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호수를 잇는 구원의 징검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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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바나바는 잠에서 깨자 아침도 거른 채 삼총사의 본거지로 향했다. 요나가 테러를 당해 큰 일 날 뻔했단 사실을 알 리 없건만 뭔가 심상찮은 느낌이 계속 들었던 것이다.

‘뭐지, 이 기분 나쁜 느낌은?’

바나바는 괜시리 마음이 급해졌다. 꼬리 지느러미를 한껏 흔들며 더 빨리 움직였다. 근데 이게 무슨 일? 호수 밑바닥에 정어리 한 마리가 날 잡아잡슈, 하듯 비스듬히 드러누워 있는 게 아닌가?

‘어! 정어리잖아. 아싸, 이게 웬 떡!’

바나바의 입에 군침이 돌았다. 가까이 다가가는데도 정어리는 움찔하기만 할 뿐 도망가질 못했다. 그의 눈은 공포에 질려있었다. 몸 여기저기를 돌아보니 목 근처에 날카로운 이빨에 물린 깊은 상처가 있었다. 저런 상태면 가만히 둬도 얼마 못 가 죽게 된다. 야생의 호수에서 무방비 상태의 먹이를 포식자들이 놓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잉어 바나바 역시 그런 포식자 중 하나였다. 정어리는 단지 아침 공복의 배를 채울 먹이 감에 불과하다. 그러나 공포에 떠는 그의 눈을 쳐다본 게 문제였다. 문득 낯선 느낌이 맘을 사로잡았다. 그건 포식자가 사냥을 앞두고 절대 가져선 안될 금단의 감정이었다. 긍휼! 그건 긍휼이었다. 바나바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내가 왜 이러지? 너무 배가 고파 실성했나?’

정어리의 겁먹은 눈이 바나바의 마음에 박혀 지워지지 않았다. 말까지 섞으면 큰일나겠어,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불쑥 말이 튀어나와버렸다.

“너 많이 다쳤니?”

잉어의 다정한 물음에 정어리가 슬픈 눈빛으로 대답했다.

“응. 몸이 움직여지지 않아.”
“그래도 움직여야 돼. 안 그러면 넌 죽게 돼.”

바나바는 정어리의 뒤쪽으로 돌아가서 입으로 살며시 밀어줬다. 정어리는 누군가가 자길 돕고 있단 사실에 힘을 얻은 것 같았다. 가슴지느러미로 균형을 잡아 몸을 바로 세우더니 꼬리지느러미를 조금씩 흔들며 앞으로 헤엄쳐나가기 시작했다. 바나바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그를 삼총사가 모이는 곳으로 이끌고 갔다. 친구들을 만나 정어리에 대해 의논하고 싶었다.

만남의 광장으로 오자 친구들이 벌써 와있었다. 갈매기 신혼부부도 이젠 하루 우선순위가 삼총사였다. 드보라는 결혼하면서 더 감성적이 되었다. 아름답다, 기쁘다, 슬프다, 울고 싶다는 표현이 입에 붙어 다녔다.

이번에도 그랬다. 바나바가 데리고 온 정어리를 보자 드보라는 첨엔 친구들을 위해 도시락을 싸온 줄 알고“미치도록 기쁘다”고 했다가, 자초지종을 다 듣고 나선“너무 슬퍼 울고 싶다”며 기드온의 가슴에 머리를 파묻었다.

그런데 요나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았다. 요나는 정어리를 보더니 먼저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지금까지 바나바가 봤던 요나의 어떤 눈보다 더 큰 눈이었다. 담엔 입을 쫙 벌려 연신 놀람을 토했다.

“허, 그 참.”

그 말을 수십 번도 더 내 뱉었다. 마지막으로 요나는 정어리를 향해 수없이 위 아래로 머리를 끄덕였다.
그건 삼총사만이 아는 최고의 인사법이었다. 갈매기 기드온의 결혼식 때 배웠던 사랑과 감사의 표현. 요나는 한 눈에 그 정어리가 바로 어제 자기를 위험에서 구해줬던 그 친구임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요나의 입에서 절로 감사가 터져 나왔다. 요나에게 어제일을 자세히 전해들은 친구들은 의기투합 하여 정어리를 돕기로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치료였다.

“약초를 구해올까?”

기드온의 말에 드보라가 핀잔을 주었다.

“약초가 물 속에서 몸에 붙어있을 수가 없잖아.”

또 다시 머리를 맞대고 의논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정어리 떼에 데려다 주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정어리에겐 그들만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근데 어떻게 그들을 찾지? 어제도 이 정어리는 무리를 못 찾아 헤매고 있었는데. 그러나 갈매기에겐 그건 문제도 아니었다.

하늘을 높이 날아 호수를 한 바퀴 크게 돌더니, 두 갈매기는 곧장 정어리 떼가 호수 반대편의 얕은 물가로부터 깊은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알려줬다. 자, 이제 위치는 알았다. 그러나 다친 몸으로 어떻게 거기까지 가지? 그러자 드보라가 아이디어를 냈다. 자기들이 입에 물고 가면 된다고. 그러자 드보라의 말투에 전염된 기드온이 맞장구를 쳤다.

“오, 그 생각은….너무 아름답다.”

잠시 후 기드온은 조심스럽게 입에 정어리를 물었다. 들릴라가 요나와 바나바에게 말했다.

“걱정 마. 잘 다녀올게.”

정어리 떼가 모여있는 곳까지 날아가 수면 쪽으로 내려서자 물밑 정어리들이 난리법석을 떨었다.

“비상. 갈매기닷!”

기드온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만히 입을 열어 정어리를 풀어줬다.

“잘 가. 앞으론 혼자 다니지 마.”
“고마워.”

두 갈매기는 정어리를 내려놓고 흐뭇한 마음으로 다시 날아올랐다. 드보라가 말했다.

“정어리들이 뭐라고 할까?”
“갈매기가 정어리를 물고 가다 실수로 떨어뜨렸다고 하겠지. 상처도 내가 낸 거라고 생각할 테고.”

기드온이 세상물정 다 아는 노인같이 말을 했다. 그러자 드보라가 위로했다.

“그 다친 정어리가 해명해 주겠지.”
“후훗, 물론 그렇겠지. 그러나 그게 아니어도 무슨 상관이 있을까? 어쨌든 우린 선한 일을 한 거잖아. 드보라, 그거 알아? 우린 하늘과 호수를 잇는 구원의 징검다리가 된 거야.”

기드온의 장한 생각에 드보라는 조용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내가 시집을 잘 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