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값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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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철저하게 돈과 이익 집단을 중심으로 갑질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우선, 한국의 계약서를 보면 “_(이하 갑 이라 함)과(와) _(이하 을 이라 함)은 다음과 같이 계약한다” 로 되어 있다. 물론 일본과 중국에서도 쓴다. 갑과 을은 한문의 십간의 첫 번째 ‘갑’ 그리고 두 번째 ‘을’ 을 말한다. 계약서에는 ‘갑’은 일에 시킨 대가로 돈을 주고, ‘을’은 돈을 받고 시킨 일을 해준다.

그러다 보니 갑과 을은 자연스럽게 상하관계라는 의미로도 쓰여지고 있다. 돈을 가진 갑은 상대적으로 적고 돈이 없는 을이 상대적으로 많아 갑과 을은 불공평한 관계가 형성된다. 이러한 불평등한 관계는 나아가 종속관계까지 이르게 된다.

한국인은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연배가 비슷한 나이면 악수를 하고 나서 먼저 명함을 준다. 나이차이가 나면 나이 어린 사람은 먼저 목례라도 해야 예의가 있다고 여긴다. 주고 받은 명함에는 자신의 지위, 직장, 학력이 적혀있다. 이는 상하관계를 바로 구분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서열은 직장, 직능, 나이에 의해 구분된다. 개인은 철저하게 사라진다. 상대적으로 돈과 직위를 이용하여 사회 구석구석까지 갑질이 행해지고 있다. 직장, 학교, 단체 등에서 상하관계가 형성되면 갑은 을에게 함부로 하고 복종을 바라며 알아서 필요를 채워주기를 원한다. 을이 갑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왕따, 보복 등을 한다.

갑질은 대기업에서부터 언론, 공무원, 군대, 국회의원, 검사, 판사, 교수, 연예인, 종교 등 다양한 집단에서 벌어지고 있다. 직책, 직급, 지위, 직능, 연공서열에서 갑질이 나온다. 조직의 내리갈굼은 변하지 않는다.

갑질을 하는 가해자는 둔감한 반면 갑질 피해는 민감하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하청업체에서 하도급업체로 이어진다. 당하는 을에 해당하는 사람도 직원에서 임시직, 일용직으로 이어진다. 또한 소비자는 마트나 서비스직에 일하는 감정 노동자에게 욕설과 무례를 쉽게 행한다. 을의 숨겨진 갑질도 있다. 사람이 사는 곳에서 일어나는 갑질은 오래된 관행으로 자행되고 있다.

종속관계는 과열된 경쟁으로 나아가고 살아남기 위한 부정과 부패로 이어지고 있다. 갑질하는 사람과 집단은 또 다른 계급사회를 원한다. 민주주의는 갑질로 인하여 이기적인 개인주의로 변질됐고 존중과 배려는 무시된다. 이는 닫힌 사회의 일상이다. 철저하게 상하관계를 구분하는 문화는 이민 땅에도 들어 와 어린 아이들도 나이와 학년을 따진다.

성경은 “악한 자를 대적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라(마태복음 5:39)”고 한다. 이를 두고 폭력을 당하더라도 받아 들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당시의 문화적 배경을 보면 주인이나 갑인 사람이 오른손 손등으로 종이나 을인 사람의 오른편 뺨을 때리는 것은 모멸감을 주려는 것이라고 한다. 이 때 종이나 을인 사람이 왼쪽 뺨마저 돌려 대면 주인이나 갑인 사람이 오른손의 손등으로 종이나 을인 사람의 왼쪽 뺨을 절대로 때릴 수 없다.

이는 을과 같은 낮은 자라도 자신의 자존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왜냐하면 왼손으로 상대방을 때리면 수치로 알기 때문이다. 만약 왼손을 사용하면 공동체에서 열흘간 추방된다. ‘나도 사람이다’는 태도로 왼쪽 뺨마저 돌려대는 을과 같은 저항이 필요하다. 진정으로 값 있는 삶을 사는 친구는 나이, 직업, 학력 등을 묻지 않는다. 오직 과거보다 현재의 만남에 관심과 시선을 두고 서로 존중하고 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