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은 마침내 악한 영의 본색을 드러냈다. 틸라피아를 광신적인 종교집단으로 탈바꿈 시키려 했다.
“나는 물귀신교의 교주다!”
무당 추종자들이 이제 물귀신교의 신도가 되었다. 무엇이든 새로운 유행을 따르고 싶어하는 젊은 층이 상당수 포섭되었다. 이로 인해 틸라피아 세계는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물귀신교는 사악한 집단이야!”
요나는 당연히 물귀신교에 가입하지 않았다. 서로를 돕는 평화로운 호수를 꿈꾸는 요나는 무당의 분탕질에 치를 떨었지만, 그렇다고 요나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무당은 가뜩이나 귀기 서린 눈이 더욱 빨갛게 충혈되었다. 그를 따르는 무리들도 얼굴에 불량끼가 기름 밴 종이처럼 배어 번들거렸다.
물귀신교는 요나를 공공의 적으로 선포했다. 틸라피아와는 도저히 상생할 수 없는 갈매기와 잉어를 친구로 두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에 더해 어떻게 알았는지, 요나가 어부 베드로에게 동전을 물어 갖다 바친 사건도 죄목에 포함되었다. 틸라피아의 원수 베드로에게 조공을 바치다니!
“요나에게 간첩혐의가 있다.”
“지금이라도 국가보안법을 만들어야 돼!”
무당은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갈릴리 물고기들은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국가보안법이란 용어까지 들먹이며 요나를 간첩으로 몰아갔다. 요나를 그냥 내버려두면, 틸라피아는 갈매기든 잉어든 어부든 그들의 밥이 되고 말 것이라고 떠벌렸다.
무당은 당장이라도 요나를 제거하고 싶었지만, 지난번 테러사건 이후 갈매기 기드온과 잉어 바나바의 경계가 한층 강화되어 당분간은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작전상 후퇴! 일단 무당은 신도들에게 그렇게 방침을 시달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급보가 하나 날아들면서 갈릴리 호수 전체는 삽시간에 긴장의 도가니가 되고 말았다.
“베드로가 돌아왔닷!”
어부중의 어부, 베드로의 귀환이야말로 물고기들에겐 가히 공포 그 자체가 아닐 수 없었다. 갈릴리 호수에선 베드로란 이름만 들어도 울던 새끼고기가 울음을 뚝, 그친다고 할 정도가 아니던가. 근데 그 베드로가 무려 6명의 친구들과 함께 호수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과연 그들이 배를 띄울 시점은 언제인가? 물고기들은 한동안 째깍째깍, 소리만 들릴 뿐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안고 불안 속에 살아야 했다.
마침내 그 날이 왔다. 베드로가 고기잡이 배에 올라타는 모습이 틸라피아 정탐꾼의 눈에 포착된 것이다. 그 소식은 틸라피아뿐 아니라 비상연락망을 타고 갈릴리의 모든 물고기들에게 급속히 퍼져나갔다.
어종을 불문하고 물고기 전원이 물속 밑바닥까지 깊숙이 내려갔다. 그물이 미치지 못할 만큼 깊이 잠수하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었다. 공습경보가 해제될 때까지 꼼짝 않고 숨어있을 참이었다.
그러나 무당 틸라피아만은 달랐다.
“후훗, 이 때를 오랫동안 노려왔어. 이제 내가 나설 차례야.”
그는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욕심을 내었다. 그의 야심은 틸라피아론 성에 차지 않았다. 모든 갈릴리 물고기의 제왕이 되어야 검은 야망이 미소를 지을 것이었다.
근데 잉어, 메기를 제치고 어찌 한낱 틸라피아가 호수를 지배할 수 있을까. 누가 봐도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무당은 이미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다. 용기가 아닌 만용으로 충만하였다.
“쫄따구들이나 몸으로 싸우는 거야. 난 머리로 승부를 낼 거야.”
무당의 그런 심산은 전혀 터무니없지만은 않았다. 비상연락망이 그 첫 승부수였다. 무려 20종류에 달하는 갈릴리 물고기를 비상연락망을 통해 하나로 묶었다.
다른 어종과의 협의과정에서 무당은 이미 호수안보에 없어선 안될 존재로 부각되었다. 무당은 발 빠르게 정탐꾼 노릇을 틸라피아가 전담하겠다고 선수를 쳤다. 호수의 눈과 귀를 차지한 것이다.
‘No 무당, No 안보’
무당은 갈릴리 물고기의 머릿속에 그 등식을 각인시키고 싶었다.
“그들 일곱 명이 틀림없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듯 무당이 정탐꾼에게 재차 확인했다. 더 구체적인 보고가 올라왔다.
“옙! 베드로를 비롯해 도마, 나다나엘과 요한과 야고보 형제 그리고 또 다른 두 명이 함께 배를 탔습니다.”
“좋다! 물귀신교 전원을 집결시켜라.”
“옙!”
무당에겐 베드로 일당과의 한판 승부야말로 갈릴리 호수의 지도자로 자리를 굳힐 수 있는 결정적 기회가 될 터였다.
무당은 갈릴리의 모든 물고기가 지켜보는 가운데 어부들과 정면으로 맞붙어 그들을 보란 듯이 패배시키고 싶었다. 그는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주문외우듯 자기암시를 되뇌었다. 난 검투사야. 수많은 관중들이 날 지켜보고 있어. 기다려, 베드로! 한방에 보내줄게.
무당은 성큼 손에 잡힐 듯 다가온 제왕의 꿈에 벌써부터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제 난 갈릴리 호수의 제왕으로 등극하는 거야. 크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