삶의 의미와 즐거움을 찾을 수 있길 바래서이다.

처음 했던 고민으로 돌아가서, 이러한 우리의 바람은 과연 나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진심으로 그분들을 생각하는 마음일까. 답이 무엇이든지 간에, 무관심이나 실천 없음 보다는, 작은 사랑의 발걸음이라도 옮길 때 좀 더 따뜻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다만 그저 나만을 만족시키는 이기적이고 일방적인 사랑의 모습이 아니라, 상대방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에서 나온 사랑의 모습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