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끄러운 묵상은 처음에 했던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의 편곡으로, “아 하나님의 은혜로”라는 노래를 불러봤다. 재즈로 편곡한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가사 전달을 위한 목적으로 해보았다.
이 찬송가는 흔히 말하는 나의 18번 찬송가이다. 가장 좋아하는 찬송이고 그렇기 때문에 수 없이 많이 불렀다. 찬양 인도를 할 때에도 많이 하기를 원했고, 혼자서도 흥얼거리기 좋아하는 찬송이다.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를 두 가지로 추려보면, 가사와 음이다. 어떻게 보면 노래의 전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포괄적인데 정말 단순하게, 그렇기 때문에 다르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
멜로디와 화성은 예배와 아무런 연관은 없지만, 어떻게 보면 방법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은 한다. 마치 전도를 길거리에서 할 건지 문을 두드릴 건지, 방법은 하나님의 복음 전파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그 방법에 따라 하나님의 섭리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음악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처음에는 가사를 듣고 읽는 것이 아니라 멜로디와 코드를 듣기 때문에, 내가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사용해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든다면 그 방법 가운데 하나님이 역사하실 줄 믿는다.
이 찬송가는 어떻게 보면 그냥 전형적인 찬송가이기도 한데, 조금 색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다른 찬송들 보다는 가요적이다.
특히나 노래의 키가 C인데, 후렴에 코드가 F로 시작하는 것이 찬송가 같지만은 않다. F에서, C/E, Dm, C 로 가는 움직임 자체가 재즈 면에서 굉장히 유용하게 쓰여지기도 편하고 쉽게 편곡도 되는 코드 진행이다.
나는 일부러 단순하게 편곡을 많이 안 했지만, 분명히 가능하고, 다른 노래보다 더 가능성도 많은 찬송가임은 확실하다.
이 노래의 가사도 너무나 중요하다. 가사가 너무나 아름답고,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복음을 너무 잘 묘사한 듯 해서 너무나 좋다.
특히 후렴의 “내가 믿고, 또 의지함은 내 모든 형편 아시는 주님, 늘 보호해 주실 것을 나는 확실히 아네”, 는 나의 삶에서 가장 나타내고 싶은 고백이다. 노래로 접하는 고백들 중에 굉장히 무게가 있고 삶으로 나타내기 힘든 고백들이 있는데, 이 고백도 마찬가지이다.
내 모든 상황과 여건,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하나님은 다 아신다는 확신, 그리고 우리에게 그 가장 좋은 것을 허락하시고 예비하실 하나님에 대한 믿음, 이런 것들은 도저히 인간의 능력으로는 이루어낼 수 없는 고백들이다. 그저 하나님의 은혜뿐.
1절에서 가사가“아 하나님의 은혜로 이 쓸데 없는 자 왜 구속하여 주는 지 난 알 수 없도다” 인데, 참으로 감사하지만, 인정하기 싫은 가사인 것은 사실이다.
특히나 요즘 인본주의 시대에서 나 자신이 쓸데 없다고, 죽어 마땅하다고 고백하는 것이 이 시대의 가치관과는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그것이 진리다. 우리 인간은 죄를 지었기 때문에 마땅히 하나님과 관계가 절단 되어 지옥에서 영원히 고통 받는 운명이었지만 하나님의 크신 은혜로 우리를 구속하여 주셨다.
그 이유가 사랑이라고 말하는데 그것을 이해하려 해도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도대체 우리가 뭐길래 우리를 사랑하실까 라고 의문이 들 때에, 정말로 우리가 아무것도 아닌데도 사랑하셨다는 것이 복음이다.
우리 사이에서 사랑한다고,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말할 수 있지만 하나님은 자기가 도저히 같이 할 수 없는 우리도 사랑하셨다. 차원이 다른, 급이 다른 사랑인 것이다.
2절과 3절에는 은혜가 더욱 표현이 된다. 굳센 믿음과 복음을 주셔서 평안을 주시고, 성령을 주셔서 예수님을 믿게끔 하신 그 은혜. 우리가 흔히 하는 착각이 있는 것 같다. 성경을 내가 읽어서, 아니면 친구를 통해서 내가 믿기로 결심을 한다는 착각. 그것은 인간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교만의 착각이다.
우리는 도저히 하나님을 만나려고 해도 못 만나는 존재이고, 그 분의 영원한 노예면 몰라도 아들, 딸, 주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한 상속자가 되는 것은 전래동화에서도 막장이라고 안 쓰일 것 같은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고백이 하나님의 은혜로 밖에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임을 노래하는 것이다. 복음, 믿음, 성령 이 셋 다 내가 나의 능력으로 쟁취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답은 절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셔서 가능한 것이고, 그것을 인정해야만 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은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것인데, 우리는 가족, 친구, 연인에게만 선물을 주지만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에 모든 인간에게 그 구원의 선물을 주셨다.
그리고 또 너무나 이해하기 힘든 사실은 그 선물을 받고 내 것이 되는 과정 또한 하나님의 선물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님께 선물에 대한 감사의 표현을 예배로 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선물을 우리 모두가 받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