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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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뉴스 중 흥미로웠던 것은 아이폰으로 유명한 애플과 미국 연방수사국(FBI) 사이에 벌어진 심각한 대립이었습니다.

문제는 지난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너디노에서 일어났던 총기 테러에서 시작이 되었습니다. 당시 무슬림 부부가 총기를 난사해 14명이 사망하는 끔찍한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FBI는 범인이 가지고 있던 아이폰의 암호를 깰 수 있는 프로그램을 넘겨줄 것을 애플에 요구했으나 애플은 고객들의 보안이 위협 받는 일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절한 것입니다.

애플의 수장인 팀 쿡은 FBI의 요청을 수용하는 것은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면서 그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물론 애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자신 역시 많은 논란의 주인공이기도 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는 애플이 정보를 내놓을 때까지 아이폰 대신 삼성의 휴대전화기를 사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애플을 공격했습니다. 미국 검찰은 애플의 거부가 마케팅 전략이라면서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사이 온라인상에서 인권과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단체인 ‘미래를 위한 투쟁’(Fight for the Future)이 애플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은 오는 23일 미국, 영국, 홍콩, 독일 등 30여 개 도시에 있는 애플 스토어 앞에서 애플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일 예정입니다. 특별히 논란의 당사자인 미국의 경우엔 20여개 주에서 대대적으로 시위를 벌일 계획을 세웠습니다.

국가 안보가 우선인가? 개인 정보 보호가 우선인가? 사실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국가 안보를 빌미로 개인의 정보가 보호받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되고, 개인의 정보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국가 안보를 가벼이 다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애플의 최고 경영자인 팀 쿡의 결단력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그는 그동안 애플이 수사를 위한 이런 저런 FBI 협조요청에 응해왔지만 잠금기능을 해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넘겨주는 것만은 고객들의 자유와 권리를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응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그의 진정한 속내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자신의 확고한 신념이 대의를 따르는 일이라면 그것이 국가의 요청이라 할지라고 단호하게 거부할 수 있음을 세상에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그런 팀 쿡을 보면서 저 자신과 우리의 교회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신념이 아닌 그보다 위대한 진리를 따르는 사람들입니다. 교회는 진리를 따르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진리는 타협과 협상의 대상이 아닙니다. 진리는 수정하고 가감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진리는 필요에 따라 지키는 것이 아닙니다. 진리는 진리입니다.

부끄럽게도 일제강점기에 한국 교회는 일제의 압박에 굴복해 신사참배를 결의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한국 교회가 그 시절의 한국교회를 쉽사리 비난할 수 있을까요?

침략자의 압박은 없어졌지만 권력과 돈과 명예와 쾌락과 욕심의 무차별한 공격과 침략 앞에서 교회는 당당히 진리를 지키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A.W. 토저는 그의 책 ‘세상에 무릎 꿇지 말라’에서“세상을 당신의 친구로 만들어주는 교리는 당신의 친구가 아니다”라고 절규했습니다. 한 입 베어먹다만 사과도 세상에 무릎을 꿇지 않는다면 교회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