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시작하기 2

집에 돌아온 지 약 한 달째가 되어 간다. 런던이 그립지 않다면 거짓말이나 아직까지는 뉴질랜드만이 가진 매력으로 충분히 잘 지내고 있다. 다만 종종 너무 여유롭고 한가한 느낌이 느껴질 때엔 흔히들 말하는‘유럽병’이 곧 도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의외로 뉴질랜드에선 비행기나 자가용을 이용해야 하니 기차로 열심히 여행하던 때가 그립기도 하다.

돌아오니 되려 나가겠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점점 더 용기를 북돋워 주게 되었다. 최대한 많은 정보도 주고, 필요한 부분에선 지인들도 소개하여 줄 테니 나갈 기회가 있다면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보라고 점점 더 응원하게 된다. 그래서 저번 화에 이어서 혹여 영국을 꿈꾸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한다.

살 집 구하기
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살 집을 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남과 함께 살아야 하고, 게다가 독립 후에 안정적으로 지내야 할 좋은 집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 홀로 해외생활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남들과 함께 지내는 ‘플랫’, 혹은 모든 것이 한 공간에 있는 ‘스튜디오’를 선호하고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방이 하나 정도는 있는 ‘원 베드’에 들어가기도 한다.

학생들도 플랫이나 스튜디오에 개인적으로 살 순 있지만 보통 학교에 딸린 기숙사들이 있고, 학교를 입학하면서 신청하면 기숙사는 정해지게 되어 있어서 직장인들 보다는 편한 편이다.

흔히 우리가 아는 런던 시내, 1존은 방세가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서 보통은 2존이나 3존까지도 보고, 좀 멀리도 괜찮다면 한인타운이 있는 4존까지도 가곤 한다. 물론 센트럴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방세가 많이 싸지고, 가성비 좋은 방들이 많아진다.

1존의 장점은 런던 시내라는 것과, 집이 우리가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좋은 집들이라는 점. 장을 보거나 쇼핑을 하기엔 최적화 되어 있으며 레스토랑도 많고, 런던 시내를 즐기며 산책을 하는 것도 상상해볼 수 있다. 다만 단점은 집이 집세에 비해서 너무 질이 떨어진다.

집은 예쁘지만 오래 되어서 다 뜯어 고치지 않는 이상 새것처럼 만들 순 없을 것이다. 그래서 화장실 같은 경우는 샤워 배수가 잘 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뜨거운 물도 물탱크에서 가져다가 써야 할지도 모르며, 변기 물이 잘 내려가지 않아 뚫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다.

실제로 처음 런던에 로망을 안고 떠났던 나는 1존에 방을 구하기를 희망했지만 곧 마음을 접어야 했다. 내가 내야 하는 방세에 비해 집이 굉장히 좁고 낡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1존은 집값이 너무 비싸 트윈 룸(큰 방을 두 사람이 나누어 쓰는 것, 즉 룸메이트가 있는 것이다)을 구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교통비를 아끼기 위하여 1존을 택하고, 비싼 방세 때문에 트윈 룸을 구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방을 볼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는 창문, 해 그리고 빌(Bill)이다. 제일 먼저 큰 창이 있는지 꼭 확인 할 것. 의외로 혼자 사는데 창이 없으면 더 어두워지고 답답해지는 기분이다. 창문이 있어도 해가 잘 드는지도 꼭 확인할 것. 특히 여름에는 어찌나 흐린지. 그런 날에 드는 해는 마치 구세주와 같다.

마지막으로는 빌(Bill)인데 한마디로 집에서 사용하는 수도, 전기요금들이다. 방을 구할 때 including bills 와 excluding bills를 많이 볼 수 있는데, 포함되는 곳을 찾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굳이 내가 생각할 것이 없이 때문이다.

요금 또한 전기세는 포함될 수도 있고, 수도세는 따로 내야 하거나, 난방비를 따로 낼 수도 있다. 포함되어 있는 것이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꼼꼼히 어떠한 것은 내야 하고 어떠한 것을 내지 않아도 되는지 꼭 꼭 꼭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대중교통 이용하기
런던이 그리운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대중교통인 것 같다. 버스는 무조건 7,8분에 한 대씩, 하지만 비슷한 노선으로 운행하는 버스의 숫자는 가히 셀 수가 없다. 1존 내에서는 한 버스 정류장에서 서는 버스가 6대 정도 있다고 하면, 그 중에 두 세 개는 꼭 어느 정도 노선이 겹치게 되어 버스를 오래 기다리는 편이 아니다.

지하철도 노선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그 중 런던 시내를 가로 지르는 센트럴 라인은 1분에 한대씩 운행한다. 지하철은 ‘Underground’ 혹은 ‘Tube’라고 부르며 지하철 역 내부로 들어가 보면 그 이름을 알 수 있다. 최근엔 ‘Night Tube’가 생겨서 금요일, 토요일은 24시간 운행을 한다.

사람들이 이 나이트 튜브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예전에 막차가 있었을 때에 막차에 워낙 취객들도 많이 타고,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타서 불안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나이트 튜브가 생긴 이후로는 그 사람들이 분포(?)되어서 훨씬 집에 갈 때도 마음 편히 갈 수 있다고 했다.

대중교통은 주로 Oyster Card, 오클랜드의 HOP Card와 비슷한 교통카드를 사용한다. 충전식으로 사용하며, ‘캡’이라는 게 있어서 탈 때마다 그대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어느 정도의 교통비를 사용하면 그 이상 나가지 않도록 해놓은 것이다. 그래서 조금은 맘 편하게 지하철도 마음껏 버스도 마음껏 탈 수 있다.

학생은 학생증이나, 혹은 해당되는 경우 ‘Railcard’를 만들면 기차 요금도 저렴해지고, 이 레일카드를 오이스터 카드에 넣어 더욱 더 저렴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영국 여행을 위해 기차를 많이 탈 것 같으면 레일카드는 적극 추천한다.

레일카드는 16-25세 까지만 만들 수 있는 것도 있고, 부부 같은 경우는 둘이 함께 다닐 때 지참하면 할인을 받는 것도 있다. 하지만 일반 기차표 또한 3명 이상 함께 사면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 레일카드로 티켓을 산 사람은 항상 기차에서 직원에게 확인 받아야 하니 늘 가지고 다녀야 한다.

나의 첫 발걸음이 자꾸 생각난다.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당시엔 너무 힘들었던 모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갈 때마다 아찔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떻게 했나, 내가 대견하기도 하다.

지금 내가 쓴 글을 읽는 사람들이야 이게 무엇이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싶지만, 어디든 홀로 집을 떠나와 사는 사람들에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나의 영국 생활이 시작할 때에도 나는 늘 묵직하고 큼직한 조언들만 받았었는데 막상 현지에 떨어지니 되려 이런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지식이 더 필요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아무 의미 없을지라도 누군가에겐 언젠가 꼭 내게 의미 있는 만큼 의미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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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민
12살 때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로 이민, 오클랜드대학교 유아교육과 졸업, 킹스크로스교회 출석, 런던에서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다. 20대에 처음으로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적응해가면서 보고 느낀 많은 것들을 나누고, 영국이란 나라, 런던이란 도시는 어떤 곳인지 조금이나마 소개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