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갈매기가 친구라 이거지.’
무당은 요나를 눈엣가시 같이 여겼으나 갈매기 기드온과 잉어 바나바가 늘 곁에 있어 정면승부를 펼치기에 부담이 컸다.
마침내 그는 은밀한 테러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가만히 몸이 날래고 성품이 잔혹한 틸라피아들을 따로 불러 모았다. 수가 많으면 소문나고 적으면 일이 안 된다. 다섯이면 적당하리라, 그리 계산한 무당은 평소 눈 여겨 봐왔던 다섯을 골라 비밀스레 테러 밀명을 하달했다.
테러리스트들은 즉시 작전에 착수했다. 그들은 여느 동네깡패완 차원이 달랐다. 계획 없이 덜렁거리는 왈짜패들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바위 틈에 숨어 한동안 요나의 동선을 신중히 관찰하던 그들은 곧 최고의 테러 타이밍을 찾아낼 수 있었다.
삼총사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시간! 바로 그때 요나를 치면 되는 것이었다. 그때라면 삼총사 친구도 곁에 없고 아직 틸라피아 본대로 돌아오지도 못한 상태이므로 완전히 요나만 외따로 있게 되는 가장 취약한 시점이었던 것이다.
그날도 요나는 삼총사 친구들과 헤어져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이상한 느낌이 자꾸 들었다. 꼭 누군가가 자길 노려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뭐지? 기분 나쁜 이 느낌은?’
혹시 메기인가 싶어 뒤를 살폈으나 아무도 없었다. 다시 몸을 앞으로 돌리는 순간, 눈 앞에 별안간 험상궂은 틸라피아들이 나타나 요나를 가로막았다. 모두 아는 녀석들이었지만 왠지 전혀 낯선 느낌이 들었다.
“너희들 왜 이래?”
“킬킬킬, 요나! 잉어, 갈매기랑 노니까 네 눈에 뵈는 게 없지?”
“왜 이래.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그래?”
“왜 무당나리 말을 안 들어?”
요나는 대화를 하는 중에 틈틈이 도망갈 기회를 엿보았다. 그러나 놈들은 이미 낌새를 알아챘다. 재빨리 요나를 뺑 둘러쌌다. 다섯 마리가 포위하니 빈틈이 없어 보였다. 누구와 싸워본 적이 없는 요나는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머리 속이 하얘졌다.
바로 그 때였다. 팽팽한 긴장을 뚫고 앳된 목소리 하나가 살포시 무리의 귓전에 날아들었다.
“혹시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될까요?”
언제 나타났는지, 쬐끄만 정어리 한 마리가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난데없이 정어리의 방해를 받자 녀석들 중 한 마리가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야, 그냥 가던 길이나 어서 가지 그러냐!”
“그러고는 싶은데, 제가 길을 잃어서요. 방금 전에 이 근처를 지나는 정어리 떼를 혹시 보지 못하셨나요?”
원래 틸라피아는 플랑크톤만 먹으므로 사냥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어린 정어리도 틸라피아 무리를 보며 안심하는 듯 했다. 그래서일까? 그 정어리는 자기가 홀로 떨어진 신세라는 걸 아무 거리낌없이 말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테러리스트들이었다. 그들의 이빨은 공격용으로 갈고 닦은 살상무기였다. 정어리를 먼저 처리해야 요나를 해치울 수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다섯 마리 중 두 마리가 요나의 포위망에서 정어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두 마리가 이빨을 드러내고 무서운 기세로 정어리를 덮쳤다. 정어리로선 전혀 예상치 못한 틸라피아의 기습공격이었다. 뒤늦게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악!”
정어리는 갑작스럽게 다가온 틸라필라의 이빨을 미처 피하지 못했다. 두 마리가 앞뒤로 덮치자 정어리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렸다. 그러자 요나를 지키던 나머지 세 녀석도 힐끔 그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 짧은 순간에 빈틈이 생겼다. 요나는 이때다 싶어 쏜살같이 포위를 뚫고 튀어나갔다.
녀석들은 아차 싶었다. 부리나케 요나를 뒤쫓았지만 죽기살기로 내빼는 요나를 따라잡긴 어려웠다. 얼마 못 가서 틸라피아 본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그들은 하는 수 없이 추격을 포기했다. 요나는 그렇게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했다.
‘정어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요나는 그 정어리가 무척 걱정이 되었다. 그렇다고 돌아가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속으로 걱정을 삼키며 일단은 무리 속으로 깊이 몸을 숨겼다.