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not!”

“하나님, 저 집 우리에게 주세요. 딱 우리가 찾는 집이네요. 교회하고 바로 옆에 붙어 있어서 얼마나 좋습니까? 새벽기도 가기도 좋고, 사역하기도 편하고, 그냥 달라는 것도 아니고 렌트 비 낼 거란 말입니다. 저 집을 주옵소서. 저 집을 주옵소서”

교회 바로 옆에 집을 짓기 시작할 때부터 눈독을 들이며 여리고 성 돌듯이 기도를 합니다. 우리를 초청한 키위 교단에 속해 있는 땅에 타운 하우스를 지어 분양하면서 제일 먼저 지은 집이 바로 우리 눈에 들어 왔습니다.

‘보암직도 하고 탐스럽기도 한 집’이었습니다. 커다란 2층 집인데 일반 가정집과는 달리 아래층은 오피스와 게스트 하우스로 활용할 수 있게끔 짓는 다목적 집이라 우리에게 이 집을 주신다면 아래층은 교육관으로 사용하고, 2층은 사택으로 사용하면 딱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한낱 우리의 바램이요 우리의 꿈에 지나지 않을 듯 합니다.

교단 총회장도, 교회 사역자들도 많은데 아무리 초청한 목회자라 할지라도 우리에게 그 집이 올 리 만무한 거지요. 점점 집의 틀을 잡아가면 갈수록 딱 저 집이 우리 집 같습니다.

타운 하우스 가운데 제일 먼저 우리 집(?)이 다 완공되어 입주하는 총회장 부부를 바라보며 ‘두 사람 살기에는 너무 큰데 우리에게 넘겨주시지요’ 남편과 속닥거리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생각한대로 아래층은 총회 오피스 겸 도서관으로 사용하고, 2층은 총회장부부가 사는 사택이 되었습니다.

교회를 오고 갈 때마다“하나님, 교육관이 필요합니다. 이왕이면 저 집을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교육관으로도 사용하고 사택으로 사용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키위교회를 빌려 예배 드리다 보니 주일 외에는 교회를 마음대로 쓰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우리에게도 독립된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원들을 품고,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며 좁은 사택 공간에서 평일에는 성경공부와 모임들을 계속해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총회장 목사님이 은퇴를 하고 지방으로 내려가게 되었는데 저희보고 이 집에 들어와 살면 어떻겠느냐고 합니다.

“Why not!”

교회가 너무 가까워 사생활 보장이 안된다는 이유로 다른 곳에서 살겠다는 후임목사 덕분으로 우리의 기도 응답을 이렇게 이뤄주셨습니다. 총회에 속한 사택이라 하더라도 물론 렌트 비는 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렌트 비도 안내고 살게 해달라고 기도할 걸 그랬나요?

지은 지 일년 반도 안되어 우리는 이 새 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우리가 살기에도, 교육관으로 쓰기에도 아주 좋습니다.

“교회 바로 옆이어서 불편하지 않아요? 사생활도 보장 안되고, 언제든 오픈된 집으로 살아야 하구… 사택은 교회와 좀 떨어져 있어야 좋지.”

새로운 총회장이나 후임목사가 우리를 보고 말을 합니다. 그럼 우리 부부는 혹시라도 그네들이 들어와 살겠다고 할까봐서 기절하듯이 말을 합니다.

“천만의 말씀! 교회 옆이라 얼마나 좋은데! 굿굿굿!!!”

13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아직도 우리는 아주 행복하게 이 집에서 예배도 드리고 성경공부 모임도 하고 잘 살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20초면 뛰어갈 수 있는 교회 옆집이라 오밤중에 알람이 울려도, 새벽에 화재경보가 울려도 총알같이 뛰어가고, 교회 문 잠겼다고 오면 문 열어주고, 열쇠 없다고 하면 열쇠 주고, 교회관리인처럼 완전 사찰 역할까지 다 하고 있지만 주인(?)처럼 살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이제는 이러한 기도를 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님, 이왕이면 이 집을 아예 우리에게 주심은 어떠신지요? 렌트비 내기도 버겁고, 먹고 살기도 힘든데 렌트 비 좀 안내고 살게 해주실 순 없으신가요?”

“Why not?”

이러한 하나님의 음성을 기대해 보면서 말입니다.
장명애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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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애
크리스천라이프 대표,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사모, 협동 목사. 라이프에세이를 통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 와 '은밀히 거래된 나의 인생 그 길을 가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