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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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은 없었다. 갈릴리 어부 인생에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갈릴리 호수에서 잔뼈가 굵은 무려 7인의 어부들이 밤새 단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하다니! 모두 망연자실, 넋을 잃고 말았다. 예수의 죽음으로 지난 3년간 그를 따르며 품었던 청운의 꿈이 수포로 돌아갔건만, 그들은 이제 생업의 현장으로 돌아와서도 또다시 실패자가 되고 말았다.

“베드로, 이미 동이 트고 있구먼. 오늘은 틀렸나 봐. 이제 그만 그물을 거두고 철수하자구.”

우뢰의 아들이라 별명이 붙을 만큼 성격이 괄괄한 세베대의 아들 요한도 오늘따라 물고기를 한 마리도 내어주지 않는 갈릴리 호수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 베드로 역시 뱃전을 발로 툭툭, 치며 한숨을 푹 쉬었다.

“휴우! 어쩔 수 없지. 이보게들, 그물을 걷으세나.”

그렇게 기운이 쭉 빠져 자기가 던졌던 배 앞쪽 그물을 끌어 올리려 할 때, 문득 베드로의 눈에 저편 호숫가에서 자기들을 응시하는 어떤 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자네들 혹시 저 사람을 아나? 누군지, 우릴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네.”

베드로의 물음에 모두 모르는 눈치였다. 그 자를 힐끗 본 요한이 무심한 어투로 말을 던졌다.

“글쎄, 고기 사러 온 사람인가?”
“쯧쯧, 그렇다면 미안하게 됐군. 한 마리도 못 잡은 걸 알면 무척 실망할텐데.”

베드로와 요한이 그렇게 심드렁하게 말을 주고받고 있을 때, 호숫가에 서있는 사람이 뭐라고 말하는 소리가 둘의 귓가에 들려왔다. 배와는 바로 옆이라고 말할 순 없는 오십 칸의 거리였는데도 그의 목소린 꼭 곁에서 듣는 듯 편안한 음조였다.

“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

그는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요한이 그것 보라는 듯 베드로에게 고개를 돌리며 씩, 웃었다. 자기가 말한 대로 고기 사러 온 사람이 맞지? 하는 자화자찬의 웃음이리라.

근데 이상한 일이었다. 베드로의 심장이 까닭 없이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얘들아’‘있느냐’하는 반말투의 말이 거부감을 주긴커녕 낯선 자를 경계하는 베드로의 마음 벽을 순식간에 허물어버리는 것이었다.

그 자의 음성엔 뭔가가 묻어있었다. 다른 모든 것과 구별되는 어떤 것. 베드로는 거기서 탕자를 기다리는 아버지의 마음을 느꼈다. 절로 다소곳해진 베드로가 공손히 답을 올렸다.

“없나이다.”

그 말에 즉시 되돌아온 대답.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 그리하면 잡으리라.”

베드로는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다른 어부들도 마찬가지였다. 어찌 이 자가 어부 앞에서 그물질을 논하는가? 그 시간, 배 위아래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던 삼총사 친구들 역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서로의 눈이 마주치면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잉어 바나바가 얼른 농을 걸었다.

“난, 베드로가 화를 내며 그물을 북북, 찢어버린다에 한 표!”

잽싸게 갈매기 기드온이 농을 받았다.

“난, 베드로가 일부러 왼편으로 그물을 던진다에 한 표!”

그런데 요나 쪽이 조용했다. 농이 끊어지니 머쓱해진 바나바와 기드온이 요나! 하고 부르며 채근했지만, 정작 요나는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호숫가 사람을 뚫어지게 관찰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윽고 요나가 입을 열었다.

“니네들, 잘 봐! 저 사람이 누군지 알겠니?”
“글쎄, 첨 보는 사람….어? 아니다. 그러고 보니 낯이 익은데. 누구지?”

횡설수설하는 바나바를 위해 요나가 길을 잡아줬다.

“저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뭔가가 없어?”

그 말에 드보라가 더 참을 수 없다는 듯 불쑥, 뛰어들었다.

“난 있어. 전에 내 맘을 뭉클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느낌이야. 문둥병자에게도 선뜻 손을 내밀었던 그 분의 손길. 그게 느껴져.”

그러자 기드온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드보라! 당신, 설마…”
“맞아요, 기드온! 저 분은…..예수야. 죽은 예수가 지금 저기 있다구.”

그렇게 말하면서도 드보라의 머린 온통 뒤죽박죽이었다. 예수는 죽었는데, 어찌 예수일 수 밖에 없는 자가 저기 있단 말인가?
삼총사는 베드로가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그는 어찌하고 있을까? 누가 신호라도 한 듯 일제히 고개를 돌려 그의 표정을 살폈다. 베드로의 표정이 묘하게 변해있었다. 들떠있는 듯. 울먹이는 듯. 그러면서도 두려워하고 있는 듯.

드보라는 그 표정의 의미를 마음으로 읽고 싶었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러자 한낱 갈매기에 불과한 그녀의 마음에도 베드로의 마음이 겹쳐지기 시작했다. 베드로의 절규가 창에 부딪치는 빗물처럼 드보라의 마음에 부딪치며 눈물이 되어 흘러내리고 있었다.

‘내 주님은 이미 죽었는데, 어찌 주님일 수 밖에 없는 자가 저기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